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에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나이, 사춘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시기입니다.
    영어로는 thirteen에서 nineteen. 단어 그대로 '틴에어저(teenager)'라 부릅니다.
    사춘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독립선언 시기'라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이 독립선언은 자신에게도 부모에게도
    '혁명'같은 일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신하면서 우선 신체적 변화가 옵니다.
    아이는 자기 몸에 변화를 느끼며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라는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육체적 변화

    보스턴 대학의 심리학 교수 Freda Revelsky박사는 사춘기 아이의 이런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자기 육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육체적변화에 대한 생물학적인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호기심과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아예 그 문제에 대한 화제를 피하려 한다."
    성장 호르몬에 의한 변화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 정서적인 변화를 동반합니다.
    사춘기 아이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아이와 어른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어른이 되고 싶고 어느 순간에는 어린애로 머물러 있고 싶어집니다.
    독립을 선언하고 싶다, 갑자기 나 혼자만의 공간,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아무에게도 나만의 세계를 침범당하고 싶지 않다는 '독립의식'이 자라납니다.

    "나 혼자이고 싶다" 자라는 독립의식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어느 순간 부모가 미워집니다.
    이 세상에서 나의 부모가 가장 이해심이 없고 고집불통인 사람들 같아서 스스로가 몹시
    불행한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부모도 선생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적'처럼 여겨집니다.
    그들은 나를 방해하기 위해, 나에게 잔소리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 싶어집니다.
    독립을 선언하면서도 독립이 두려운 나이.
    혼자 있게 해달라, 나를 방해하지 말라, 소리치면서도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심리 상태에 곧잘 빠지게 됩니다.
    이런 극단적인 감정의 굴곡은 사춘기의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부모들은 대개 자녀의 이런 심리적 변화를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간주하고 당황합니다.
    말을 잘 듣던 아이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신경질도 내고 말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변해,
    서운하고 배신감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 변덕스러운 아이...서운한 부모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이런 감정의 굴곡을 즉흥적으로 개별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아이의 일거일동을 반항이라 여긴다면 부모와 아이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뿐입니다.
    아이는 누구에게 특별히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도 왜 이렇게 기분이 변덕스럽게 변하는지 알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그냥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인데...시시콜콜 물어보는 엄마,
    지겹다는 느낌에 문을 쾅 닫아버리고 방 속에 틀어 박힙니다.
    왜 엄마는 아빠는 나의 행동, 나의 생활, 나의 모든 것을 사사건건 알려고 할까, 그것이
    싫고 지겨운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불만이 생기고, 부모는 부모대로 섭섭함에 화가 납니다. 이것이 지나치면
    집안 전체, 가족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우울해집니다.

    날아가려는 새...날려 보내야 한다

    아이는 자유를 갈망하고 독립을 원합니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보호 속에 자라던 아이가 아닌 것입니다.
    둥지를 떠나기 직전의 새처럼 혼자 날고 싶어 푸드덕푸드덕 날개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애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부모는 서운함을 느끼기보다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아이들은 부모를 떠나야 합니다.
    몸이 떠나지 않는다 해도 정신적으로 떠나야 하고 보내야 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떠남이란 부모와 자식간의 연을 끊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의 떠남입니다.
    '홀로서기'---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홀로 서는 어른의 길로 떠남입니다.
    떠나 보내야 할 때 떠나 보내지 못하는 부모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독립된 인격체로 제구실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마마보이' 만드는 부모

    대학생이 어떤 결정사항에 부딪쳤을 때 일일이 부모에게 의지하고 기대려는 자세는
    그의 정신적 성장이 아직도 미숙하다는 증거입니다.
    대학생쯤 되었을때는 자기 관리를 스스로 해나갈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대학생활도 사회생활도 낙오자가 되기 쉽습니다.

