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중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 등 3명이 자신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연예계에 이른바 연예인-소속사 간 '노예계약'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21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중앙지방법원(민사합의50부)에서 이들 세 멤버가 제기한 신청에 대한 1차 심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양측 변호인단(SM 측, 법무법인 태평양 / 3멤버 측,  법무법인 세종)은 ▲13년에 이르는 계약기간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다 ▲음반 수익 분배가 불균형적이다 ▲화장품 사업 등 개인사업에 대해 소속사가 지나친 개입을 하고 있다는 등 3멤버의 종전 주장과 함께, 이에 대한 SM 측의 ▲정산 때마다 멤버들의 사인을 받았고 수익 배분은 정확하게 이뤄졌다 ▲해외활동을 감안해 국가별로 계약기간을 설정해 13년이 된 것이라는 반박을 고스란히 되풀이 하며 지리한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SM 측은 시아준수의 '가불 문제'를 처음으로 들고 나오며 이번 계약분쟁 사태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SM측은 "시아준수는 지난 7월 15일 4500만원을 가불해 간 사실이 있는데 이는 동방신기와 SM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일이므로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멤버들과의 합의하에 수익 배분이 이뤄졌고, 필요할 시 '가불' 등의 방법으로 융통을 발휘해왔다는 주장으로, 기존 "정산 때마다 멤버들의 사인을 받았다"는 주장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3멤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SM의 주장에 시아준수 본인이 황당해하고 있다"면서 "4500만원을 가불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단지 세금 문제 정산을 위해 받았던 돈"이라고 일축했다. 또 "이날 법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말하는 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양측의 견해를 들은 재판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양자간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수많은 팬들에 대한 공인으로서의 책임과, 나머지 멤버들에 대한 의리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양측의 조율이 잘 돼서 이번 분쟁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합의를 권고했다.

    또 재판부는 "필요하다면 비공개를 원칙으로 '조정기일'을 따로 잡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분쟁의 조기해결을 바라는 양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심리는 열지 않고 내달 11일까지 추가 서류를 받아 검토한 후 판단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같은 재판부의 '합의' 권고에 대해 3멤버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일부 언론을 통해 "처음이라면 모를까, 지금에와선 양측간 입장차이가 너무 커 합의가 쉽게 될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합의 이전에 SM에서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총 수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 멤버들은 알고 싶어한다"며 "SM에서는 여러가지 비용을 제한 수익만 얘기하지 말고 전체 수익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마디로 계약서와 수익 내역의 '완전 공개' 없이는 SM과 어떠한 합의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심리를 통해 동방신기의 해체 가능성도 짙게 배어나왔다.

    양측 변호인단은 동방신기의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세종은 "SM 측의 획기적인 수정안이 나올 경우 동방신기의 존속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종은 "그룹 신화처럼 소속사가 달라도 같이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동방신기라는 그룹 활동과는 별도로 SM과의 결별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태평양은 "이번 소송 건으로 SM이 16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보게됐다"며 "동방신기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분쟁이 조속히 마무리 돼 동방신기의 활동이 재개됐으면 한다"고 밝혀 전속계약 유지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대해 연예 관계자들은 남아 있는 멤버(유노윤호, 최강창민)들을 고려할 때 SM이 이들 세명의 멤버와 재계약을 맺기란 '형평성 차원'에서 볼 때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동방신기란 이름은 존재하되 소속사가 둘 인 기형적 구조로 갈 공산이 있고, 이같은 형태가 지속되다 보면 결국엔 동방신기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