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미국의 교육전쟁 선언과 교육제도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들이 21세기를 위한 청사진으로 경제전
    쟁, 정보전쟁을 논하고 있는 반면, 교육학자들은 교육전쟁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Vanderbilt대학의 Chester Finn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10여년전에
    벌써 교육전쟁을 선포했고 그 대비책을 강구하는 일이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한 미국의 문제라고 경고합니다.
    교육정책의 개혁없이는 미국이 앞으로 100년간에도 현재와 같은 세계 최강국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교육전문가들이 보는 미국의 미래 교육상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 21세기에는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평균 수준과 교사들에게 기대하는 질적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
    b.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보다 기술학교 등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진다. 그 이유는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일반적인 대학교육보다
    전문분야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c. 21세기에는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일생을 통해 평생교육을
    받아야 살아 남는다.
    d. 각 분야에서 요구되는 외국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다양하게 된다.
    e. 아이들이 3살부터 프리스쿨에 다니게 된다.
    f. 미국 가정의 맞벌이 부부가 75%를 넘는다.
    g. 컴퓨터 사용이 시골까지 일반화 된다.

    어느 사회든 진정한 개혁을 이룩하려면 교육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교육정책의 혁명 없이는 연구단체들이 아무리 많이 생겨도 본질적인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교육전쟁을 부르짖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우리야말로 그 무엇보다 교육 개혁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세계화 합시다"라는 구호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칩시다" 한다고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선진화로 갑시다"라고 외친다고 말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이 존중되지 않는 평준화 교육.
    한국 교육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우리 교육의 당면 문제가 무엇인지 다 한마디씩은 할 줄
    압니다. 문제는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알면서도 정부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나 누구도 실천의지와 용기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기서 미국의 교육제도와 교육환경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교육환경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 혁신을
    외치는 소리가 드높은 미국의 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좋은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하기 때문
    입니다. 우선은 모방이라도 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외국 기술을 10배로 늘려 도입
    하고 그것을 모방해야 한다"고 한국과기협 회장이 언젠가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육 현실을 개혁하는 방법은 우선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모방할 것이 있으면 모방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가. Primary, Intermediate, Upper Grade

    미국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입니다.
    의무교육을 받을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법에 위배됩니다.
    학교에 무단결석을 하는 경우, 교육청 직원이 가정 방문을 하는 등 거기에
    따른 조치가 취해집니다. 의무교육을 받아야할 아이들이 방치된다든가,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가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아동보호국에서 감시하고 법으로 다스립니다.
    친부모라 할지라도 자녀를 정상적으로 키울 자격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서
    판정되면 정부 기관에서 보호합니다.
    미국의 학교 제도를 이해하려면 우선 각 주에 따라 제도나 실행방침이 약간
    씩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를 유치원에서 5학년까지, 중학교를 6학년에서 8학년까지,
    고등학교를 9학년에서 12학년까지로 구분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유치원에서 8학년까지를 통틀어 초등학교로 구분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8학년까지를 초등학교라 할 때, 1학년에서 3학년까지를 초급(Primary),
    4~6학년을 중급(Intermediate), 7~8학년을 상급(Upper Grade)라 부릅니다.

    A. 초등학교

    미국학교는 초등학교가 유치원반부터 시작됩니다.
    최근에는 유치원에 앞서 다니는 프리 스쿨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직장을 가진 주부들이 늘어나는 탓도 있지만 공부는 빠를 수록 좋다는
    설이 설득력있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반은 주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있습니다. 학생은 대개 한반에
    20명 안팎이며 사립학교는 15명 이내로 규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유치원반에서는 알파벳 익히기, 숫자 10까지 세기, 색깔 구별하기등 기초
    공부를 하면서 줄서기, 질서 지키기 등 공동생활의 기본 예절 교육을 시작
    합니다.