    떠나 보내야 할 아이를 계속 붙잡아두고 보호하려는 부모!
    육체적으로는 성인인데 정신적으로는 부모 품속의 아이!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불행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사춘기와 이성 친구***

    이성에 눈을 뜨는 틴에어저, 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렇게도 씻기 싫어하던
    아이가 하루에도 서너 번씩이나 샤워를 할 정도가 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막연히 이성에게 느꼈던 호기심 정도가 아닙니다.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다는 감정적 충동이 하루에도 열두번 솟구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하루 온종일도 공상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춘기

    사춘기에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인을
    '사랑의 대상'으로 정해놓고 난생 처음 짝사랑을 앓기도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지나가는 과정을 부모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 아이가 자정이 넘도록 이성친구와 전화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할지라도
    지나치게 미주알고주알 캐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성 친구라 하여 부모가 너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발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 이성친구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반응입니다.

    "어른들은 왜 섹스만 생각하지?"

    "부모들은 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섹스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은 자기네들이 순수하지 못하니까 우리까지 의심만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입니다.

    이성 친구를 인정해주고 이해해 주고 친구로 대해주어야 아이도 이성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남녀라 하면 섹스밖에 생각못한다'는 아이들의 불평을 어른들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어른들의 그런 선입관이 부모와 자녀간의 불화 원인이 됩니다.

    의심할 수록 비밀은 커진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레 이성 친구가 생깁니다.
    이성 친구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그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늘 함께 어울려 지내는 친구들인데 동성 친구들하고만 교우관계를 가지라면 그 자체가
    무리입니다.
    이성친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내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동성 친구나 다름없이 집에도 놀러 오게 하고, 또 그 친구 집에도 놀러 가게 하고,
    극장, 야구장, 수영장 같은 곳도 어울려 놀러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게 좋습니다.
    부모가 정도 이상으로 이성 친구를 금할 때 아이들은 오히려 더 반발합니다.
    왜 부모는 이성이라하면 모두 '나쁜 짓'만 할 것으로 여기는지,
    부모의 그런 사고방식은 낡은 고정관념으로 무식하다,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이성친구를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아이들이 결코 이성과 사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에게 비밀로 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춘기 아이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성적으로 그렇게 문란하지 않습
    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틴에이저들의 탈선은 일부에 국한된 사건
    일뿐 전반적인 추세는 대체로 건전합니다.
    사춘기가 되기 전에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가치관을 부모들이 심어 주었다면,
    아이들은 자부심이 강해서 자기 자신을 잘 돌보며 지냅니다.

    부모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친구관계

    사춘기 틴에어저들에게는 친구가 생활의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단짝처럼 어울리는 친구 그룹이 있어야 합니다. 동성그룹이든 이성그룹이든
    그런 그룹이 없는 아이는 소외감을 느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전화통에 매달리는 이유도 실은 이런 소속감 때문입니다.
    부모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친구들에게는 다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고민을 의논
    하는 나이가 사춘기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그 어느 시기보다 친구 관계가 중요합니다.

    사춘기 아이가 담배나 술 같은 유혹에 약한 이유도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행여 거절을 하면 자기만 외톨이가 될것 같아 두려워합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자부심이 강할 수록 거절해야 할 때 꿋꿋하게 거절할 줄 알게 됩니다.
    내 아이만 이런 게 아닙니다. 다른 집 사춘기 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사춘기의 특징을
    이해한다면 아이들의 변덕스러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감정 변화 역시 자라나는 과정이라 이해를 하면 아이도 부모도 사춘기의
    통과의례를 훨씬 수월하게 정상적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27만명의 요구는? "부모의 관심과 배려"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Search Institude에서 중고등학교 학생 27만여명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의 설문지 답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간절하게 원하는 것 중에 가장 첫째는
    자기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였습니다.
    '관심'과 '배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의 관심을 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간섭'이 아니고 '관심'입니다.
    '간섭과 관심'의 차이.
    일단 여기 게재된 설문 사항에 솔직하게 답을 해봅시다. 부모와 자녀가 설문지를 함께
    보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보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이라는 식으로 주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게 됩니다.
    (이 설문지는 누구나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임)

