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 ‘길들이기’에 나섰다. 주 의원은 23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와 설전을 벌이며 이 총리를 단상에 두번 불러내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주 의원은 질의 시작부터 작심한 듯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중 대정부 질문이 열린 이후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느냐, 또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 대북 인권문제를 제기안한 의원이 있었느냐, 어느 쪽이 반통일적이냐”고 참여정부의 대북관을 비난하며 거세게 몰아세웠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에 대해서도 “방북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한데 준비는 다 됐느냐”, “유엔측 관련 절차 등이 있어야 하는데 유엔사에 방북신청을 했느냐”, “전직 대통령이 가는데 빈손으로 가긴 어렵지 않느냐” 등의 질문으로 이 총리를 쩔쩔매게 만들었다.

    이에 이 총리가 “그정도 상황을 가지고 통일 반통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아직 없다”, “내부적으로 절차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 유엔사에 방북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주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4월 방북이 6월로 미뤄진 이유는 한나라당이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이런 절차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서 못 가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면서 이 총리를 계속 궁지로 몰았다.

    주 의원은 또한 삼성이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8000억원의 용도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한 데 대해 따졌고 ‘대북 경협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을 지적하자 이 총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삼성측에서 정부가 사회와 협의해서 돈을 운용할 방법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납한) 취지에 맞춰서 운영체계를 짜겠다”고 짧게 답했다. 

    주 의원은 이어 최근 열린당 정동영 의장의 '지방권력 심판론'을 거론하며 지자체 감사와 관련, “지방권력이 부패했다고 치자. 지방권력이 이토록 썩었다면 이를 단속하는 중앙권력은 무엇하고 있었느냐. 단속하는 측의 책임 아니냐”고 물은 뒤 “선거용 감사, 일종의 정치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이 총리가 열린당 의원 신분임을 겨냥해 "지방선거를 관리 총지휘하는 책임자(총리)가 열린당 소속 국회의원인데 특정당 소속 의원이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 스포츠에서 어느 팀 소속의 감독이나 코치가 심판을 보더냐"며 압박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지난번 열린당 ‘허위당원 가입과 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열린당이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느냐”며 “헌법에 의원은 장관을 겸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지방선거 관리역할을 담당했고 여러 사람들이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고 맞섰다.

    주 의원은 질의를 마치기 직전 이 총리를 다시 단상으로 불러들여 “북한 주민의 인권을 잘 보여주는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가 쓴 ‘수용소의 노래’라는 책과 영화 ‘태풍’ ‘쉰들러 리스트’ 등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영화를 볼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골프는 치시던데…”라고 맞받아 이총리를 머쓱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