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아니면 언제 장관해보냐’

    여권이 지방선거를 위해 사실상 ‘내각 징발령’을 발동함에 따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후임 개각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기회에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 당내 입지를 확보한다는 정치적 계산에서부터 지난 ‘1·2 개각’때도 봐왔듯이 내심 ‘보은’ 차원의 배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지방선거용 ‘내각 징발령’이 확실시되는 장관 자리로는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장관 등 4자리. 여기에다 ‘내각 징발령’과 관계없이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도 타 부처의 장관이 거론되고 있지만 거론되는 장관들은 불출마 의지를 피력하면서 ‘자리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당 의장이 23일 만나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에 대한 문제 등을 논의한 만큼 대략적인 일차적 교통정리는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 등 촉박한 시기를 감안한다면 신속한 개각이 이뤄질 것이며 그럴 경우, 노 정부의 인재 풀이 부족한 상황을 볼 때 결국 "당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듯 당내에서도 적잖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오영교 행자부 장관 후임으로는 원혜영 의원(전 정책위의장)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등을 비롯 4~5명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원 의원은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부천시장을 지냈고 그간 끊임없이 행자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던 만큼 이번에는 입각이 유력시된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10.26 재선거에서 낙선했던 이 전 수석은 ‘보은’ 인사를 기대하며 내심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지사로의 출마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다음으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의 홍창선·이종걸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출신인 홍 의원은 이공계 출신 영입케이스로 입당, 비례대표직을 얻었으며 지난 ‘1·2 개각’때는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이 의원은 ‘40대 기수론’등을 내세우며 지난 당의장 선거에 나서 예비경선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지난 2004년 열린당 창당 당시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임종석 의원 등과 함께 한 몫을 맡았던 만큼 내심 기대하는 눈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창당 핵심 멤버인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임종석 의원은 이미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굳혀왔으므로 이번 기회에는 이 의원에게도 뭔가 ‘보은’적 성격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당 안팎의 분위기다.

    ‘징발령’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불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동채 문관부 장관 자리를 놓고서도 다수 의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으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광부 장관 자리가 개각 대상이라면 이 의원이 1순위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김부겸 의원도 후임 문광부 장관으로 언급되고 있다. 비록 이번 당의장 경선에서 지도부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TK 출신이자 당내 ‘40대 주자’의 맏형으로 당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이다. 당 안팎에서는 “작년 말부터 이미경 의원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부겸 의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환경부 해양부 장관 자리 중 하나도 정치인 출신의 기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후보군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를 비롯 향후 정치적 일정 등 정동영 의장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임을 감안할 때 자칫 현역 의원의 무리한 입각에 대한 역작용이 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