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Lucy 이야기 ③

     「누구죠?」
    편지를 든 내가 묻자 여직원이 메모를 보면서 말한다.
    「Vip 택배 회사를 통해서 전달되었습니다. 전달자는 송진석, 신분 확인도 했고 내용물도 안전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웃는다. 피부가 티 한점 없이 매끄럽고 아름답다.
    같은 여자로서 살짝 시기심이 일어났다.

    가방을 든 나는 몸을 돌렸다.
    닥터 K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펴보면 알겠지.
    한국에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미스터 고가 보낸 서류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고의 이름 이니셜이 K가 되겠다.

    방으로 들어선 나는 가방을 탁자 위에 던져 놓고는 샤워부터 했다.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났을때는 창밖에 어둠이 덮여져 있다.
    환하게 불을 밝힌 광장에는 인파가 더 모였고 활기도 넘쳐흐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녀는 손에 조그만 등을 들었다. 수천 개의 등이 반짝이며 흔들리고 있다. 저렇게 죽은 대통령을 애도한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탄성이 뱉아졌다.

    그때서야 나는 탁자위에 놓았던 가방을 떠올렸으므로 몸을 돌렸다.
    소파에 앉은 나는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꺼내었다.
    노란 대형 서류봉투를 열자 안데 든 두툼한 종이 뭉치가 드러났다. 오래 된 종이여서 색이 바랬고 앞쪽 모퉁이는 헤어져 있다.
    종이 뭉치는 영문으로 타이프 되어 있었는데 맨 앞장에는 이렇게만 써있다.

    「프란체스카에게 부탁하여 내 인생을 적는다.」
    그리고는 밑쪽에 년도와 이름처럼 보이는 글자가 타이프 되어 있다.
    「1961년 7월, Syngman Rhee」

    1961년이면 지금부터 48년 전 아닌가?
    그리고 Syngman Rhee가 누군가?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 다음 장을 넘겼더니 Chapter 1으로 구분되어 있고 아래 내용은 일인칭 소설 형식이다.

    「도대체 왠일야?」
    혼잣소리로 투덜댄 내가 종이 뭉치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누가? 왜? 48년 전에 쓴 것같은 이 서류를 보냈단 말인가?
    한동안 서류를 노려보던 나는 머리를 젓고나서 소파에 붙인 등을 떼었다.
    전화기는 바로 내 왼쪽에 놓여져 있다.
    그때 문득 이 서류를 돌려보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화기를 든 나는 버튼을 눌렀다.

    「네, 스티브입니다.」
    착실한 내 변호사 스티브가 뉴욕이 아직 이른 아침인 6시인데도 신호음 세 번만에 응답을 했다.
    「오, 스티브. 미안해요.」
    「아뇨, 루시. 잘 도착했군요.」

    신은 공평하시다. 스티브에게 남자다운 매력은 빼놓으신 것이 그렇다.
    내가 물었다.
    「스티브, 싱맨 리, 아세요? 한국인인 것 같은데.」
    「싱맨 리?」
    하고 스티브가 되묻길래 내가 한자씩 또박또박 스펠링을 불러주었다.

    그러자 스티브가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싱맨이라는 사람.」
    하버드 출신의 스티브가 모른다면 다 모른다고 봐도 될 것이다.
    스티브가 말을 잇는다.
    「혹시 sing man 아닙니까? 노래 부르는 사람같은데, 그런 가수가 한국에 있는가 알아볼까요?」
    「참, 1961년인데.」
    「아이쿠, 50년쯤 되었네.」
    스티브의 목소리에 짜증기가 섞여 있었으므로 나는 심호흡을 했다.

    「됐어요, 스티브. 여기서 해결하죠.」
    나는 먼저 Chapter 1을 읽기로 했다.
    그럼 가수 윤곽이 드러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