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볼루셔너리 로드] 포스터가 '대유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 1인

    영화포스터들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오늘 관람한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영문판과 한국판의 포스터 비교를 하고 싶었다. 가장 눈에 띄는 비교 지점은 한국판의 경우가 포스터에서 문구(文句)가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포스터가 보다 더 직설적이라는 얘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색채로 표현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알아주는 배우의 이름과 '2009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라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미국판보다 굵은(bold) 글자체로, 보다 블랙으로 진하게 해서 강조점을 두드려주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제목이다. 그리고 포스터에서 미국판에는 없는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사랑일까?'라는 문구까지 달려있다.  

    반면 미국판에서는 영화의 두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살려준다. 주연배우와 영화의 제목을 비롯하여 영화에 관한 제작 정보들을 무채색 계열로 하여 제시를 해주었다. 포스터 자체가 균형감이 있는 셈인데, 그것은 포스터 자체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목적보다는 포스터로 하여금 영화를 보다 생각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고안됐음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색상정보로 보자면, 영화에 관한 모든 텍스트적인 정보는 무채색계열로 되어있고, 보다 덜 중요한 제작정보는 그레이 계열로 처리가 되어있다. 영화 자체도 굉장히 담담하게 흘러가는 편인데, 그것의 감각을 담는양 휠러 부부의 일상이 하얀 캔버스에 담기듯 있다. 아마도 시선의 출발점은 바로 휠러 부부의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그리고 여백이 생기는 아쉬움은 그레이 톤의 제작정보가 채워주고 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대개 수입되는 국가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되기도 한다만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포스터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출시된 디자인을 그대로 갖고 오되, 보다 직설적인 양식으로 놓아두었고, 영화의 홍보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텍스트 정보를 시각적으로 더 부각을 시켰다. 이것은 어떤 작품이냐는 뉘앙스보다는 배우의 이름과 수상 후보에 올랐고, 여우주연상을 탔으니 좋은 작품이라는 배경적인 요인으로 관객을 보다 끌고자 하는 마케팅사의 노력때문이리라. 그런데 씁쓸하다. 이것을 보다 사회적인 면모와 엮어버리면, '어떤 작품'이라기보다는 '누가' 했고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등에 관해서 더 민감하고, 차근한 감상보다는 직설적으로 이끄는 마케팅이 먹힌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지만, 그 영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구들이 아닌가. 물론 이것은 편향된 시각일 수 있으므로, 사회적인 면모로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두고 논담을 보류하기로 하자.

    아쉬움을 이야기하자면 시각적인 면모에서 텍스트 지배적이지 않던 포스터가 한국판으로 와서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역전한 식으로 고안됐다는 점이다. 물론 색채도 완전 빨강이 아니라 채도가 떨어져 붉은 기가 완화된 선홍빛이라 색채적인 면에서는 맞지만, 원래 고안된 디자인적인 맥락에서는 그 일관성과 통일성 혹은 (비록 추측한 형태에서 언급하는 것이긴 하나) 본래적인 의도에 손상을 입힌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도 효과만 좋으면 장땡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포스터에서는 원본에 대한 존중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고 싶다. 물론 나의 말은 한국판 포스터 개별이 가지는 미적 맥락이 어울리느냐의 여부를 두고 하는 차원은 아니다. 그리고 더 유감인 것은 지금껏 이런 양식으로 전래된 포스터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글 출처: 서유경 편집스탭 '네오이마쥬' neoimag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