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생을 '무전공·무학부'로 선발하고,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복수전공을 이수해야하는 학교가 있다. 정직하고 성실한 학생이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입학사정관을 보내 선발하는 학교. "배워서 남주자"는 총장의 교육철학에 따라 지식과 기술, 그리고 사회 기여 방법을 동시에 배우는 학교. 또 모든 학생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교.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에 위치한 한동대학교가 그렇다.

    한동대는 1995년 6개 학과군에 400명의 학생을 모집하면서 개교했다. 당해년도 입시에서 지방 신설대학 경쟁률이 12대1을 넘기면서 한동대는 개교와 동시에 관심을 불러왔다. 현재 한동대는 국제어문학부, 경영경제학부, 법학부, 언론정보문화학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기계제어공학부, 산업정보디자인학부, 생명과학부, 전산전자공학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산업교육학부 등 11개 학부에서 학부생 3500명과 대학원새 400명이 미래 글로벌 리더를 꿈꾸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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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대학교 본관 ⓒ 뉴데일리

    한동대는 개교 2년차인 1996년부터 신입생을 학부별로 받지 않고 무전공·무학부로 선발하고 있다. 그래서 입학 후 1년 동안은 교양이수과정격인 '글로벌리더십스쿨(Global Leadership School)'에 소속, 대학생으로서 필요한 기초소양교육을 받는 동시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전공을 탐색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2학년이 되면서 학생들은 본인의 적성과 판단에 의해 학부를 선택한다. 원하는 학부를 지원하는 데 제한은 없다. 학부별로 정원이나 특별한 지원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문과 공부를 했던 학생이라도 전산전자공학부에서 엔지니어로서 실력을 연마할 수도 있고,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산업정보디자인학부에서 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수 있다. 또 이미 전공을 선택했더라도 3학년 2학기까지는 본인 희망에 따라 소속 학부를 변경할 수도 있다. 이같은 자유로운 전공선택권을 보장해준 결과, 고교에서 이과 공부를 했던 학생이 대한민국 디자인 국전에서 3년 연속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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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대학교 기숙사 전경 ⓒ 뉴데일리

    모든 학생은 의무적으로 복수전공을 이수해야 한다. 신입생 전원이 일년간 소속되는 글로벌리더십스쿨을 제외한 나머지 학부에서 각각 2개씩 인접학문을 전공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국제경영, 정보통신, 국제법 등 100%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도 열려 있다. 학생들은 두 전공을 선택해 각 33학점씩 이수하게 된다.

    한동대는 2000년부터 본인 소속 학부 뿐 아니라 다른 학부 전공을 복수로 선택하 수 있는 '연계전공제도'를 도입, 본격적으로 학부간 전공간 벽을 허물고 복합적인 영역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졸업후 의학전문대로 진학해 뇌신경과학자가 되고 싶은 생명과학부 3학년 조민지(23·여)씨가 생명과학과 상담심리학을 연계전공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제도가 있어 가능하다. 조씨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두 전공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타 학부도 복수전공 선택 가능 '연계전공제도' 도입…4학기 동안 실무영어 이수

    한동대의 또 한가지 특징은 모든 학생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놓고 있다는 점이다. 재학생은 4학기 동안 실무영어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생활영어 수준을 벗어나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동대 전공 강의의 약 30%는 영어로 진행되며 전 과정을 100% 영어로만 수업하는 전공도 제공된다. 영어로 강의하는 전공에 소속돼있지 않은 학생도 본인 전공과목에서 최소 40% 이상 영어수업을 들어야 한다.

