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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대 이집트의 신들 (람세스 3세 장제전-룩소르 서안). 
    ▲ 고대 이집트의 신들 (람세스 3세 장제전-룩소르 서안). 

     삼라만상 모두가 그들에게는 신이었다. 풍뎅이까지도…

    이집트 여행은 고대 이집트의 신전유적의 여행이며 그것은 곧 신들과 신화의 여행이다.
    고대 이집트에는 2천이 훨씬 넘는 많은 신들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달·별 같은 천체,
    하늘·땅·나일 강 같은 자연, 그리고 매·악어·황소 같은 동물 따위 삼라만상에서 불가사의한 신성神性을 인정하고 이를 신성시하여 모두 신으로 섬겼다.
    가장 오래된 종교문서인 「피라미드 텍스트」에만 2백이 넘는 신들이 등장한다.
    매일 해가 동에서 뜨고 서로 지고, 계절이 되면 식물이 싹 트고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고,
    해마다 나일 강이 범람하여 풍년을 가져다주고, 심지어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까지도
    그들은 신의 뜻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태양신 라의 신앙의 중심지 헬리오폴리스를 비롯하여 창조신 프타의 멤피스, 한 때 유일신으로 숭배된 태양신 아텐의 아마르나, 지혜의 신 토트의 헤르모폴리스,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의 아비도스, 사랑과 출산의 여신 하트호르의 덴데라, 국가 최고신 아멘의 룩소르, 인간을 창조한 신 크눔의 에스나, 왕권 수호신 호루스의 에드푸, 파라오의 수호신 이시스의 필레 섬 따위에 이르기까지, 이들 고대 이집트의 종교 중심지에는 이집트 전역에서 숭배된 주신主神이 있었다. 그리고 주신을 모신 신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신화가 있었다. 각 지방에는 그 지방의 수호신과 신전이 따로 있었다.

  • ▲ 아멘-라(신 왕국 최고의 신, 아멘 대신전-룩소르)
    ▲ 아멘-라(신 왕국 최고의 신, 아멘 대신전-룩소르)


    그곳에는 지금도 신전유적들이 남아 있다. 그야말로 고대 이집트는 「신들의 땅」이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기들의 나라를 「신들의 나라」라고 불렀다.
    고대 이집트의 신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인간의 몸에 신 본래의 특성을 상징하는 동물의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예컨대 사람의 몸에 지혜의 신 토트는 따오기의 머리, 죽은 자의 수호 신 아누비스는 자칼산개의 머리, 창조신 크눔은 다산 동물인 숫양의 머리, 태양신 라는 매의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창조신 프타나 죽음·부활의 신 오시리스처럼 몸도 머리도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된 신도 있었다.
    신관들은 신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동물들을 신수神獸로서 신전에서 길렀다. 물의 신의 상징 악어는 크로코딜로폴리스, 토트 신의 상징 따오기는 헤르모폴리스, 사랑의 여신의 상징 고양이는 부바스티, 창조신 프타의 상징 황소는 멤피스에 있는 신전의 연못에서 길렀다.
    그리고 신수들은 죽으면 사람처럼 미라를 만들어 무덤에 안치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사카라의 세라페움이다. 이곳은 멤피스의 신전에서 기른 창조신 프타의 신우神牛 아피스의 미라를 안치했던 무덤으로 유명하다.
    고대 이집트에는 많은 신들이 있었지만, 그 우두머리는 태양신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날마다 서로 졌다가 다음날 아침에 동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죽었다가 재생하는 부활의 상징으로 여겼다.
    더욱이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의 원천으로 믿고 태양신을 모든 신들의 으뜸으로 섬겼다.

    고대 이집트의 신들

    눈Noun : 원시상태의 혼돈의 바다.
    아툼Atum : 창조신. 최초의 신.
    슈Shou : 대기의 신.
    테프누트Tefnut : 습기의 신.
    게브Geb : 대지의 신.
    누트Nut : 하늘의 여신.
    세트Seth : 악의 신.
    오시리스Osiris : 부활의 신.
    이시스Isis : 어머니 여신.
    호루스Horus : 왕권 수호 신.
    토트Thoth : 지혜의 신.
    하트호르Hathor : 사랑의 여신.
    마아트Ma-at : 진실의 신
    아텐Aten : 태양빛의 신.
    아멘Amen : 테베의 수호신.
    크눔Khnum : 인간 창조신.
    라Ra : 태양의 신.

  • ▲ 태양신 라, 고대 이집트 신들의 우두머리(무덤 벽화-룩소르 서안).
    ▲ 태양신 라, 고대 이집트 신들의 우두머리(무덤 벽화-룩소르 서안).


