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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아닌 사람이 천만명, 우리도 스마트폰 하게 해달라"

입력 2010-02-18 10:24 | 수정 2010-02-18 22:59

“01X으로 시작되는 휴대전화 번호를 10여년째 쓰고 있다. 이제 그 번호는 내 정체성과 다름없다. 국가가 두음법칙에 어긋난다며 국민의 성씨 표기를 규제하던 식의 발상 아니냐. 국가에서 무슨 권리로 내 번호를 010으로 바꾸라고 하는가”

네이버카페인 ‘010통합반대운동본부’(http://cafe.naver.com/anti010 이하 운동본부)란 방에는 이런 글들이 상당 수 올라와 있다. 이동통신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그동안 써오던 011, 016, 017, 018, 019 등의 번호를 고수하겠다는 휴대전화 사용자들 모임인 이 카페 게시글 중에는 “번호 강제 통합은 현대판 창씨 개명”이라고까지 흥분하는 글도 있다.

010통합반대운동 본부 카페를 운영 중인 서민기씨는 "010 강제 통합은 다른 번호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와 권익위 등에 제소 방침까지 생각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010통합반대운동 본부 카페를 운영 중인 서민기씨는 "010 강제 통합은 다른 번호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와 권익위 등에 제소 방침까지 생각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회원 2500여명에 이르는 이들의 카페가 주목되는 이유는 정부가 010 사용자가 80%를 넘는 시점으로 예상되는 올 3월쯤 통합 방침을 확정해 상반기 중 실제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010 가입자는 3793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79.1%. 이 비율은 1월말에는 79.4%로 늘었고 통계 추이와 스마트폰 붐을 고려한다면 2월 중 80% 돌파가 확실시된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는 2007년 010 사용자가 80%가 넘으면 강제로 번호를 통합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011·016·017·018·019 등을 사용하는 01X 가입자도 지난해 말 1001만명(20.9%)에 달해 그 세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들 중에는 오랫동안 써왔던 휴대번호를 바꾸는 데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운동본부는 그런 이들이 모여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며 개설한 카페다.

지난해 12월부터 카페 운영자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서민기(徐旼杞, 아이디 부장판사, 32)씨는 “새로운 스마트폰 서비스는 010이 아니면 못하도록 해놨는데 기술적으로는 다른 번호로도 스마트폰 사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민 모두 010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개인이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한 번호를 국가가 강제로 통합할 권리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18일 뉴데일리와 만난 서씨는 “우리도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누리고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며 "010 강제통합은 다른 번호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침해이므로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 등에 민원을 제기해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12년째 011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서씨와의 일문일답

▶ 카페를 개설한 동기는

“운동본부 카페는 지난 2007년 8월 15일 개설됐다. 당시 정통부가 010 사용자가 80%가 넘으면 번호를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을 때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10년이 훨씬 넘게 써온 전화번호는 사실상 자신의 고유 식별번호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고유번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과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서로 정보도 교환하며 통합반대에 협력하기 위해 카페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두 전임자에 이어 세 번째 카페지기다.”

▶ 회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

"20~30대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20대가 더 많다. 젊은 세대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시하므로 휴대폰 번호도 모두가 독같은 번호를 사용한다는 데 더 거부감을 가는 것 같다"

▶ 스마트폰 등 3G에 기반한 영상통화가 가능하려면 010으로의 변경이 불가피한 일 아닌가.

“010 아니라 어떤 번호로도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010만 써야 한다는 생각은 단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또 이에 편승해 이득을 챙기려는 이동통신업체간의 이해 관계에 따라 조장된 오해일 뿐이다. 010이 아니라도 스마트폰 서비스의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것도 우리 모임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010 사용자 중에서도 2G, 즉 음성통화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 운동본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장하는가.

“일단 무조건적인 010 통합에 반대한다. 또 기존 번호로도 영상 통화 등 3G 사용이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하고 2G 서비스를 2011년에 중단하겠다는 KT의 방침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 누구나 010을 사용하면 휴대폰 앞자리 번호를 누르지 않고도 통화할 수 있어 전화이용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다.

“특정 통신사업자의 주장이다. 요즘 누가 상대방의 휴대전화 번호를 일일이 누르고 통화하는가. 대부분의 통화가 단말기에 이미 번호가 저장된 상대방과 이뤄지는 현실에서 그런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영업을 하는 어떤 사업자는 자신의 전화에 저장된 번호만 수천개인데 이것을 일시에 바꾸면 사업에 큰 지장이 있다고 하소연 해왔다”

▶ 010을 쓰면 다양한 번호를 쓸때보다 개인 전화의 사업자 식별이 어려워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측면이 있지 않나.

“010 아닌 번호 사용자가 1000만명쯤 된다. 이미 사업자 변경이 자유로워진지 오래 됐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로 상대방의 사업자를 식별할 수 없다. 이 이야기 역시 010으로의 통합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특정 통신사업자의 일방적 주장이다.”

010통합반대 카페 대문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찍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진에 '01X 3G폰 전격 허용 발표'라는 문구를 합성해 넣은 사진이 걸려있다. ⓒ 뉴데일리 ">

010통합반대 카페 대문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찍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진에 '01X 3G폰 전격 허용 발표'라는 문구를 합성해 넣은 사진이 걸려있다. ⓒ 뉴데일리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그동안은 회원들끼리 온라인에서만 활동해 왔다. 회원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 3000명 정도가 모이면 오프라인에서도 본격 활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서비스가 010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다른 번호 사용자에 대한 분명한 차별이므로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내 언론매체에 보내거나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에도 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YMCA 등 소비자 및 시민단체와도 연계해 집단소송을 내는 문제도 검토 중이다. 우리 주장을 적극 알리는 데 동참하겠다는 회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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