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 영어와 사투리 영어

    영어교육.
    원어민 강사가 해답일까요?
    이 질문 또한 엄마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특히 작은 마을에 사는 엄마들일수록,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해 굉장히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어민이라는 말 자체부터 실은 애매합니다.
    원어민이라면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을, 어느 지역 사람을 뜻하는 말일까요.
    영국 사람들을 일컫는 것일까요? 미국 사람들을 일컫는 것일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은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영국과 유럽 각지에서 건너 와
    인디언들과 충돌을 거쳐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것입니다.
    어쨌든 간에, 엄격한 의미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라면 영국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영어가 영국 언어니까요.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원어민 영어선생님이라면 흔히
    미국 태생 백인을 가리킨다 하겠습니다.
    미국 태생이면 다 영어를 표준 발음으로 구사하는가?
    미국 태생 한국인. 그도 분명 미국인입니다. 이란 사람도, 이태리 사람도, 베트남 사람도,
    인도 사람도, 중동사람도 미국 태생이면, 더 나아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면 다
    미국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종족에 따라 같은 영어라 해도 발음과 억양이 조금씩 다르게 됩니다.
    게다가 미국의 면적은 어림잡아 우리나라의 100배도 넘습니다.

  • '미수다'에서 영호남 사투리 잘하는 외국미녀들

    잠시 이런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미국 사람 또는 유럽 사람이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웁니다.
    한국인 선생님에게 1년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식당에 가서 혼자 음식을 주문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토박이 말을 쓰는
    지방출신 이었습니다. 이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은 어떨까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프로그램을 보신 분은 느끼셨겠지요?
    그렇습니다.
    한국처럼 작은 땅 안에서도 지방에 따라 억양과 발음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처럼 넓은 나라에 지방어 또는 토박이말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나의 경우 미국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고 또 미국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20여년 했지만
    지금도 미국 남부 억양은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만큼 남부지역은 같은 말도 발음과 억양이 독특합니다.
    미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는 엄마는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백인이라고 다 표준 발음을 구사하는게 아니라는 것, 토박이 억양, 사투리로 영어를 1,2년
    배우고 나면 나중에는 교정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요.
    혹여 비씬 과외비 내가면서 내 아이에게 고치기 힘든 사투리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원어민 강사 선택에 있어 엄마들은 정말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과외비 양극화'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과외비가 매월 2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라며
    상상을 초월한 양극화라 했습니다. 도대체 1000만원 과외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며
    그 돈을 받고 가르치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원어민 강사에게 내 자녀를 보내기 전, 학원에서 그 강사에 대한 약력을 미리 공개하지 않으면
    엄마가 학원 책임자에게 또는 직접 강사에게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Where did you come from? 어디서 왔습니까?
    만약 선생님이 미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What state? 어느 주? What city? 어느 도시? 정도를 물어봅니다.
    Where did you get your degree?
    어느 학교에서 학위 받았는가?(대학졸업자인지 확인하는 것)

    내가 강연장에서 이런 말을 하면 엄마들이 그런 사적인 것을 어떻게 물어보느냐고 합니다.
    민망해서 물어보지 못하겠다는 엄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질문이 실례가 아니냐고 합니다.
    '애인이 있느냐' '봉급이 얼마냐' '자동차는 얼마짜리냐' '몇평짜리 아파트냐'
    이런 질문들은 분명 실례가 되는 사적인 질문들입니다.
    여담이지만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남에게 사적인 질문을 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인데도 오직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미주알고주알 캐묻기 일쑤입니다.
    미국 학교에 있을 때, 때로 교사 월급이 얼마인가 묻는 사람,
    그런가 하면 동네 구경을 하다가 우리집이 한국사람 사는 걸 알고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얼마짜리 집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면 사적인 질문은 실례입니다.
    하지만 내 자녀를 가르칠 선생님에게, 더군다나 외국인에게
    출생지 성장지와 최종학력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질문입니다.
    아기를 돌봐주는 아줌마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파출부도 신원조회를 합니다.
    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에 대한 인적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자녀를 맡길 수 없는 일입니다.
    그가 영어를 구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귀한 자녀의 영어 선생님로 정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입니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로 읽은 한국 원어민에 대한 기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욕설을 가르친다는 원어민, 마약을 상용한다는 사람, 심지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대목에 이르면 한심하다 못해 분노를 참을 길 없었습니다.
    어떻게 한국의 학원들이 그 정도로 무책임한가, 학부모들은 왜 학원만 믿거라 하고 방관하는가,
    당장 그 학원에 달려가서 원어민들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영어를 배우려다가 큰 피해를 당하는 자녀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은 역시 부모입니다.

     억양이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려는 미국인들

    몇 년 전 대전에서 강연할 때였습니다.
    내가 원어민 교사에 대해 이야기 했을때 앞줄 엄마가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들이 둘입니다. 둘 다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 공부한지가 1년이 넘었는데,
    얼마 전에 하는 말이 새로 오신 선생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엄마는 내 이야기로 몹시 당혹스러웠던지 얼굴이 발개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1년간 가르친 선생님이나 새로 온 선생님이나
    둘 중에 한사람은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심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Smithsonian이라는 잡지에 '지방어'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타이틀이 "Say What?" 뭐라고? 입니다.
    "네가 하는 말을 나는 알아듣지 못하겠다. 도대체 넌 지금 어느나라 말을 하는거냐?"
    이런 의미입니다. 미국 사람들도 자기와 억양이 같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미국 안에서도 이렇게 발음과 억양에 따라 서로를 구별하고 차별까지 합니다.
    "호주, 캐나다 출신 선생님은 어떤가?"고 묻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건 부모님 스스로가 결정할 일입니다.
    호주 사람은 호주식 발음의 영어, 캐나다 사람은 캐나다식 발음의 영어를 합니다.
    영어는 분명 영어지만 영국사람 발음이 미국사람 발음과 다르듯이 호주나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두나라 모두 넓고 넓은 나라입니다.

    뉴욕에서 시카고까지...그리고 큰 TV 뉴스맨들

    그럼 미국의 어느 지역 억양과 발음이 가장 표준어입니까?
    미국이 영국에서 건너 온 사람들로 시작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시작은 동부입니다.
    그래서 동부 영어가 영국식 영어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식 발음이 가장 표준 발음인가? 미국에선 동부 영어가 표준어인가?
    여기에는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 역시 영국어가 영어의 원조니까 미국에서도 동부 영어가 표준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요즘 세상은 미국이 경제 정치 과학 문화 교육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발음이 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다 하겠습니다.
    미국, 어느 지역 영어가 미국식 영어의 표준어인가?
    굳이 지역으로 구분한다면 미 중북부에서 동북부까지에 이르는 지역의 영어 발음이
    일반적으로 무난한 미국식 영어 발음이라 하겠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 중요 텔레비전의 뉴스 맨들이 쓰는 영어가 미국식 영어의 표준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현직 영어교사들에게 영어교수법과 영어교육론을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회화시간을 담당한 외국인 강사들의 질이 수준 미달인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한국어 선생님이 될 수 없듯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영어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원어민 강사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와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확인하고 나서 자녀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유미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