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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예술 세계 최고 '4인 셰프'의 한식예찬

입력 2009-10-29 17:58 | 수정 2009-10-31 14:02

손끝으로 예술을 만들어 내는 세계 정상급 '요리사'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요리계의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단아' '마술사' 등 이름에 따라 개성도 제각각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들에게 지난 6월, '한식을 활용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여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동봉된 소포에는 한국 전통 반상문화와 한식 식재료, 기본 요리법을 담은 자료와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어 다음 달에는 메주 청국장 대두 된장 간장 고추장 고추가루 천일염 참깨 참기름 등 식재료가 배송됐다. 이렇게 전달받은 한식 재료를 갖고 이들은 메뉴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석달 후인 지난 29일, 피에르 가니에르(프랑스)  마시모 보투라(이탈리아)  코리 리(미국)  루크 데일 로버츠(영국) 네명의 셰프는 한식 식재료와 자신들이 개발한 한식 레시피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천하의 '알아주는' 셰프라고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나라 음식을, 그것도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장류'를 받아들고 무작정 메뉴 개발에 나선 이들은 과연 어떤 음식 보따리를 꾸렸을까. 4명의 셰프는 이날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열린 '어메이징 코리안 테이블'에서 각자 이름 앞에 내건 수식어답게 자신만의 '한식 이야기'를 풀어냈다. 

29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열린 '어메이징 코리안 테이블'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4인의 셰프들. 왼쪽부터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피에르 가니에르(프) ,루크 데일 로버츠(영), 코리 리(미),마시모 보투라(이탈리아. 이하 셰프), 안드레아 라송 (소믈리에.스웨덴) ⓒ 뉴데일리 ">

29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열린 '어메이징 코리안 테이블'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4인의 셰프들. 왼쪽부터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피에르 가니에르(프) ,루크 데일 로버츠(영), 코리 리(미),마시모 보투라(이탈리아. 이하 셰프), 안드레아 라송 (소믈리에.스웨덴) ⓒ 뉴데일리

◇'요리계의 피카소' 피에르 가니에르 "김치에서 영감얻어 적극 활용해야"

가니에르(59)는 "한국음식은 굉장히 위생적이면서 맛도 좋고 부드러운 음식"이라며 "한식은 현대음식이 가진 단점을 메꿔줄 수 있다"고 평했다.

피에르 가니에르 ⓒ 뉴데일리 ">

피에르 가니에르 ⓒ 뉴데일리

그는 "한국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김치에서 영감을 얻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그는 또 "한국음식에 바삭하고 아삭한 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니에르는 "한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한식 홍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한식을 통해 한국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품격 음식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니에르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낸 지점 '피에르 가니에르 아 서울' 개점 1년을 맞는 소회를 묻자 "짧은 기간의 성과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경제적 측면만 염두에 두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고객을 대하는 데 있어서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피에르 가니에르 아 서울' 레스토랑 오픈에서 '안동소주 셔벗' '마늘쫑이 든 감자 빠이야송' 등 한식 재료를 응용한 메뉴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초기 개점 당시 절반 정도 사용하던 한식 재료가 이젠 70%나 차지할 정도로 그의 한식에 대한 관심은 높다.

가니에르는 "한국에서 우리 레스토랑 음식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서울 시민에게 새로운 맛을 제공할 식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에서 가니에르는 흑마늘즙을 염소치즈와 섞어만든 크림 소스와 다진 고기에 된장 소스를 바른 요리를 선보였다.

이번에 초청된 셰프 4명에게는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 등 전통 장류 중 반드시 두가지 이상을 사용해 요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섭외 리스트에 있던 다른 셰프들이 '조건을 단 섭외'를 거절한 데 반해 이날 방한한 4명은 이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요리계의 레오나르도다빈치' 마시모 보투라 "한국 된장, 식재료로 마음에 들어"

마시모 보투라는 "된장이 식재료로 마음에 들어서 파스타와 콩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마시모 보투라 ⓒ 뉴데일리 ">

