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를 가진 것으로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관련한 주변국과의 전화 회담을 모두 마쳤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를 시작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케빈 러드 호주 총리 등 주변 정상과 연이어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주변 4국 가운데 중국은 유명환 외교방관과 양제츠(楊潔篪)외무장관의 회담으로 갈음됐다.

    이 대통령은 주변 정상과의 통화를 통해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를 통한 대응' 원칙을 확인했으며, 강력하고 실질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끌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실험과 관련해 주변 정상들과 정말 깊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 이 대통령이 진력했던 4강 외교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제까지 우리가 주도해서 이처럼 북한 문제를 갖고 주변 정상들과 대화를 나눈 일이 없다"며 의미를 더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배경을 설명하고 굳건한 '한미혈맹'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때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가 재개되는 등 보상받았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으며 확고하다는 것을 한국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며 "특히 북한 지도자들도 이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꾀하는 북한에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오바마 "미 군사력과 핵우산, 한국 보호 확고…북 지도자도 알아야"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와 가진 통화에서 "한일 양국간, 그리고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해 나가자"는 취지의 논의를 진행했다. 전화 회담은 일본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대변인은 "일본과는 셔틀외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국 현안에 대해 언제라도 즉각적인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또 러드 총리는 북한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적(provocative)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전화했다"면서 "북한의 행위는 역내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위험한 행동이며 국제사회 핵 비확산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핵실험이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보다 규모가 커 국제사회에 위협을 안겨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양자 통화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의 행위는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이례적 양자 전화 통화…메드베데프 "북한 도발에 강력 대응해야"

    러시아가 북핵문제와 관련, 과거에 비해 강력한 비판 성명을 내놓은 데 대해 이 대통령의 감사의 뜻을 표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리의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27일 약 20분간 진행된 통화를 마친 후 양 정상은 "견해가 일치했으며, 평가도 일치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어떤 문제든 서로 필요할 때 수시로 격의없이 통화하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

    주변 정상들과의 전화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묵한 핵문제에 대해 서로 공조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여줬다"면서 "국제공조가 어느 때 보다 공고하다"고 확신했다.

    이 대변인은 "북핵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주변 정상들과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과거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지만 이번에는 국제사회가 다같이 비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더 이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 성원으로서 걸어나와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