    태양신은 그 역할에 따라 여러 얼굴을 가졌다.
    해가 뜰 때의 아침 태양은 갓 태어난 어린 태양신으로 케프리Khepri라고 불리었으며 재생·부활의 역할을 했다. 중천에 떠있는 낮의 태양은 성인이 된 태양신으로 라Ra라고 불리었으며 천지를 다스리는 역할을 했다. 해질 무렵의 태양은 서쪽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는 늙은 태양신으로 아툼Atum이라고 불리었으며 천지창조의 역할을 했다. 케프리와 아툼은 태양신 라의 화신이었다. 태양신 라는 아멘-라Amen-Ra처럼 다른 신과 융합하여 국가 최고신이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스카라베Scarab: 풍뎅이를 태양신으로 섬긴 것이다. 나일 강이 범람했다가 물이 빠지면 제일 먼저 땅에 나타나 동물의 배설물을 공처럼 뭉쳐서 굴리고 가는 것이 스카라베였다. 그들은 이 스카라베를 태양을 운반하는 「태양신의 사자」라고 믿었다. 그래서 스카라베를 태양신으로 모셨다. 룩소르의 카르나크 신전에 가면 성스러운 연못가에 큰 스카라베의 돌조각을 볼 수 있으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스카라베를 부적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아툼의 천지창조 신화
    태초에는 어둠에 싸인 혼돈의 바다만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는 신도 많았지만, 신화도 많았다. 대표적인 신화로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의 천지창조 신화, 엘레판티네 섬의 인간창조 신화, 아비도스의 오시리스 부활 신화 그리고 장제문서에 나오는 내세신화를 들 수 있다.
    그 밖에 헤르모폴리스와 멤피스의 천지창조 신화도 유명하다. 대표적 신화인 헬리오폴리스의 창조신화에 따르면 천지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태초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늘도, 땅도, 빛도, 그리고 형태도 없었다.
    오직 어둠에 싸여 있는 무질서한 혼돈의 바다만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천지가 창조되기 전의 상태인 카오스Chaos나 성서 구약의 창세기에서 신이 천지를 창조하기 전의 상태와 같았다.
    눈Nun이라고 불린 이 태초의 바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태양신 아툼Atum이 태어났다.
    아툼은 이중 왕관을 쓴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아툼은 혼돈의 바다에서 나와 제일 먼저 어
    두운 세상을 태양의 빛으로 밝힌 다음에 머무를 언덕을 만들었다. 벤벤Benben이라고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이 언덕이 이 세상에 생긴 최초의 땅이었다. 이 언덕에서 아툼은 불사조 베누Bennu bird의 도움을 받아 천지를 창조했다.


  • ▲ 창조신 아툼 (룩소르 박물관)
    ▲ 창조신 아툼 (룩소르 박물관)

    아툼은 남성이지만 그의 손은 여성이었다.
    남녀양성을 지닌 그는 자위를 하여 대기의 신 슈Shou와 물의 여신 테프누트Tefnut의 쌍둥이 남매를 만들었다. 이들 남매는 결혼하여 최초의 부부가 되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땅의 신 게브Geb와 하늘의 여신 누트Nut였다.
    일반적으로 신화의 세계에서 땅은 여신이고 하늘은 남신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반대로 하늘이 여신이고 땅이 남신이었다.
    아툼의 천지창조는 매우 순조로웠다. 그런데 뜻밖에도 게브와 누트가 이를 방해했다. 사이가 너무 좋았던 이들 남매부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붙어있었다. 떨어져 있어야 할 하늘과 땅이 항상 붙어있다 보니 태양이나 달이 지나 다닐 수 없었고 공기나 물이 있을 곳이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툼은 그들의 아버지 슈를 시켜 게브와 누트를 영원히 떼어놓게 했다. 슈는 양팔로 누트를 들어 올려 머리 위에 얹고 게브는 발로 밟아서 그의 다리 밑에 누워있게 하여 두 부부를 영원히 갈라놓았다.

    이렇게 해서 위로는 하늘이 생기고 아래로는 땅이 생겼다. 그제야 그 사이를 태양과 달이 지나다니면서 밤낮으로 천지를 비췄고 공기와 물이 흐르면서 모든 생물이 자랐다. 이렇게 천지가 창조되었다.
    그러나 게브와 누트는 몸은 떨어졌으나 손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때부터 하늘은 둥글어졌고 그 끝이 땅과 닿은 지평선이 생겼다. 게브의 분노가 솟구쳐 산과 바위가 되었고 누트의 눈물이 고여서 강과 바다가 되었다. 이때 이미 누트는 게브의 다섯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아툼은 더욱 못마땅하게 여겨 1년 360일 중 어느 날에도 누트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버렸다. 이를 가엽게 여긴 지혜의 신 토트는 시간을 관리하는 달의 신과 내기를 해서 이겨 달로부터 닷새를 따냈다. 이때부터 1년이 365일이 되었고 누트는 아툼과 관계가 없는 닷새를 이용하여 다섯 남매를 낳았다. 이들 남매가 후에 왕권 다툼을 한 신 오시리스Osiris와 세트Seth, 여동생이면서 그들의 아내인 여신 이시스Isis와 네프티스Nepthys, 그리고 자라는 도중에 없어진 늙은 호루스 하로에리스Haroeris였다. 오시리스와 이시스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후에 지상의 신왕이 된 호루스Horus였다.

  • ▲ 여신 이시스와 아들 호루스 (이시스 신전-아스완 필레 섬).
    ▲ 여신 이시스와 아들 호루스 (이시스 신전-아스완 필레 섬).


    헬리오폴리스의 천지창조 신화는 이렇게 끝난다.
    천지를 창조한 아툼·슈·테프누트·게브·누트의 다섯 신과 천지를 다스린 오시리스·이시스·세트·네프티스의 네 신이 고대 이집트 전역에서 숭배된 헬리오폴리스의 신성한 아홉 신Divined Ennead이다.
    아툼이 그 우두머리였다. 원시신 눈은 원시 상태의 바다로 있었을 뿐 천지창조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 때문에 그를 신앙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를 모신 신전도 없었다. 다만 모든 신전에 있는 성스러운 연못이 눈을 상징하고 있을 뿐이다.

    기파랑(02-763-8996)펴냄<이집트의 유혹> www.guipar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