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각관계를 지나 4각관계도 뛰어넘는다. 한 남자와 여자 셋이 그려내는 관계의 만화경은 때로는 로맨틱하고, 때로는 격렬하며 달콤하면서도 쓰디쓰다. 자유분방하다 못해 욕망의 고삐가 풀려버린 듯한 남성화가와 그의 애인, 그 애인과 전 부인의 동거, 여자 친구의 애인에게 빠져버린 또 다른 여자 친구…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으로 두루 꼬인 사랑의 파노라마를 지중해의 아름다운 도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에로틱한 상상은 여기까지. 감독이 우디 앨런이니 말이다. 각본까지 직접 쓴 우디 앨런은 그 특유의‘시치미 뚝 떼고 하는’신랄하고 예민하며 때로는 신경증적이기까지 한 대사와 유머의 성찬을 잔뜩 풀어놓는다.

  •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원제인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드러나듯, 영화는 비키(레베카 홀)와 크리스티나(스칼릿 조핸슨)가 함께 떠난 바르셀로나 여행 길에서 화가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열정적인 크리스티나는 후안의 유혹을 뿌리치기는커녕 더욱 적극적으로 빠져든다. 반면 이성이 앞서는 비키는 대놓고 유혹하는 후안을 못마땅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 크리스티나 몰래 관계를 맺는다.

    결혼을 앞둔 비키가 후안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는 사이, 크리스티나는 후안과 동거를 시작한다. 때마침 후안의 전처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가 나타나 세 남녀가 함께 살게 되고 크리스티나와 마리아 사이에도 묘한 감정이 싹튼다. 후안과 비키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성적인 코드가 아주 지워진 것도 아니고 간혹 도발적인 장면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서로 얽히고 설키는 가운데 표출되는 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변화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파해내는 우디 앨런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와 위트 넘치는 내레이션에 있다. 자극적인 볼거리를 기대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스칼렛 요한슨과 각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열연을 한 화면에서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듯하다. 거기에다“바르셀로나를 사랑하기에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름답고 감각적이면서 매우 로맨틱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파격 로맨스는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우디 앨런의 상찬처럼 영화 내내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풍광은 일종의 보너스 샷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