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핵기술의 '평화적 사용'을 내세워 북한의 핵기술에 관심을 표명해 주목된다.

    모세스 웨탕굴라 케냐 외무장관은 최근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케냐 정부는 북한이 핵을 군사적 용도가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케냐 신문 '더 스탠더드'를 인용해 보도했다. 웨탕굴라 장관은 또 "케냐도 경제와 에너지 개발을 위한 평화적인 핵기술의 사용을 원하며 북한뿐 아니라 교류를 원하는 모든 나라와 이 기술을 나누고 싶다"는 뜻을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방송은 말했다.

    지난 5월 제2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개발을 기정사실화한 북한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과 교류.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케냐 외무장관이 북한과의 '평화적' 핵기술 교류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기술이 이들 나라의 대북 교류협력에 `매력'의 하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록 '평화적'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케냐의 북한 핵기술에 대한 관심 표명은 또 북한 핵기술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킴으로써 미국이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북한이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우간다 주재대사 박현재는 지난 12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에게 양국간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외교 증서를 전달했다고 '더 스탠더드'는 보도했다. 비동맹 가운데 온건국가로 분류되는 케냐는 지난 1975년 5월12일 북한과 수교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고서도 북한의 상주공관 개설을 허락하지 않고 북한 공식대표단의 접수를 거부해 왔다. 박현재는 외교관계 수립 행사 후 케냐 외무부가 주최한 오찬에 트리니다드 토바고, 니제르, 카타르, 시에라리온 외교관들과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을 단장으로 24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나미비아와 앙골라, 우간다 등에 파견해 의료, 과학기술, 국방, 에너지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또 에티오피아와 모잠비크에 의료진을 보내고 세네갈과 앙골라,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에서 조형물 제작에 참여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핵무기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제3세계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핵을 내세워 외교 관계를 넓히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과거 미국과 큰 협상을 앞두고 있을 때면 분위기를 띄우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도 지난해부터 유렵연합(EU)이나 친서방 국가와 교류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케냐와 수교도 그런 차원에서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냐 입장에선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해도 북한으로부터 지원받을 것은 없지만 핵을 가진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끌기'용일 수 있다"고 최 연구위원은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초미의 관심사는 미얀마로의 핵확산 문제인데 미얀마는 핵확산 문제로 국제사회에 대해 일종의 지렛대를 가진 셈"이라며 케냐도 '미얀마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을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