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대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하나 둘 서울 신촌 '토즈'로 몰려들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한명 두명씩 자리를 채우니 제법 자리가 가득 찼다. 이들은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심하다 싶을 만큼 외면돼 왔던 ‘북한 인권’ 문제를 앞장서 제기하기 위해 모였다.

    세미나에 앞서 박지민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대표 윤주용, 이하 학생연대) 교육팀장을 이곳에서 만났다. 학생연대는 300여 회원을 가진 단체로 100여명이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에 관심쓰는 바람에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물었다.

  • 박지민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교육팀장. ⓒ 뉴데일리
    ▲ 박지민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교육팀장. ⓒ 뉴데일리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북한 인권 문제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이슈를 공부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북한을 알게 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죠.”

    박 팀장은 북한이 독재 체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민이 이 정도로 힘든 핍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는 ‘왜 300만명이 굶어죽게 됐고, 왜 북핵은 문제가 되고 6자 회담은 이슈가 되는지’를 공부해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세미나도 많이 찾아다녔다. 북한 인권관련 기사나 탈북자 수기 등을 통해 접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2003년 강철환씨가 쓴 '평양의 어항'을 읽고 정치범 수용소를 처음 알게 됐다.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고 정치범으로 몰리면 연좌제로 가족이 모두 잡혀 들어가고 여자들은 간부들의 노리개가 되는 곳. 20년 넘게 '자유'를 누리며 살아온 그로서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이 이해 못할 것들이었다.

    "지금에야 양호한 사진들도 많이 나오고 하지만 당시(2003년)만 해도 대량 아사 사진 등 북한 인권 관련 충격적인 사진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겪었죠. 우리는 키도 크고 피부도 좋고 하지만 북한 아이들 모습을 보면... "

    박 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더 의문이 생긴 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데도 아무도 비판이나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남한에서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시위 항의 등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 인권 등을 누리고 살아서 인권에 무관심한 것이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며 "특히 남한의 인권과 자유가 아닌 북한의 인권과 자유는 대학생들에게 더 먼 대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예요. 주민과 정권은 철저히 단절돼 있기 때문이죠”

    박 팀장은 그동안 남북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김정일은 주민들 인권에 관심이 없어요. 체제 유지만을 위해 핵 실험, 미사일 발사를 할 뿐이죠. 북한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라고 봐요.”

    박 팀장은 젊은이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데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언젠가는 통일이 될 거라고 봐요. 문제는 통일 이후 한반도를 이끌어 갈 사람은 바로 지금의 20대 대학생들이라는 거예요. 대학생이 남북 관계와 북한 현실을 잘 알고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기도 해요”

    박 팀장은 북한 인권 문제의 ‘대중화’를 위해 UCC제작, 드라마 영화 제작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을 통한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화 ‘크로싱’, 뮤지컬 ‘요덕 스토리’ 등 문화산업을 통해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또 북한 관련 아카데미, 탈북 대학생들과 함께가는 캠프(여름), 북한 인권 페스티벌 개최(가을) 등을 통해 북한 인권 실상을 젊은이들에게 계속 알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