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미국 대학의 한국 학생들

    오바마가 부러워하는 '교육열'
    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의 발표(2007)에 의하면 미국 대학과 대학원에 유학 와 있는 한국 학생은 62,392명으로 모든 유학생들의 10.7%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세 번째이지만 중국이나 인도는 인구가 한국의 몇 십배나 되는 나라임을 생각하면 한국 유학생들이 가장 많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에 감탄하였다면서 미국 학부모들도 자녀교육에 보다 더 적극적이기를 권장하였습니다. (2009.11.24.ABC News)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들은 소리라면서, 한국 부모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자녀들 교육은 시킨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한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국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함께 지도하는 모습도 미국 TV에 나왔습니다.

  • 한국학생 44% 'drop out' .....원인은 '부모의 교육열'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찬양한 바로 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에 오히려 미국내 한국 유학생들이 학교를 중도포기(drop out)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08년 10월 Columbia University에서 Samuel Kim이란 한국학생이 “동양인 1세와 2세간의 교육에 대한 견해차이”라는 박사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미국 명문대의 한국 학생 44%가 drop out 한다고 합니다. 미국학생 34%, 중국 25%, 인도 21%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Samuel Kim은 그 이유의 하나로 한국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을 꼽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한 ‘교육열’이 실은 자녀들의 drop out 원인이 된다니 아이러니컬 한 현상입니다. ‘지나친 교육열’이란 말할 것도 없이 점수경쟁과 ‘1류 대학병’ 즉 ‘1류병’입니다. 한국서도 SKY로 일컬어지는 1류대학 입시경쟁과 더불어 미국 유학도 무작정 Ivy 명문대로 몰리는 현상은 확실히 ‘맹목적’입니다.

    미국 양반학교 'Ivy School'....WASP 우월주의

    미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구나 이왕이면 명문 대학에 들어가길 원합니다. 그러나 명문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대학을 선택하기 전에 부모와 함께 여러 대학을 방문해볼 것을 권합니다.

    대학마다 그 대학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가 있습니다. 그 문화를 잘 파악하고 자신이 그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학 분위기, 기숙사 분위기, 마을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가정 배경과 부모님의 교육 수준, 직업 등으로 나타나는 'Social Status' 도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Harvard를 비롯한 "Ivy School"이란 호칭이 내포하는 의미는 다음 세 가지 입니다. Academic Excellence, Selectivity in Admissions, and Social Elitism.

    Social Elitism이란 사회적 신분, 즉 상류사회의 엘리트라는 뜻이라 하겠습니다. 하기에 미국 내에서도 이 Ivy School을 가리켜 양반학교, 상류층 자녀들이 가는 학교, 흔히 말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들의 학교라 부릅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된 미국이지만 아직도 미국 사회에는 상류층, 지배층이라 불리는 WASP 은 분명 존재합니다.

    어울리기 힘든 문화의 벽...자칫하면 '외계인 생활'

    누구든지 미국 명문대에 입학할 수는 있습니다. 한국유학생이든 외국인 유학생이든, 그러나 오로지 강의실과 도서관, 기숙사만 오가며 학업 공부만 한다면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진정한 유학생활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 대학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계인의 생활’인 셈입니다.

    대학생활이란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클럽활동을 통해 지적 향상이 이루어지고, 일생을 함께 갈 친구들과의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끈끈한 우애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에 자연스럽게 in group 이 되지 못하는 학생은, 아무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한다하여도 동기생들과 평생 buddy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명문대만 들어가면 출세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이 점을 확실하게 이해하여야 합니다. 같은 명문대를 나왔다고 다 똑같이 '허물없는 내 동창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서울에서 웬만한 대학을 졸업했다면 나름대로 아주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일생을 서로 돕고 도와주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외국에 나가 명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여기도 저기도 잘 섞이지 않는 공중에 붕 뜬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평생 인맥 '기숙사 네트워크'

    대학 기숙사는 그 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일반 기숙사 외에  Sorority,(여학생),  Fraternity(남학생) 기숙사가 있습니다. 이 기숙사는 각각 특징이 있는 클럽으로 이루어집니다. B학점 이상이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공부파 클럽도 있고, 운동이나 연예에 특출한 클럽이 있는 등, 성격이 다 다릅니다. 이 클럽 학생들은 커다란 개인 주택 같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엄한 규칙을 위반하거나 매너가 세련되지 않았거나 하면 쫓겨나기도 합니다. 신입생이 이 클럽에 들어가려면 선배들의 까다로운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일반 기숙사에서도 우애가 다져지지만 특히 이런 클럽 기숙사 출신들은 졸업을 하고나서도 마치 형제자매처럼 우정이 돈독합니다. 어느 클럽 기숙사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대학을 졸업한지 18년이 된 크리스틴이라는 한인 2세는 아기 엄마가 된 Sorority 친구들과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4박 5일쯤 함께 휴가를 보냅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면서도 이렇게 연중행사처럼 모이는 것입니다.

    Melting Pot이라 불리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미국이지만 분명 '끼리끼리 모이는 문화'가 있는 것입니다.

    "1류병 버리십시오"

    미국 태생도 대학 선택을 신중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중퇴를 하거나 전학을 하거나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등 외국인의 경우는 아예 문화권부터 다릅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공부를 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불행한 사례 또한 많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부한다는 것도 힘들지만 하루 이틀도 아닌 외로움 또한 견디기 힘든 것입니다. 오직 명문대라는 이유 하나로 유학 와서 문화갈등에 적응 못하고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방황하다 보면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한국에선 1등생이었는데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 각국의 최고들이 몰린 명문대, 난생처음 겪는 고립감속에 겪는 좌절감이 “Drop Out 44%”라는 숫자로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Samuel Kim은 “유학생들은 미국 생활에 성공하려면 한국식 교육가치관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식 교육가치관'이라 할 때, 그것은 자식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한국 부모들의 지극정성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점수만 좋으면 된다”라든지 “1류대학만 나오면 성공한다”는 가치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