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효창공원 백범 묘소 앞에서 일제시대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해방 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총 3권, 3000 페이지에 달하는 인명사전을 공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인 이 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수록된 인물 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신현확(1920∼2007) 전 국무총리와 최근우(1897∼1961) 전 사회당 창당준비위원장 등 3명은 지난해 발표된 '친일 명단'에 포함됐으나 유족들의 이의 신청 등이 받아들여져 수록 대상에서 제외됐다. 친일사전 수록이 보류된 384명에 대해서는 추가조사를 벌여 향후 사전을 개정·보완할 때 반영키로 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1994년 출간계획을 발표한 민족문제연구소는 2001년 편찬위원회를 출범하고 8년간 3000천여종의 문헌 자료를 수집ㆍ분석한 후 250만명의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확인ㆍ심의 작업을 거쳐 수록대상을 선정했다. 매국행위에 가담하거나 독립운동을 탄압한 반민족 행위자, 군수나 검사, 소위 등 일정 직위 이상 부일 협력자 등을 수록했으며, 대중적 영향력이 큰 교육이나 언론, 종교계 종사자와 지식인 등은 더 엄중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편찬 과정에는 150여명의 각 분야 교수와 학자 등의 편찬위원으로 참여했고 집필위원으로 180여명, 문헌자료 담당 연구자도 80여명이 투입됐으며 1999년에는 사전편찬을 지지하는 전국 교수 1만인 선언이 있기도 했다.

    연구소는 애초 작년 8월 사전을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수록 대상 인사들의 유족이 제기한 이의신청 처리, 발행금지가처분 소송 대응, 막바지 교열작업 등 실무적인 문제로 발행이 늦어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세계 어디서도 역사적 과제를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맞선 적은 없었다. 한국 근현대사 금기의 영역이 최초로 공개돼 국민들의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애초 연구소는 숙명아트센터에서 보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보수단체와 충돌을 우려한 아트센터 측이 장소 대관을 취소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효창공원 백범묘지 앞으로 장소를 옮겨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국론통합국민운동본부,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는 이날 정오 같은 장소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반대 및 민족문제연구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연구소 측이 장소를 옮기면서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