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제주에서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12년 제 5차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제주에서 열기로 11월 23일 스위스에서 개최된 74차 이사회에서 공식 결정한 것이다. 1948년 프랑스에서 창립대회를 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그린피스처럼 몸싸움을 하지도 않고, 국가간 환경협약처럼 정치적인 시각이 개입되는 일도 없이 ‘조용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다. 또, 국가회원 80개국, 기관회원 약 1000개, 박사급 전문가 약 10000명, 전세계 사무국직원 약 1000명으로 이뤄진 전문화된 조직이기도 하다. 

    ‘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유치 경쟁은 올림픽만큼이나 매우 치열하다. 11개 나라의 1차 유치의향서를 접수받고 엄격한 서류 심사 후에   최종 현장평가 대상국가로는 한국과 멕시코가 선정되었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보다 현장 평가 보고서에서 12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고, 35명 이사들로부터 만장일치까지 이끌어낸 제주의 유치 성공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환경외교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총회 개최지 확정 직후 열린 이사회 공식 만찬장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국장 줄리아 마튼-르페브르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축배 인사를 시작했고, 람사협약 사무총장 아나다 역시 지난 해 창원 총회에 대해 특별한 감회를 표했다. 배우 해리슨 포드가 매년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미국의 환경단체 CI (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미터마이어 대표는 DMZ를 전략적 보전대상지로 고려해 보겠다는 언급도 했다. 이럴 경우, CI의 막강한 네크워크를 이용한 재원확보와 대 북한 설득작업도 한층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사회 중에도 전 세계를 대표하는 이사들과 연맹 본부 전문가들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들이 쏟아졌다. 최근 한국정부가 제시한 강도 높은 탄소배출량 감축계획을 포함한 녹색성장 정책,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전개 방향,  DMZ 보전대책, 북한 조림 사업과 생물다양성 문제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아프리카에서 행해지고 있는 한국기업의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해양보전관련 대회, 소도서국가의 환경문제에 대한 대회, 기후변화와 여성이라는 젠더이슈를 다루는 대회를 제주나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 개최하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앞으로 3년, 한국의 환경외교가 시험대에 선다. WCC 이사회와 사무국 그리고 모든 세계자연보전연맹의 회원 전문가들은 WCC 제 5차 총회개최지로서 한국의 행보를 날카롭게 지켜보며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검증할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한국의 녹색성장정책이 녹색기술 혁신과 신재생가능에너지 혁명을 통해 어떻게 자연자원의 보전, 지구온난화방지,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첫 회의에 2000명 공식등록 후 매 대회마다 2000명씩 증가해 작년 바로셀로나 4차 대회에서는 7000천 명이 등록했다. 3년 뒤 제주 대회는 10000명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 귀빈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생태적 발자국 (footprint)은 과다하지 않은가?’, ‘습지를 포함한 보호지역의 관리는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에너지와 물은 모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 우리 스스로 당당해 질 때, 세계자연보전연맹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지난 40년간 이루어낸 ‘압축 성장 신화’에 이어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2012년은 한반도의 환경 원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