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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포드 의대의 의학박사인 필립 M. 하터는 아주 흥미로운 통계 수치를 연구,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놓고 봤을 때 57명은 아시아인, 21명은 유럽인, 14명은 서반구(미주)인, 8명은 아프리카인이다. 또 52명은 남자고, 여자는 48명이다. 70명은 유색인종, 30명은 백인이며, 70명은 문맹, 50명은 영양부족, 6명이 세계 부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남녀 성비는 세계와 똑같이 남자는 52명이고 여자는 48명이다. 100명중 19명은 15세 미만 아이들이고 나머지 81명의 어른 중 10명이 65살 이상의 노인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은 경기도로 총 23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는 서울의 21명이다. 바다 건너 제주에는 1명이 산다.

    통계와 숫자의 힘은 그 단순함과 일목요연함에 있다. 통계숫자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경제적·사회문화적 현상들의 본질과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낸다. 이 책 '퍼센트경제학'(해냄출판사 펴냄)의 저자인 경인교대 구정화 교수는 이런 통계숫자가 가진 힘과 매력을 이용해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트렌드와 본질을 아주 알기 쉽고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가계 지출 대비 통신비 비율부터 6세 이상 인터넷 이용 비율 등 일과 직업은 물론, 사랑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현상을 나타내는 123개의 통계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 책의 미덕은 꼼꼼한 통계수치에만 있지 않다. 저자는 단순한 수치 제시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통계수치를 사회학ㆍ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숫자의 이면에 놓인 의미망까지를 드러내어 보여준다.

    통계라는 프리즘을 통해 저자의 눈에 포착된 대한민국의 초상은 대략 이렇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초라한 커플보다는 화려한 싱글을 꿈꾸고 100명 중 38명은 집값 문제로 한숨을 쉰다. 직장인 5명 중 3명이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으로 향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머질 1020세대들은 책이나 신문보다는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한다. 초고속 인터 넷 가입자 수는 세계 1위인 정보 선진국처럼 보이지만 국가 행복 지수는 178개국 중 102위에 불과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 책의 가치는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피는 데만 있지 않다. 현재를 잘 살피면 미래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낮은 목소리로 웅변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 2007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의 평균)은 1.26으로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도 현재는 우리보다 높은 1.32(2006년 기준)이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되고, 2305년에는 대한민국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이제 출산률 1.26이라는 통계숫자에 숨겨진 사회적 함의를 실감할 수 있겠는가? 참고로 대한민국이 적정 규모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8명의 출산률이 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아이 많이 낳는 것이 최고의 애국이 되는 셈이다.   

    지은이 구정화, 468면,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