    A. 청소년을 위한 설문 사항

    1. 나는 부모와 식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2. 나는 의논해야 할 일이 생기면 부모와 언제든지 의논할 수 있다.
    3. 나는 정기적으로 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
    4. 나는 부모님 외에도 찾아가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3명정도 있다.
    5. 나는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6. 부모님은 나의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다. 때로는 숙제도 도와주고 학교 행사에도 참여
       하신다.
    7.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선생님들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8. 부모님은 올바른 자세의 생활철학을 설정해 놓고 나를 지도하신다.
    9. 부모님은 규칙과 벌칙을 정해놓고 일관성있게 나를 지도하신다.
    10. 나는 외출을 하려면 어디에 누구하고 가는지, 언제 들어오는 지 부모에게 알려드리고
       외출해야 한다.
    11. 내가 밤에 나가 늦게까지 놀다 들어 올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다.
    12. 내가 친한 친구들은 학업, 행동 등 여러면에서 나에게 좋은 모범이 되어준다.
    13. 나는 학교 과외할동부에 들어있으며 일주일 1시간 이상 훈련한다.
    14. 나는 악기를 배우며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연습한다.
    15. 나는 학교 과외활동 외에 보이 스카우트 같은 다른 활동에도 참여하며 일주일 1시간
        이상 그 활동을 한다.
    16. 나는 한 달에 1회 정도는 교회에 간다.
    17. 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학업에 충실하려고 한다.
    18.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싶다.
    19. 나는 일주일에 6시간 이상 숙제를 한다.
    20. 나의 성적은 중간 이상이다.
    21. 나는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22. 나는 굶주림, 병, 마약등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다.
    23.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존중한다.
    24. 나는 사춘기 때 성생활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25. 나는 올바르다고 믿는 것은 당당하게 주장한다.
    26. 나는 결단력이 있다.
    27. 나는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28.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
    29.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30. 나는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B. 부모님들을 위한 설문 사항

    1. 나는 아이에게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2. 내 아이는 의논할 일이 있을 때 나와 의논한다.
    3. 나는 아이와 이야기할 시간을 자주 만든다.
    4. 내 아이는 부모 외에도 찾아가서 마음속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이 3명정도 있다.
    5. 내 아이는 그 어른들과 심각한 문제까지 의논한다.
    6. 나는 아이의 학교 생활에 관심이 많다. 때로 숙제도 도와주고 학교 행사에도 참석한다.
    7.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선생님도 학교 환경도 좋은 편이다.
    8. 나는 도덕적 가치기준을 정해놓고 아이를 가르친다.
    9. 나는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과 벌칙을 정해 놓고 그것을 일관성있게 지키도록 한다.
    10. 아이가 외출할 때는 누구와 어디에 가는 지 언제 돌아오는 지 미리 말하고 나가도록
        한다.
    11. 아이가 밤에 외출할 수 있는 날을 정해 놓고 지키도록 한다.
    12. 아이가 사귀는 친구들은 모범적인 아이들이다.
    13. 아이는 악기를 배우며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연습한다.
    14. 아이는 학교 과외 활동부에 들어있으며 일주일에 1시간이상 연습한다.
    15. 아이는 학교에서 하는 활동외에 다른 단체활동도 하며 일주일 1시간 이상 연습한다.
    16. 아이는 한 달에 1번 정도 교회에 간다.
    17. 아이는 최선을 다해 학업에 열중한다.
    18.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려고 한다.
    19. 아이의 학교 성적은 중간 이상이다.
    20. 아이는 일주일에 6시간 이상 공부한다.
    21. 아이는 남을 도우려 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다.
    22. 아이는 굶주림, 질병, 마약 문제등 국제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
    23. 아이는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존중한다.
    24. 아이는 사춘기 때 성 생활은 옳지않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25. 아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꿋꿋하게 주장한다.
    26. 아이는 결단력이 있다.
    27.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28. 아이는 자기가 해야할 일에 대해 세밀하게 계획을 세울 줄 안다.
    29.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30. 아이는 자신의 장래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부모 "자녀와 대화한다" 자녀 "부모와 대화 안한다"

