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보다 중요한 것

    한국이나 미국 어디에서든 자라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비단 공부만이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 또한
    더 할 수 없이 귀하고 중요한 성장의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생기는 친구란 아이의 성장과정은 물론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이므로 공부보다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이 평범한 사실을 많은 경우 부모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특히 자기 그룹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나이에는 부모나 형제보다 친구가 더 좋고, 친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정도가 됩니다. 따라서 내 그룹이다 아니다 하는 편가름이 심하고,
    내가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이 아이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줍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친구와 어울려 지낼 정도가 되어, 학교에선 강의 시간마다
    같이 몰려 다니고 점심시간은 물론 방과후 운동 시합을 하든 맥도널드에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가든 극장 구경을 가든 어디를 가든지 그림자처럼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것이 나의 'buddy' 단짝친구들입니다.


  • "my buddy"

    우리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첫 날 아침에 학교 가기전 친한 친구들이 미리 다 한곳에 모여 같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습니다. 이유인즉 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싸움을 걸어
    올지도 모르니 친한 'buddy'들끼리 똘똘 뭉쳐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그룹의 친구가 있다는 것, 이것이 사춘기를 지내는 아이들에게 절대적
    으로 필요합니다.
    이 나이에는 '다르다'는 것에 공포를 느낍니다. 다르다는 것에 자신감을
    잃기 쉽고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짝 친구들끼리는 옷도 비슷비슷
    하게 입고 책가방등 소지품조차 비슷비슷한 것을 사용합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붙어살다시피 하다가 귀가하는 즉시 휴대폰을 잡고 하루
    종일 지낸 그 친구들과 또 통화를 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아이들과 실랑이도 합니다.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라"

    이때 부모가 좀 귀찮더라도 현명한 부모라면 아이의 친구들을 자주 집에
    드나들게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애가 누구누구와 어울려 지내는지 훤히 알
    수 있고 어쩌다 밤늦게 들어오지 않을 때, 그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면 아이
    의 행방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귀찮다고 자녀의 친구들을 집에 오지 못하게 하면, 무엇보다 내 아이
    의 행동범위를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답답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춘기때 친구들, 내 그룹이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데,
    어느 날 갑자기 미국학교에 입학한 한국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교실에서도 점심시간 식당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늘
    혼자입니다. 어쩌다 말을 걸어오는 아이가 있어도 잠깐일 뿐, 어느 그룹도
    이 아이를 자기 그룹에 끼어주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buddy'로
    여겨주지 않는 것입니다.

    두터운 벽 'in group'

    이럴때 이 아이 생활은 투명인간 같은 생활이 계속됩니다.
    있어도 없는 듯, 교실에서 교실로 도서실로 조용 조용히 옮겨다니다가
    기숙사나 숙소에 돌아와 잠을 잡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생활 속에서 아이는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매사에 쭈뼛거리고 소극적이 되며 눈치를 보게 되는
    성격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때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온지 1,2년 안에 우등생이 될 정도로 공부를 잘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 해서 반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는, 다시 말해 으로 생각해주는 존재가 되느냐하면
    그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외톨이 우등생...신학교로 가다

    실제로 이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괴짜'라고 불리는 그 아이는 늘 혼자였
    습니다. 온종일 아무하고도 말을 안하고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말을 걸어도 어색할 정도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는 듯 싶었습니다. 그 아이가 졸업할 때, 전교에서 1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졸업후에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되기로 작정했다고
    했습니다. 신학교를 택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도 아이 자신도 전혀 목회자의 길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 아이가 가장 예민한 사춘기를 혼자 지내면서 겪은 미묘한 갈등과 심적
    고통이 신학교를 택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성적 만 챙기는 부모님들

    20여년간 학생들을 현장에서 가르치며 경험으로 느낀 것은,
    똑똑하고 예리한 아이일수록 고립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1등 컴플렉스를 가지고 유학 온 아이들일수록 미국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든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공부는 그저 중간정도 하면서 친구관계가 원만한 아이들,
    성격이 낙천적이고 쾌활한 아이들이 친구도 빨리 사귀고 반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유학 간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고 기뻐하는 부모님들,
    물론 기뻐해야 할 일이지요.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사춘기, 그 시절을 어울리는 친구들도 없이 혼자 외톨이로 보내게
    된다면 그 아이의 성격도 달라지고 따라서 진로도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 관계야말로 공부 그 자체보다 훨씬, 훨씬 더 중요합니다.
    성적이 우수하다고 오직 그것만 기뻐하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은 멀리 유학간 자녀가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고 지내는지 여부,
    친구 관계와 방과후 취미 활동등에 깊은 관심을 기울려야 합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