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4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본 정부의 교육개혁에 거침이 없다. 대학입시는 이미 자율화돼 있지만 총리 자문기구인 규제개혁.민간개방추진회의는 최근 획기적인 정책을 결정했다. 올해 안에 초등·중학교 학군제를 사실상 폐지해 학생의 학교 선택제를 도입하고, 민간인도 초·중 교감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한다. 지역교육위원회를 폐지해 학교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단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 평가는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교에 자율경쟁 원리를 확대하고, 학생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여 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서 일본을 이끌어갈 원동력은 교육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정책은 어떤가. 획일적인 평등주의·평준화에 얽매여 자율경쟁·우수 인재 양성을 우선하는 세계 흐름에 역행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 정책으로 대입이 옴짝달싹 못하는 마당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대학에 전형 방법까지 강요하고 있다. 여당은 실업고를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김 부총리는 여당·전교조 눈치를 보느라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반대하는 등 교육이 당리당략으로 표류하고 있다. 그러니 공교육에 절망해 외국으로 나가는 조기 유학생이 늘고, 기러기 가족이 양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0월 대선 후보 당시 한국교총에서 한 연설에서 "교육정책을 교육 형평성과 자유 확충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획일주의는 식민지배·군사문화의 잔재다. 교육 규제를 줄이고 개인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 원칙적으로 대학이 학생 선발 방식 등을 자율 결정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약속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교육정책을 돌아보라. '자유 확충'은 죽은 지 오래다. 정략에 의해 교육이 좌우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노 대통령은 훗날 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미래를 책임지는 일본 정부가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