    화장실은 유치원 교실 안이나 교실 바로 곁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이들은 아무때나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선생님이 일정한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길들입니다. 이것은 규칙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시간관념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화장실 사용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선생님이 지도합니다.
    유치원에 들어오기 전에 각가정에서 손 씻는 습관을 갖게 부모들이 지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길들여집니다.
    유치원에서는 매일같이 선생님이 책 읽어주는 시간이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시간, 그림 그리는 시간, 노래 배우는 시간, 율동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글자 쓰기나 숫자 배우는 시간보다 더 많습니다.
    5살짜리 아이는 아직 글자를 칸 속에 반듯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모자라므로, 줄 위나 칸 안에 글자를 써 넣도록 지도하기 보다는
    글자나 숫자를 알아보는 지도에 치중합니다.
    숫자를 가르칠 때도 장난감 공이나 구슬, 나무토막 같은 실제 물건을 사용
    하여 1부터 10까지 숫자 개념을 가르칩니다.
    글자 쓰기, 책 읽기 등 아직 능력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아이에게
    지나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뿐아니라 아이로 하여금 학교를 두려워
    하고 싫어하는 요인이 되기 쉽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지
    공부 자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교사를 어느 학년 교사보다 중요시 합니다.
    인생에서 처음 시작하는 학교 생활, 이때 학교를 싫어하느냐 좋아하느냐에
    따라 공부를 못하는 아이와 잘하는 아이로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Show and Tell" 같은 시간을 통해 상상력과 구두
    발료력을 익힙니다. 아동들은 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 장난감 등을
    봉지에 담아 옵니다. 눈을 감은 아이는 봉지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어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 맞추는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1학년부터 능력위주로 그룹별 지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수업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입니다.
    물론 이것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도방법은 개인 능력 위주가 됩니다.
    교재도 학생의 능력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특히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수준 차이는 대단합니다.
    한 교실에 학생이 20명인 경우 보통 세 그룹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책을 술술 잘 읽는 그룹, 잘 읽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아는 그룹,
    그리고 아직 알파벳 소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룹.
    선생님은 한 그룹을 지도한 다음, 학생들이 합습지를 익히는 동안 다음 그룹
    을 지도합니다. 한교실에서 선생님은 세 학급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영어와 수학을 이렇게 그룹별로 지도하고 그 밖의 과목은 다 함께 합니다.
    초급반에서는 영어든 사회생활이든 Oral Reading을 많이 합니다.
    Oral Reading이란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로 6학년까지
    계속됩니다. 학교에 따라서 8학년까지 계속하는 곳도 있습니다.

    화장실 사용은 물론, 물 마시는 시간, 노는 시간, 점심 시간, 그리고
    교실을 바꿀 때마다 학생들은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서서 이동합
    니다. 학생들이 줄을 서서 이동할 때마다 선생님은 항상 함께 움직입니다.
    노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선생님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지정 구역을 담당합니다.
    학생들은 등교해서 집에 돌아갈때까지 선생님의 감시 또는 보호 없이
    따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있는 곳엔 항상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아동들이 자기네들끼리 운동장으로 몰려 나간다든가,
    방과 후 자기네들끼리 건물 밖으로 나간다든가 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아동들은 아침에 학교에 와서 집에 가는 시간까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줄 서기를 해야합니다.

    '잠을 자다가 일어나도 줄서기를 하겠네!'
    미국에서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받은 인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줄 서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상시 연습을 합니다.
    그 때는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와서 연습을 실시합니다.
    비상종이 울리면 제한된 시간 안에 전교생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나가지 못하면 여러번 반복 연습을 합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학생들은
    비상시에 당황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대피할 줄 아는 습관을 익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에도 반드시 줄을 서서 이동하는 훈련이지요.

    초등학교마다 수준에 따라 교과서가 다르다

    미국 학교에는 국가에서 지정 또는 선택해 주는 문교부 지정 교과서라는
    것이 없습니다. 각 주의 교육청이나 시 교육청에서 일률적으로 지정해주는
    교과서도 없습니다.
    대부분 각 학군별로 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로 구성된 교재 선택위원들이
    선택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교에서는 아예 각 학교별로 자기네 학생들
    수준에 맞는 교재를 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같은 학군에 다니고 있는 학생일지라도 학교마다 교재가
    똑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제도 계속)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