마시모 보투라 ⓒ 뉴데일리

가니에르가 '요리계의 피카소'라면 보투라는 '요리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그만큼 실험적인 요리를 연구하는 셰프로 유명하다. 보투라는 요리에 잘 쓰지 않는 향이나 재료의 조합을 즐겨 사용하는 셰프 중 하나인데 현재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서 '오스테리아 프란세스카나'(Osteria Francescana)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2009년 영국잡지 '레스토랑'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 레스토랑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투라는 이번 방한 전까지 한국에 와본 적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한식과 이탈리아 음식은 발효음식이라든지 소스를 많이 사용하고 마늘을 많이 넣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했다. 또 보투라는 "한식 재료가 내 요리 스타일과 너무 잘 맞아서 놀라웠다"면서 "음식을 통해 진정한 한국의 영혼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된장을 곁들인 콩 수프와 바삭하게 구운 인삼뿌리와 사탕무, 블랙 크림을 곁들인 리조또, 흑마늘 크림 소스를 가미한 한우 바비큐, 고추장 소스와 구운가지 등을 선보였다.

피에르 가니에르,마시모 보투라,코리 리,루크 데일 로버츠,안드레아 라송 (왼쪽부터) ⓒ 뉴데일리 ">

피에르 가니에르,마시모 보투라,코리 리,루크 데일 로버츠,안드레아 라송 (왼쪽부터) ⓒ 뉴데일리

◇'요리계의 이단아' 루크데일 로버츠 "한식재료 품질 우수… 한우는 놀라운 수준"

루크 데일 로버츠 ⓒ 뉴데일리 ">

루크 데일 로버츠 ⓒ 뉴데일리

한식 재료에 대한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루크 데일 로버츠(38)는 "한국에 도착해 준비한 요리를 테스트했는데 깻잎 페스토나 훈제 한우갈비, 거미게 모두 만족스럽게 조리됐다"고 흡족해했다.

또 "한국산 식재료 중 품질이 우수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한우의 질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감탄했다. 로버츠는 "한국음식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한국요리가 발전과 진화를 멋지게 거듭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에 선보이는 메뉴를 자신의 레스토랑 메뉴에 올려 판매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가 선보인 음식은 인삼 거품을 올린 미숫가루 크렘 브륄레, 새우와 당근즙, 데리야끼 소스를 넣은 메로 비빔밥, 안동 쇠고기 필레 타르타르, 된장 드레싱을 가미한 허브와 거미게, 자연송이를 곁들인 훈제 한우갈비 등이다.

◇'요리계의 마술사' 코리 리 "국내에서 한식에 대한 인식확대 중요"

교포 출신 셰프인 코리 리(32)는 "국내에서 한식에 대한 인식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17살 되던 해 뉴욕 초밥 레스토랑인 '블루 리본 스시'(Blue Ribbon Sushi)에서 근무하며 요리사 훈련을 한 그다.

코리 리 ⓒ 뉴데일리">

코리 리 ⓒ 뉴데일리

리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한국 음식을 먹고 자란 덕분에 음식의 맛과 향에 대한 광범위한 식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음식 세계화는 한국음식이 가진 고유한 문화 자체를 널리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 미국 '마에스트로' 셰프로 평가받는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에게 "기술적으로 뛰어난 요리를 선보이는 타고난 예술가이자 환상적인 음식 조화를 선보이는 존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어 제임스 비어드 재단(James Beard Foundation)이 수여하는 '떠오르는 스타 요리사'로 선정됐다.

평소에 보쌈을 좋아하고 한식으로는 갈비찜을 잘 만들어 먹는다는 리는 "발효음식인 된장이나 한국의 매운 음식을 서양 음식과 매칭할 수 있다"고 했다. 리는 내년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레스토랑 베누(Benu)를 개점할 계획이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메뉴는 송로버섯을 곁들인 호박쌀죽과 고추장을 곁들인 삶은 돼지고기와 바삭한 전복 등이다.
 
◇소믈리에 선두주자 안드레아 라송 "한국 미식커뮤니티 발달 흥미롭다"

안드레아 라송 ⓒ 뉴데일리 ">

안드레아 라송 ⓒ 뉴데일리

스웨덴 출신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안드레아 라송(Andreas Larsson.37)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 전통주에 관심을 보인 그는 한국어로 직접 "안녕하세요"라고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후 "한국은 역동적 시장"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국의 역동적이고 생기있는 시장 덕분에 와인 진출에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식당과 미식커뮤니티 발달은 흥미롭다"고도 했다.

그는 또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도 있고 외국음식과 어울리는 한국전통주도 있는데 다양하게 연구하고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기 전에 꼭 맛봐야 할 음식?

