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귀국한 뒤로 줄곧 잠행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정치적 기지개를 펼 기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10개월간 체류하고, 복귀 한 후에는 정치적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왔었다.

  • ▲ <span style=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중앙대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동북아 미래포럼'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title="▲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중앙대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동북아 미래포럼'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중앙대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동북아 미래포럼'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그러던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난 10일에는 공식 당 행사에 참여해 여당의 무기력을 지적하며 현안에 쓴소리를 했고, 이달 말 쯤 자서전 '나의 꿈 조국의 꿈'(가제)를 출간한 뒤 영.호남 농공단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예정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정치행보로 해석되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3일 서울 중앙대 아트센터에서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 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자칫 세불리기나 정치행보로 부각되는 이미지를 염두에 뒀는지 이 전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서두에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학교 홍보실에서 일방적으로 마련한 자리"라며 "나도 (이날 기자간담회 관련)기자들 전화 받고 깜짝 놀랐다"고 운을 뗐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앞서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를 묻자 "나와 박 전 대표 관계는 '일대일'이라고 한다. 서로 주고받은 것이 일대일이 됐다. 이제 '삼세판'이 남은 거지"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회견에서 '삼세판이라고 했는데 한번 더 승부를 겨를 생각으로 비쳐진다'는 질문에 이 전 최고위원은 "재밌게 얘기하려니 그런 것이고, 남들이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을 두고 그렇게들 얘기한다"면서 "등산을 하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다 다르다. 중간에 만나 같이 갈 수도 있고, 중간에 못 만나면 따로 가는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대개 중간에 가서 다 만난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가장 큰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를 출범하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서 이 정부가 성공하는 게 최대 과제인데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이 사람들이 다 죄인이 되는거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성공 시키는데 필요한 일이면 이제 해야겠다. 일년 반동안 너무 놀았다"고 했다.

    그러곤 "한나라당도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기들이 정부를 세우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부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그런 입장에서 내가 한나라당의 위원장의 한 사람으로서, 또 이명박 정부 출범에 참여한 사람으로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하겠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런 차원에서 지금은 대학 강의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초청강연도 하고, 지역에서 초청하면 가서 이명박 정부에 관한 얘기도 좀 하는 일을 하겠다"며 "자유롭게 공간을 넓히겠다"고 부연했다. 정치현안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좀 더 명확하게 피력하며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구체적인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9월 전당대회 참여의사와 정치인 이재오'에 관한 질문에는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여의도에 가지 않겠다는 것은 유효하다"고 일축하며 선을 그었다.

    또 '언제쯤 여의도에서 볼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그는 "차 타고 한강다리를 가는 건 1분도 안 걸리는데 내가 바라보는 한강다리는 엄청 길더라"면서 "천천히 가지요 뭐…"라고 답했다.  10월 재보선 출마 여부를 묻자 도리어 "재보선이 있나요"라고 맞받으며 본격적 정치 행보로 보는 관측에는 완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돌아올 때 그것을 염두에 두고 들어오지 않았다. 재보선은 내 주된 관심사가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고 했다. 회견장에 동석한 진수희, 차명진 의원등이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는지 "그만하시자"고 말을 막자, 그는 "의원들이 말 하면 실수한다고 못하게 하는데 내가 실수 안하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며 의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사람에 따라서 인위적으로 계파가 나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정치적 후진성이 이것인데 극복해야 할 과제다"고 충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세미나 기조연설과 관련, 동북아 개발 번영에 북한을 참여시켜 북한의 체제 불안감을 낮추고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