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5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친 병사가 자대에 배치된 뒤 적응하지 못하면 다른 부대로 옮겨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부대 재배치 청구권' 법제화 움직임이 알려지자, 인터넷 공간은 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현 정권의 안이한 안보관에서 비롯된 국방부의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지한 고민이 전제되지않은 채 나온 '선심성 정책'이 아니겠냐는 네티즌들의 비판도 거세다. 각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모든 정책에 잔재주와 술수만이 난무하고 있다며 정치권 전체에 책임을 묻는 의견과 부대 재배치 법제화가 곧 군 기강 해이와 전력 누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넘쳐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아이디가 'skokie7'인 네티즌은 "군대 개혁 이야기만 나오면, 열이면 열 모두 '당나라' 군대로 가는 지름길 뿐이더라"며 "군대가 놀러가는 곳도 아닐진데, 병사를 위한다는 핑계치고는 너무 엉뚱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요즘 군대는 상사가 부하한테 말로도 체벌을 못하는 상황이며, 종교 때문에 군대안가겠다고 선언하면 양심범이 되는 세상이 됐다"며 "이것도 모자라 선거때마다 1,2개월씩 복무기간을 단축해준다고 하더니, 이제는 군대 옮겨다니자는 아이디어까지나왔다"며 개탄했다. 'lss9753'는 "아무리 선거철이지만 너무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knocksky'는 "보통의 신체를 갖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사단예하의 모든 부대에 누구라도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제하면서 "간혹 훈련중 부상당할 경우나 예외적인 상황으로 타부대로 전출을 갈 수는 있지만, 사적 의견으로 전출을 가는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쉬운 보직만을 택하려하는 사회추세가 안타깝다"며 "군복무 자체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바뀌는 것이 진정한 군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군대가 점점 보이스카우트 캠프처럼 되가는군('kall1111')" "군대가 여관방 고르듯 해도 되는 곳이냐('root1098')" 는 식의 조롱섞인 비난과 함께, "적응하기 힘들겠지만…그래도 적응하면 된다('hwanin81')" "군 복무도 맘대로 편히 하려 한다면 후에 사회생활은 어찌 하겠나('sirasoni23')" 는 등 '선배'들의 충고도 잇따랐다. 그러나 병사의 인권을 감안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한편 국방부는 6월 제정을 목표로하고 있는 '군인복무기본법'에 이러한 조항을 넣기 위해 최근 일선 부대 지휘관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부대 재배치 청구권은 계획단계에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으로 현 상황에서 한다 안한다를 확정지을 수는 없다"면서 "네티즌들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해준 것 같다. 좀더 일선 지휘관들의 의견을 모아봐야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만약 법제화가 된다면 정말 적성에 안맞아 고생하는 병사가 재배치를 통해 무사히 병영생활을 마칠 수 있을 것이며, 지휘관 입장에서도 제도적으로 보장된 상태에서 병사들을 적소에 배치할 수 있고, 또 같은 지역에서라도 보직을 변경하는 등의 장점도 있지 않겠느냐"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방에 근무할 병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식의 외부의 우려는 실제 상황과는 다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