    학생들의 대답중에 가장 흥미로운 조항이 부모와의 대화였습니다.
    부모는 자녀들과 대화를 한다는 답이 많았고,
    자녀는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없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이 차이를 부모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방적인 훈계나 지시는 대화가 아닙니다.
    대화란 주고 받는 것이지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대화의 기본자세를 모르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교육을 많이 받은 부모든 많이 받지 못한 부모든 대화란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쯤
    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대화뿐 아니라 이상적인 자녀교육 방법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쓰레기 분리수거가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실천을 못할 뿐입니다.

    하루에 단 10분씩이라도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성의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바쁜 사람일지라도 본인이 원하
    기만 하면 시간은 생깁니다. 정말 시간이 없다해도 꼭 만들어야 합니다.
    새벽에 자녀들이 깨기도 전에 출근해서 한밤중에 퇴근하는 사람이라도 자녀와 대화하는
    10분은 꼭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에 그 무엇이 내 자녀보다 귀중합니까? 부모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중 하나가 자녀들을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평소 대화를 안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내가 고생하는 이유는 바로 너희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대화를 막는
    행동일 뿐더러 아이들에게 새삼스러운 부담만 줄 뿐입니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성적이 그 모양이냐" 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
    아이는, "내가 없어지면 그만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한 말이지만, 아이는 자칫 "내 부모는 나를 귀찮아하는
    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너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는 엄마 때문에 도망가고 싶다는 아이
    도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였을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더할 수
    없는 정신적 압박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왜 바쁜가?" 종이에 조목조목 적어보세요.

    바빠서, 너무너무 바빠서 아이와 대화를 나눌 짬이 없다고 말하는 부모님이라면,
    그렇게 바쁜 이유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종이에 적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종이를 펼쳐놓고 첫째, 둘째, 세째로 중요한 사항들을 적어 가면서 이것이 과연 자녀보다
    더 중요한가를 자신에게 반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외롭다' '고독하다'고 말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많습니다.
    사춘기 시절에 누구나 느끼게 되는 그런 감상적인 고독이 아닙니다.
    말을 나눌 상대가 없어서 느끼는 절실한 외로움이 문제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얼굴만 마주치면 그저 '공부 잘하라'는 소리 뿐입니다.
    학교 생활이 재미있는지,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친구를 집에 데려오라고 한다든지,
    어떤 과목이 제일 재미있고 재미 없는지, 그런 구체적인 것은 도통 묻지 않습니다.
    외롭다, 외롭다고 소리소리 질러대고 싶다, 소리소리 질러댈 수 없으니 그 대신 소리소리
    질러대는 노래를 들으며 산다....사춘기를 이렇게 보내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외로움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은 정서가 불안정하고,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들에게 유혹은
    쉽게 다가갑니다.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데 뭐가 외로워?"

    "외롭다고? 미친 소리 하고 있네. 아, 부모가 없어? 공부방이 없어? 뭐가 없어 외로워?"
    "우리 아이가 왜 외로워요? 뭐가 부족해 외롭답니까? 해달라는 거 다 해주겠다, 복에 겨워
    그딴 소리 한다구요."
    부모의 반응이 이렇다면 곤란합니다.
    사람은 먹을 것이 충분하고 잠자리가 따스하고 주머니가 두둑해도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이 없으면 외롭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다 마찬가지 인간의 본성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단지 그 표현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사랑뿐이라 해도 그 사랑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삶을 사랑하게 되고
    우주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