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중학교

    13살이 되면 '강압적'이 안통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1학년이든 8학년이든 누구든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뚜렷한 목적을 알아야 하겠지만, 13살 정도의 아이들, 특히 중학생들은 이 목적의식이 확고해야만 합니다. 대개 이 목적의식이 확실한가 아닌가에 따라 공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6학년까지는 선생님 또는 학부모가 어느정도 강압적인 자세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7,8학년쯤 되면 이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공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나이가 되면 강압적으로는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학생 본인의 목적의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학업 수준이 결정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갑자기 열등생이 된다든가 또 그 반대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되지 않는 한,  13살 정도에서 그 학생의 수준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 13살에 목표가 정해져야

    그러므로 13살에서 15살 사이에, 즉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하고 공부하는 태도와 습관이 몸에 배어들어야 합니다. 목표와 목적의식이 뚜렷한 학생, 이때서야 자신의 장래를 위해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생깁니다. 반면 목표가 없는 학생은 막연하게 친구들과 여기저기 몰려다니거나 텔레비전 앞에서 몇 시간씩 보내며 시간 낭비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B. 고등학교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대부분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군내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사립학교의 경우엔 물론 학군에 관계없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지만, 사립학교는 대부분 입학 시험제도가 있습니다.

    고등학교에도 영어-수학등 교실이 여러개 있습니다. 가장 수준이 낮은 그룹에서 높은 그룹으로 나뉘어집니다. 가장 수준이 낮은 그룹의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면 'Remedial Class'라는 더 쉬운 수준의 교실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 교실에서도 못 따라갈 정도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정신과의사나 심리학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감정과 상담을 거쳐, 특별 교육이 필요한 LD(Learning Disability)로 판정이 나오면 특수교육을 받습니다.

    '토론 문화'---상대의견을 존중하는 훈련

    고등학교에서는 사회 생활이나 역사를 공부할 때 토론시간을 갖습니다. 이 토론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발표 능력을 키웁니다. 특정 주제를 설정해 놓고 학생들이 두 편으로 갈라집니다. 일단 어떤 편에 소속되면 개인의견과는 상관 없이 자기 소속팀의 주장을 펴기 위해 자료수집을 시작합니다.

    각 팀은 준비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을 합니다. 이때 주장하는 바가 논리적이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내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발표한다면 그것은 토론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역사상의 기록이라든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빙 자료를 갖고 토론하는 것이지, 감정적이거나 주관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상반되는 의견일지라도 상대방의 논리가 정연하면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 학생들은 이 토론 훈련을 통해 자기의견을 논리적으로 펼 줄 아는 발표력을 기르게 되고, 토론은 서로간의 감정대립이 아니라는 올바른 토론 문화를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C. 유급제도

    초등학교부터 '낙제' 실시---1년에 3천명도

    초등학교에도 유급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도 각 주 교육청이나 시 교육청에 따라 조금씩 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주로 4학년과 6학년 그리고 8학년에서 유급이 적용됩니다. 8학년에서 성적이 부진해 졸업을 못할 경우, 학기가 시작되기 전 여름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도록 합니다. 보충수업을 받고 나서도 여전히 진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나쁘면 8학년에 유급합니다.

    한 예로, 1997년 시카고 공립학교의 경우 초등학교 8학년 학생들 중에 4만여명이 여름학교에 다녔으며 그들중에 9학년(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학생 수가 3000여명에 달했습니다.

    '동네 창피하다' 펄펄 뛰는 한국인부모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진급하기 힘들 정도로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 중에 한국 학생이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은 그를 유급시키기로 생각하고 부모와 상담을 했습니다. 부모는 낙제는 안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낙제만은 안된다고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담임은 아이 자신을 위해서 이대로 진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설명했습니다. 지금도 공부를 따라가기 힘든데 진급을 하면 아이가 완전히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될 터이니 아이를 위해서 3학년을 한번 더 시키자고 설득했지만 부모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이 한국아이라서 그 담임은 나에게 도움을 청했고, 나는 그 부모를 만나 대화를 했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과연 어떤 길이 자녀를 위하는 길인지 고심하기보다 우선 '자기가 망신스럽다'는 데 더 흥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낙제할 경우 너무 창피해서 같은 동네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엄마를 설득시켜 아이를 유급시켰는데, 그 아이는 1년을 더 공부하면서 몰라 볼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유급을 통해 실력이 좋아지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발달상 늦게 깨우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는 유급 제도는 나쁜 것이 아니고 크게 도움이 됩니다.

