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간이 태어나 자라서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달을 향해 날아가는 로켓이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지구에서 쏘아 올린 로켓이 다 달에 도착하는 게 아닙니다. 성공적으로 달에 도착하는 로켓도 있고, 달에 도착하지 못하고 공중분해되는 로켓도 있습니다. 그 무엇이 성공하는 로켓과 성공하지 못하는 로켓을 만드는 것일까요?

  •  로켓은 삼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단계 큼직한 로켓은 지구 밖으로 나가 해체됩니다. 1단계 로켓의 임무는 지구의 인력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2단계 로켓의 임무는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여 3단계로 로켓이 목표를 향하여 날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그것 또한 공중 해체됩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 3단계 로켓이 드디어 달에 착륙합니다. 3단계 로켓이 달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1단계, 2단계 로켓이 제 임무를 충실하게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엄마들, 특히 지금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 2단계 로켓입니다. 여러분의 어머니, 할머니가 1단계 로켓입니다. 그 분들은 한국이 처한 온갖 불우한 환경, 전쟁과 가난을 몸소 겪으면서 자식들을 키우셨습니다. 의식주 해결 문제가 삶의 최대 과제이다시피 한 현실 속에서 오직 자식 하나 잘되라고 인생을 바쳐온 세대가 바로 여러분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입니다. 그 시절의 가난은 여러분이 상상하기조차 힘들 그런 가난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6.25때 피난 시절을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북한인민군들에게 잡혀가 감옥에 가셨고, 어머니 혼자 다섯 자식을 이끌고 피난을 떠나셨습니다. 열 두 살짜리를 맏이로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었습니다. 낮에는 마을에서 국군이 들어오고 밤에는 산에서 북한군이 내려오는 외딴 시골마을, 집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뒤에는 밤나무 산이 우거진 곳이었습니다.

    문간방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주인집 아이들이 먹는 군것질이 먹고 싶어 늘 징징댔습니다. 이런 철부지 다섯 자식을 위해 때로 엄마는 비단 치마를 가지고 수십리 길을 걸어 읍내에 나가 참외나 과자 같은 것을 바꿔 오시곤 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굶주림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먹을 게 없어서 시래기 죽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나 미국에 왔을 때, 피난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피난 시절에 참외를 먹고 과자도 먹었다니 참 호강하셨습니다. 나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저녁때면 냉수를 한 사발 마시고 잠들곤 했지요.” 그랬습니다. 그 시절,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들은 자식들 끼니 굶기지 않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시피 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외할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외할머니는 아주 젊었을 때 과부가 되어 큰 딸인 나의 엄마 집,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사셨습니다. 큰 딸이 시집가기 전부터 교사 생활을 하면서 남동생을 대학까지 공부시키는 등,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한 것이 고맙고 또 출가한 딸 집에 얹혀 사는 게 미안해 할머니는 늘 부엌일을 도맡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결혼 후에도 계속 학교와 방송국에 나가셨기 때문에 사실 나를 비롯한 우리 다섯 형제들은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다시피 했습니다.

    외할머니는 참 부지런하셨습니다. 새벽이면 싸리 빗자루로 대문 밖을 말끔히 쓰셨습니다. 우리 집뿐 아니라 옆 집 마당까지 그렇게 쓸어 놓으셨습니다. 지금도 눈앞에 선한 장면은 겨울에 개울로 빨래하러 가시는 모습입니다. 깔끔한 성품의 외2외할머니는 손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내 놓는 더러운 빨래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손수 하셨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얼어붙어 있는 개울로 가셔서 해 오신 것입니다.

    1950년대 중반만 해도 수돗물이 귀했습니다. 물이 나와도 시간제로 나왔기 때문에 물장수가 물을 길어 나르던 시절입니다. 얼음물에 손녀들의 빨래를 빨아 오시는 할머니 손은 새빨갰습니다. 그렇게 새빨간 손이 나중에는 보라색으로 변하며 퉁퉁 부어오르기도 했습니다.