듣는 이에게는 다소 험악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말에 귀를 쫑긋 세울 법한 미식가에게는 즐거운 일이 생겼다. '요리계의 피카소' '식탁의 시인' 으로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의 방한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석쇠에 구운 요리같은 한국 음식이 세계적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한식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니에르는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제공했다. '죽기 전에 꼭 맛 봐야 할' 그의 요리는 과연 어떤 맛일지 살짝 맛봤다.

가니에르가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 '가리비, 자몽 마말에이드와 적 파프리카'(위) '캐러멜 간장 소스의 방어 셀러리'(아래) ⓒ뉴데일리">

가니에르가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 '가리비, 자몽 마말에이드와 적 파프리카'(위) '캐러멜 간장 소스의 방어 셀러리'(아래) ⓒ뉴데일리

가니에르가 내놓은 메뉴는 '가리비, 자몽 마말레이드와 적 파프리카 꽁피' '캐러멜 간장 소스의 방어 셀러리' '프렌치 스타일 김치와 오리간 토스트' 등이다.

'캐러멜 간장 소스의 방어 셀러리'는 방어회 위에 방울처럼 간장소스를 떨어뜨려 놓았고 그 아래 마스카포 치즈를 베이스로 깔아 색다른 맛을 연출했다. 간장과 치즈가 섞여 고소하고 부드러우면도 짭짤한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다만 시식하는 사람 입맛에 따라 다소 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프렌치 스타일 김치와 오리 간 토스트' 역시 한국인 입맛에 짠 느낌을 준다. 얇은 토스트 조각이 바삭하게 씹히며 목 넘김 좋게 부드럽게 갈아져 나온 오리간 소스가 대비돼 오묘한 맛을 연출한다.

'가리비, 자몽 마말에이드와 적 파프리카 꽁피' 역시 실험적인 음식이었다. 해산물을 씹는 미감과 함께 갈려 나온 자몽 마말에이드는 푸딩같은 느낌을 준다. 자몽 마말에이드 때문에 달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의외로 담백한 요리다.

이에 맞선 한국 셰프들의 화려한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삼청각은 인삼 사과 대추·잣 유과, 복분자젤리,쇠고기 산적 등 다양한 음식으로 호응을 얻었다(아래사진) ⓒ 뉴데일리 ">

삼청각은 인삼 사과 대추·잣 유과, 복분자젤리,쇠고기 산적 등 다양한 음식으로 호응을 얻었다(아래사진) ⓒ 뉴데일리

퓨전 한식레스토랑 '콩두'에서는 4첩의 작은 샘플링 밥상을 제공했다. 메뉴는 깻잎쌈밥과 치즈두부오믈렛 막걸리 연두부 바싹 구운 마늘이었다. 깻잎쌈밥은 볶음밥에 깻잎을 돌돌말아 내놓은 것으로 깻잎의 상큼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콩두'에서 제공한 4첩의 샘플링 밥상 ⓒ 뉴데일리 ">

'콩두'에서 제공한 4첩의 샘플링 밥상 ⓒ 뉴데일리

또 오믈렛 위에 치즈를 뿌려 고소함을 강조했고 그 속에 으깬 두부를 채워넣었다. 막걸리는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톡쏘는 맛이 강했으나 담백함은 덜했다. 꼭 탄산음료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정식 레스토랑 '삼청각'에서 제공한 미니 유과도 인기를 끌었다. 삼청각이 내놓은 메뉴는 인삼 사과 대추·잣유과 복분자젤리 새우·소라꼬치 쇠고기산적 등이었다. 쇠고기 산적은 속에 파프리카를 넣었는데 쇠고기 양념 맛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담백한 느낌을 준다.

새우·소라꼬치는 금방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복분자 젤리는 젤리 안에 복분자 씨를 넣어 씹는 맛을 강조했다.

장미꽃 모양을 한 사과유과는 장식으로 착각하고 시식하지 않을 뻔 했다. 사과껍질을 잘게 깎아내 꽃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먹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과의 신맛과 설탕의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밤유과는 마치 눈덮힌 산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밤을 반등분해 잘라 그 위에 설탕을 잘게 뿌려 달달한 맛을 강조했다.

삼청각 박경식 조리장은 "재료에 설탕을 뿌리면 수분이 빠져나가서 바싹 말라 자연건조가 되는데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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