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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매진

    ‘성장’과 ‘보전’ 사이에서 새로운 길찾기

    전지구적 경제위기 격랑 속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키워드로 ‘녹색성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국가 가운데 ‘그린’을 외치지 않는 국가가 없을 정도로 녹색성장은 핵심과제이자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 직할의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미국의 오바마 정부 또한 이른바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으로 ‘청정·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천명한 바 있다. 미 정부는 그린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 간 재생에너지 개발 비용을 2배로 늘리고, 풍력·태양열·바이오연료·청정 석탄·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생산기술 개발을 돕기 위해 매년 15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듯 ‘그린’을 구가하는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보다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그린’의 의미를 차분하게 짚고 있는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생태적 삶을 위한 모둠살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에코뮤니티'(이매진 펴냄)가 바로 그 책이다. 녹색성장이 국가 차원의 집중화, 거대화, 단일화한 담론이라면, '에코뮤니티'는 그 반대편에서, 즉 생태공동체가 집중화에서 분권화, 획일화에서 다양화, 거대화에서 분산화로 나아갈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생태위기와 생태공동체 개념의 정의, 그리고 생태공동체 운동의 흐름과 스펙트럼을 알아보고, 다음으로 국내외 사례 연구를 통해 계획공동체, 생태마을, 공동주거, 마을 만들기, 영성·수련공동체, 생활공동체, 지역화폐 등으로 유형화한 생태공동체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생태공동체의 다양한 요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으며, 생태공동체의 가능성은 어디를 향해 열려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 책에 따르면 ‘에코뮤니티’는 자연, 경제, 커뮤니티가 삼위일체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 생활자가 생생하게 활동하는 새로운 공동체 모델이다.

    ‘에코뮤니티’에서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구조 속에서 오로지 물질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사회로부터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기실현을 달성하는 기회가 보장되어 이웃과 친구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회로 전환된다. 도시에서는 공동주거를 바탕으로, 농촌에서는 생태마을을 바탕으로, 좀더 근본에 다가가 성찰하는 삶을 위해서는 계획공동체를 통해, 그리고 영성적 자각과 성찰을 위해서는 영성-수련 공동체를 통해 에코뮤니티의 이상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나아가 도시와 농촌 사이 공생의 법칙을 위해서는 생활공동체를 통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진행되는 마을만들기로, 이웃간에 마음과 대면관계를 여는 지역통화를 통해  에코뮤니티는 가시화하고 현실화한다. 이 책은 생태공동체의 이런 다양한 접근 방식의 이론과 역사와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환경과 생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성장 일변도의 세계 경제가 가공할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귀결됐듯이, 현존하는 경제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생태운동 또한 공허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녹색성장론자들의 책, 이를테면 미국의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들과 비교를 해가며 함께 읽어내려가면 좋을 듯하다. ‘생태보존’과 ‘경제성장’이라는 좀체 균형점을 찾기 힘든 화두에 대해 한번쯤 의혹을 품어봤던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김성균·구본영 지음, 320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