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 비판 여론에 한나라당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선동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고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이 9개월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중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9개월 전인 2007년 8월 3일 '정부는 미온적 검역중단이 아닌 수입금지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제목의 정책성명을 냈다. 성명발표 하루 전인 8월 2일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18.7톤을 검역한 결과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분류된 척추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4정조위원장 김석준 의원 명의의 이 성명에서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한나라당 성명서를 보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된 소가 광우병이 걸린 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위험 물질을 광우병 유발인자로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광우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해당 위험 물질이 완전히 안전하다고도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성명의 초점을 '국민의 불안심리 해소'에 맞춘다. 미국산 쇠고기가 100%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와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요구였다.

    성명에서 한나라당은 "척추가 제거됐다고는 하나 척추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말단 신경조직까지 완전히 제거됐다고 확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첨부자료를 통해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광우병위험통제국가)을 충족했느냐"고 물은 한나라당은 OIE 과학위원회의 "감염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 오염의 가능성이 있으며, 동물용 사료로부터 SRM(광우병 위험 부문)을 제거하는 것을 주의깊게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는 지적을 인용한 뒤 "이는 미국에선 광우병에 걸린 가능성이 높은 SRM을 소가 먹는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그만두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2005년 5월 농림부가 작성한 '제73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결과보고'를 근거로 뼈없는 살코기는 안전한가"라고 물었는데 이번 쇠고기 협상에선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한국인이 특히 인간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에선 2003년도부터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매년 미국을 찾는 1000만명의 한국인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왜곡해선 안된다"(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고 반박한다. 하지만 당시 성명서에선 '2007년 3월 23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팀의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하냐"고 따졌다.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과 야당의 재협상 요구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선동하고 있다. 국민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설거지를 해줬다"고 주장하지만 9개월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보는 한나라당의 시각은 지금과 크게 다르다. 성명서를 낸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협상은 농림부에서 했는데 답답하다"고 했고 성명서를 낸 김 의원은 "그 때(2007년 8월) 문제들이 이번 협상에서 충족됐기에 (협상팀이) 받아들였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봐야 하지만…"이란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