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 사설 <평통(平統)자문회의 ‘좌파(左派)의 온상’ 만들 참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상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평화통일은 진보적 가치이지 보수적 가치가 아니다”면서 진보적, 미래 지향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게 진보 성향 자문위원의 비율을 5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통일이 진보적 사람들만의 가치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까지 했다. 명백한 헌법정신의 왜곡이자 국민 편 가르기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평화적 통일이 우리의 사명임을 천명하고,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보건 보수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통일을 지향하고 추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통일이 진보세력만의 가치라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민주평통은 헌법정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자문기구다. 수석부의장은 의장인 대통령을 대리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얼치기 진보주의자가 돼 이 땅의 보수세력을 모조리 반(反)통일세력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덮어놓고 ‘전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이 정권의 수법 그대로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을 진보정당의 자문회의쯤으로 착각하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망언이다.

    그가 말하는 이른바 ‘진보’는 또 무엇인가. 친북좌파에, 심지어 주체사상의 광신자가 되어 민족이란 이름 아래 북의 적화노선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까지도 ‘진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이야말로 통일을 가로막는 반통일주의자들이 아닌가.

    민주평통은 전임 이재정 수석부의장(현 통일부 장관) 시절 1만7000여 명의 자문위원 중 75%를 물갈이했다. 국내외 254개 지역협의회 회장 가운데 상당수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다시 자문위원의 절반을 ‘진보 성향’으로 채운다면 대선을 앞두고 관변단체를 정비해 동원하려 한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