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졸자의 낮은 취업률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서울 주요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방은  경우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의 작은 신흥 대학이 큰 사고를 쳤다. 올해 졸업생 1800여명 중 260여명이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취업문을 뚫었다. 졸업생 7명 중 1명이 해외 기업의 취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화제의 대학은 충남 논산에 위치한 건양대학교(총장 김희수. 90년 설립).

  • ▲ <span style=대학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김희수 총장.(왼쪽에서 네번째)ⓒ뉴데일리(건양대 제공)" title="▲ 대학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김희수 총장.(왼쪽에서 네번째)ⓒ뉴데일리(건양대 제공)">
    대학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김희수 총장.(왼쪽에서 네번째)ⓒ뉴데일리(건양대 제공)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건양대가 짧은 기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취업이 잘 되는 대학'이란 평가 때문이다. 교육부가 2004년부터 발표한 전국 대학 취업률을 보면 졸업생 1000명 이상, 2000명 미만 대학 중 건양대는 매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첫 발표 때인 2004년에는 2등을, 2005년과 2006년에는 1등을 했다. 이후 교육부는 학교간 순위 발표 대신 취업률 90% 이상 대학을 선정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건양대는 해마다 취업률 90% 이상 대학에 포함됐다.

    경제 위기로 대졸자 취업문이 좁아지자 건양대는 발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노동부가 만든 대학 졸업예정자 해외 기업 유급인턴제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올 6월 졸업예정자 260여명을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보냈다. 이들은 어학연수와 함께 현지 기업 유급인턴으로 일한 뒤 연수종료 뒤 취업하는 시스템을 밟고 있다. 건양대는 이들 대부분이 취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로 보낼 학생 선발 과정에서 현지 기업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인재를 뽑아 보냈기 때문에다. 

    홍보팀의 이계재 팀장은 "4학년 1학기까지 마친 학생을 보내야 하는데 (해외로) 보낼 경우 한 학기 학점을 인정해줘야 해 많은 대학이 쉽게 시도를 못한다"며 "우리는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건양대가 다른 대학과 달리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던 것은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해외 진출에 미리 대비했기 때문이다. 건앙대는 전국 최초로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과별로 취업에 필수적인 자격증 취득과 외국어 교육 등 200여개 강좌를 개설해 시행했다. 정규 수업 뒤 오후 5시 이후 실시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 5000여명이 수강할 정도다.

    이런 준비가 졸업생 해외 취업을 만들었다. 건양대는 "해외취업에 적극 나선 것은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 국내 기업 인력 채용이 준다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외국어 능력을 향상하고 해외 기업 근무경험을 쌓아 취업의 질을 높이자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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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양대학교 전경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김희수 총장의 남다른 교육철학도 짧은 역사의 건양대를 단기간에 지방명문으로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김 총장은 '입학하면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교육철학을 내세우고 교육시스템도 이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직접 신입생과 졸업예정자 전원을 면담한다. 신입생에게는 자신감을 갖고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졸업예정자에겐 사회 진출에 필요한 것을 직접 지도한다. 김 총장은 올해도 1학기 2달 동안 44개 학과 강의실을 직접 돌며 신입생 2000여명을 직접 면담했다. 2학기에는 4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교육과정도 학생 중심으로 바꿨다. 교수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강의시간표를 편성했고, 교수의 휴강도 총장 결재없이는 할 수 없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MT나 OT 등의 행사도 방학 중이나 주말에 실시하고 있다. 학기말이 되면 학생보다 교수가 먼저 강의성적표를 받는다. 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교수 강의를 평가하고 이 결과는 교수 성과급에 반영된다.

    전국 최초로 '취업매직센터'를 독립 건물로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진로상담실, 모의면접실, 어학실습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국 100여개 대학이 벤치마킹해 갈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센터에서는 취업에 필요한 모든 훈련을 시킨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건양대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학교가 가진 기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군무원 양성을 위한 국방공무원학과를 개설했다. 학교가 위치한 논산이 육해공 3군 본부, 훈련소, 항공학교 등이 있는 국방도시임을 감안해 개설한 것이다.

  • ▲ <span style=건양대 기숙사.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 title="▲ 건양대 기숙사.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
    건양대 기숙사.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김 총장은 "그동안 각 대학에서 교수 연구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학생 교육에 대한 관심은 미흡했다"며 "이제는 정말 사회수요에 맞는 인재배출에 초점을 맞춘 교육중심 대학이 나타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느냐가 중요한 시대"라며 "건양대는 총장을 비롯해 전 교수가 학생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대학"이라고 했다.

    2010년 정시 모집에서도 우수 학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김 총장은 이를 위해 "우수 입학생 장학금 지급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양대의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면서 2009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같은 규모의 사립대학 중 최대 지원금을 받았고 이런 결과로 우수 입학생 유치를 자신하는 것이다.

  • ▲ <span style=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title="▲ 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뉴데일리(건양대 제공)

    김 총장은 "이제 건양대는 취업명문을 넘어 새로운 교육중심대학의 모델을 향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며 "인성과 도덕성, 실력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상을 비추는 빛과 같은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건양대는 정시 가·나·다군 분할모집을 통해 일반학생 946명, 농어촌학생 76명 등 총 1023명을 모집한다. 24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일반 학생은 대부분 학과가 학생부 50%와 수능 50%로 선발하지만 세무, 경찰행정, 중등특수교육, 병원관리, 제약공학과는 학생부 40%와 수능 60%를 반영해 선발한다.

    의과학대학 8개 학과는 다단계전형으로 선발한다. 의학과는 모집인원 3배수를 선정하는 1단계에서 학생부 30%와 수능 70%를 적용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80%와 면접 20%를 반영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이밖에 간호 작업치료 안경광학 임상병리 방사선 치위생 물리치료학과 등은 학생부 40%, 수능 60%로 1단계에서 4배수를 선발한 뒤 1단계 성적 80%와 면접 20%를 적용해 최종합격자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