    특화된 영어실력은 한동대에 세계 인재가 모여들게 하는 기반이 된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유학생 절대다수를 중국 학생이 차지하지만 한동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유학생 중 중국인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몽골 아르헨티나 등 50여개국에서 온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이 모여있다. 특히 매학기 미국 중국 몽골 등지에서 50명 이상의 교환학생을 유치해 재학생들이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기숙사 생활,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구촌 세계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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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대학교는 모든 학생이 영어 소통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은 국제경영학 수업 모습. ⓒ 사진제공=꿈나래21

    이같은 한동대의 비전은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2007년 4월 한동대는 유네스코의 개발도상국 지원프로그램 UNITWIN의 파트너(Hosting University)로 선정됐다. 개발도상국의 자매대학과 협력을 통해 그 나라 인재를 교육하게 된 것이다. 또 같은해 7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매년 인턴 4명을 파견하는 협정을 맺었다. OECD가 개별학교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한동대의 혁신적인 교육과정은 한국 대학교육 개혁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6년부터 3년 연속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에 선정됐으며, 2006년에는 지방대 핵심역량강화사업(누리사업) 등에 선정돼 3년간 매년 12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2008년과 2009년에도 우수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 연속 선정됐다.

    개교 당시인 1995년 한동대가 추구한 이름조차 생소하던 '실무형 인재' 교육의 핵심인 영어회화 의무 이수, 실무전산 교육, 졸업영어시험 등 엄격하고 독특한 제도는 국내 타 대학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혁신적 교육과정, 대학개혁에 큰 반향…국내 최초 미국식 로스쿨 도입

    한동대는 국내 대학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유치 열풍이 불 때에도 시선을 세계로 돌렸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해 졸업생 85명이 미국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미국의 3년제 로스쿨 과정과 똑같이 운영되는 국제법률전문대학원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다.

    한동대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학부 담당교수와는 별도로 1명의 담임교수가 있다. 담임교수는 30여 학생들로 구성된 팀을 맡게 된다. 다양한 학부와 전공을 가진 학생이 하나의 '팀'으로 묶여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기숙사 방배정을 비롯해 전교생이 6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채플(예배)과 근로의무 역시 팀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학생의 학업과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담임교수가 멘토가 돼 접촉하면서 인격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또 전교생이 사회봉사로 3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학때마다 전체 재학생의 약 15%인 400여명의 학생, 교수가이 국내외 봉사활동을 떠난다. 이 학교의 사회봉사활동이 계기가 돼 2008년에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운영하는 히딩크재단을 통해 시각장애인용 축구장을 캠퍼스에 지어줬다.

    한동대의 모든 시험은 '무감독 양심시험'이다. 한동대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학생의 정직'을 꼽는다. 학생 역시 한 명 한 명이 '정직함'을 명예롭게 여기고 자발적으로 명예헌장을 만들어 이를 서약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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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 ⓒ 뉴데일리

    신입생 810명을 선발하는 2010학년도 한동대 입시요강 '전형유형'란을 보면 '대학독자적기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정시모집 면접자료는 자기소개서가 전부다. 면접기준은 인성 및 학업이수능력. 2~3명의 교수가 학생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논술, 실기, 기타 필답고사는 없다. 한동대는 학생의 현재 모습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농산어촌기숙형고등학교 현장을 점검하러 충북 괴산고를 찾았던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한동대는 입학할 때 시험은 물론 논술도 없다. 농어촌 자녀 특별전형으로 선발해보니까 실제 학생의 수능시험 점수는 차이가 나지만 4학년이 되면 다 따라잡아 졸업하면 유명기업에 가게 되고, 기업의 반응 또한 너무 좋다. 성실하고 정직하다고 해서 더 학생을 원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논술, 실기, 필답없는 '독자적 기준' 신입생 선발…"눈을 세계로 들자"

    한동대는 2020년까지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20'을 발표했다. 국제적 수준의 학부중심대학으로서 전 세계 기독교대학의 모범이 되겠다는 목표다. 기독교대학 정체성을 명확히 천명하면서 학문적 탁월성 부문에서 세계적인 학부중심, 교육대학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동대 교정에서는 동해의 푸른 파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김 총장은 "우리의 활동무대를 우리나라에 국한해서 본다면 한동대는 동쪽 구석에 있고 저 바다는 동해일 뿐"이라며 "하지만 우리의 눈을 세계로 들면 우리 앞의 저 바다가 태평양이 된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