    D. 특수교육

    정상 아동의 집중력 훈련

    미국 학교에는 여러 분야의 특수교육이 있습니다. 수학, 영어, 과학, 예능 계통의 재능 교육이 실시되는가 하면 실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또한 다양합니다. 신체적 장애는 물론 정신적 장애도 다 특수교육에 포함됩니다. 특수 교육을 받아야하는 학생들이 몇 명 안될 경우에는 같은 학군 안에서 한 학교를 지정해 그곳에 모아 지도합니다. 특수교육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특수 교육이라 하면 정신지체아나 문제아동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중에는 그런 장애아들보다 LD(학습능력부족)학생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LD학생들은 정신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들이지만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입니다. 학업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고 한두 과목만 유난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떨어지는 과목 외에는 우등생 이상으로 성적이 좋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IQ도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노력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말썽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어떤 과목은 전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이해를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를 가르치기 전에 집중력을 훈련시키는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집중력을 길러 주면서 개인 지도를 하듯이 도와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문제아'는 부모와 교사가 만든다

    정서 불안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가정 환경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부를 썩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성적이 뚝뚝 떨어지는 경우, 상담을 해보면 거의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다든가, 부모가 이혼을 했다든가, 형제 중에 누군가가 사고를 당해 죽었다든가, 이런 경우에 흔히 성격에 따라 정서 불안 증세가 나타납니다.

    성격이 너무 과격해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도 LD로 분리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어렸을 때부터 심하게 매를 맞으며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흔히 '문제아'라고 불리는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불우한 가정환경의 희생자라고 하겠습니다.

    '문제아'. 문제아를 자녀로 둔 부모도 힘들고 불행하지만 문제아 자신이야말로 참으로 불행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고 반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경우 문제아는 부모나 교사가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때리기 때문이고 교사는 말썽꾸러기라고 정신적으로 학대하기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로 태어나는 아이는 유전적인 특별 케이스가 아닌 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문제아는 일단 그 부모를 만나 보면 어느 정도 아이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부모들을 많이 만나 봐야 한다." 교직에 있을 때 가끔 유난히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이 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 특별활동

    시각적 아이, 청각적 아이, 촉각적 아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되면 특별하게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무엇인지 대충 윤곽이 잡힙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 아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 말입니다. 그러자면 아이가 '시각적'인 아이인지, '청각적' 또는 '촉각적'인 아이인지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인내심도 별로 없고 집중력도 별로 없는 촉각적인 아이를 피아니스트로 만들겠다는 것이 부모의 꿈이라면, 아이도 부모도 굉장히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앉아서 피아노
    연습을 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고로 좋은 선생님, 최고로 좋은 피아노, 모든 조건은 최상급인데 아이는 발전이 없습니다. 이런 가정은 아이의 피아노 레슨 때문에 부부 싸움이 잦아지기도 합니다. 아이가 싫다는데 왜 시키느냐는 의견과 아이가 싫어 한다고 그만둘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게 됩니다. 이 사이에서 아이는 죄의식을 느끼기 쉽습니다. 나 때문에 부모가 싸운다는 죄책감입니다.

    피아노 레슨을 몇달 동안 계속했지만 영 취미가 없어 보이면 다른 악기를 해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피아노에는 흥미가 없지만 다른 악기에는 흥미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피아노 레슨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악기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

    실제로 이런 엄마가 있었습니다. 이 엄마는 자기 친구들 자녀처럼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싫다는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 연습을 시킬때도 옆에 앉아 지켜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여섯달도 더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피아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흥미가 없으니 자연히 연습도 진전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아이는 어느 날 피아노 대신 트럼펫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자가 트럼펫?" 엄마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가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것이 신통해서 트럼펫을 시작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나 다들 성인이 된 지금, 다른 아이들은 중간에 피아노를 그만 두었지만 트럼펫을 배운 아이는 지금도 트럼펫을 즐겨 붑니다.

    특별 활동은 본인이 좋아서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운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반드시 본인 의사에 따라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여자 아이가 장애물 경기에 태권도까지

    나의 둘째 딸애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그러잖아도 기계 체조에다 치어리더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아이였습니다. 한데 또 운동을 하나 더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여느 운동도 아니고 장애물 경기였습니다. 장애물 경기는 대체로 백인 학생들도 흑인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든 운동입니다. 한데 키도 작고 몸집도 훨씬 작은 동양 여자 아이가 왜 하필이면 장애물 경기람.... '좀 고상한(?) 테니스 같은 운동이나 하렴'
    이 말이 올라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이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딸 아이가 원하는 것이니 말라지는 않았습니다.

    큰 딸애는 피아노, 테니스등 그야말로 엄마가 좋아하는 과외활동만 골라 했고, 둘째 딸은 기계체조, 치어리더, 장애물 경기, 심지어 나중에는 태권도까지 엄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활동만 골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째는 장애물 뛰어넘는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기계체조 선수로 우승까지 해서 학교 체육관 벽에 '학교를 빛낸 졸업생'으로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엄마, 내 사진이 지금도 걸려 있어요. 영원히, 영원히, 내 사진이 학교 체육관에 걸려 있을 거야."10주년 동창회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엄마, 나는 장애물 경기와 기계체조를 하면서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어요. 무엇을 하든 끈기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엄마, 생각나요? 장애물 경기를 하다가 넘어져 이마에 피가 났었잖아요. 그래도 나는 기권하지 않고 일어나 뛰었지요."

    그랬습니다. 딸애 사진이 신문에 실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등을 해서만이 아니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린 그 스포츠정신 때문이었습니다. 태권도를 배워도 그냥저냥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검은 띠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그 정신. 바로 그 정신 때문에 딸애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도 무한한 긍지를 느끼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할 수 있는가?" 이런 반문을 하기 전에,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자체를 고마워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