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4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참여연대가 주요 기업들의 편법상속에 관한 조사결과 발표를 눈앞에 두고 일부 기업에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낸 것은 비정부기구(NGO)의 도덕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참여연대는 오늘 열리는 ‘후원의 밤’이 연례행사로 ‘편법상속 발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초청 받은’ 기업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1월부터 38개 그룹, 300여 계열사에 대해 재벌총수 일가의 비상장계열사 지분 취득 및 지원성 거래 등을 조사해 왔다. 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났건 아니건, 이들 기업으로선 참여연대 초청장이 ‘청구서’로 보이지 않겠는가.

    논란이 불거지자 참여연대는 “지난해 연간수입 13억6500여만 원 중 정기후원회를 통해 기부 받은 기업후원금은 6980만 원으로 5.12%에 불과할 만큼 그 비중이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에선 개인 명의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기업후원금에 대한 이율배반적 태도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공익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후원금은 받지 않으며, 자립재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않아 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면서도 정기적인 후원행사 때는 정부와 기업의 후원금을 받아 왔다. 이번에도 후원금을 받기로 했을 뿐 아니라 상한선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리기까지 했다. 새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선뜻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받지 않겠다”고 했으면 어떤 형태의 기업후원금도 받지 않아야 당당하다.

    시민사회의 역량이 커지면서 ‘NGO 공화국’이라는 말이 과장(誇張)이 아닌 시대가 됐다. 참여연대는 ‘권력과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하지만 기업이나 국민의 눈에 참여연대는 ‘시민권력’으로 비치고 있다. 그럴수록 NGO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NGO는 국민의 등 돌림 속에서 그들만의 이익집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