    물장수라고 불리던 산동네 아주머니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물이 귀하던 그 시절, 산동네 아주머니들은 물장수를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마흔도 채 안된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있었으니까요. 무거운 물 통 두 개가 달린 지게를 걸머메고 북아현동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여성.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 네 번, 그리고는 또 다른 집의 물을 나르던 여성. 그렇게 중노동한 댓가가 얼마였는지 알 수 없지만, 돌아갈 때면 묵은 김치나 찬밥을 한 보시기 얻어가던 모습 또한 선합니다.

    나의 외할머니처럼 그 시대를 산 많은 여성들이 마치 중노동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렇게 고생하며 살았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온갖 고생 속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 또한 많을 것입니다.

    2단계 로켓은 지금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2단계 로켓의 임무는 로켓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가 목적지인 달에 도착하게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가도록’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 돈과 정성을 다 바쳐도 올바른 방향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영 딴 길로 가버리고 맙니다.

    ‘올바른 길’이 과연 무엇인가. 이것을 아는 것이 엄마의 지혜입니다.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라고 잘못 해석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것은 엄마 마음대로 결정하고 강요한다는 뜻이 아니겠지요.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 다시 말해 재능이 무엇인가를 발견하여 그 재능을 키워나가도록 밀어 주고, 아이에게 “나는 반드시 쓸모 있는 인간이 되겠다.”는 자기 존중심, 그런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엄마의 이상형을 정해 놓고 아이를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면 마찰이 생깁니다. 아이의 개성을 무시한다든가, 일거일동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 아이는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쉽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정해주고 아이는 엄막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경우, 그 아이에rps 분별력도 창조성도 희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1950년 대 중반, 미국은 그 시절만 해도 백인, 흑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구별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백인 위주 학교에 다니는 흑인 학생은 “맞아죽을 각오”로 백인학교에 다녔다고 회고했습니다. “왜 맞아 죽을 각오까지 하면서 백인 학교를 다녔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비전이 있었다. 내 부모님은 나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 주셨다.” 자녀에게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바로 이것이 달나라에 도착하는 로켓과 도착하지 못하는 로켓의 차이인 것입니다.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가치관은 말로써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엄마라면 아무리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심어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를 올바른 궤도로 인도하는 2단계 로켓이 되려면 우선 엄마 자신부터 의식의 개혁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 paradigm shift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 건가? 엄마의 여성관이 변해야 합니다. 엄마의 인생관이 변해야 합니다. 엄마의 가치관이 변해야 합니다. 엄마의 세계관이 변해야 합니다. 엄마의 문화수준이 국제화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교육에 대한 엄마의 비전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내가 내 자녀에게 바라는 목표가 옆 집 순이 엄마나 뒷집 철수 엄마 또는 동창생 영이와 똑 같다면, 그 집 아이들이나 내 아이나이 별 차이 없이 비슷비슷하게 자라납니다. 내 아이가 서울대학 또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한 다음 법관이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아니면 대학교수, 또는 서울에 있는 정상급 대기업에 취직되는 것이 꿈이라면 다른 엄마들의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내가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노력하는 만큼 다른 엄마들도 다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성장하여 활동할 무대는 국제무대입니다. 울타리가 없는 경제사회, 그 사회가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입니다. 한국 회사라고 한국 안에서만 업무를 보는 게 아닙니다. 미국회사든 중국회사든 이제는 전 세계가 시장 아닙니까. 그야말로 세상이 좁아라하고 날아다니며 업무를 볼 것입니다. 2009년 현재 내 아이를 비롯해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0여 년 후, 여러분의 자녀들은 어쩌면 한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LA에 일 하러 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할지도 모릅니다.

    내 자녀들이 자라서 활동할 국제무대. 그 무대를 엄마가 내다보고 준비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까요?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준비시켜야 합니다.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좋은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그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창조성, 발표력, 원만한 대인관계, 겸손함, 인내력 같은 자질입니다.
    엄마 의식의 세계화. 자녀를 한국무대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필요한 사람, 글로벌 인재로 준비시키는 게 2단계 로켓인 엄마의 임무입니다.

    김유미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