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1일자 사설 '문제 있는 영화발전기금 발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대책으로 영화계를 지원키로 한 것은 온당하다. 아무리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등 경쟁력이 있다지만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피해는 어느 정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4000억원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2000억원은 국고로, 나머지 2000억원은 극장 입장료에서 5%를 떼어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고로 영화계를 지원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다른 예산을 전용하든, 국회 동의를 거쳐 예산을 늘리든 그건 정부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극장 입장료에서 5%를 떼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행정 편의적이다. 

    우선 이로 인해 극장 입장료가 인상된다면 일반 국민 입장에선 준조세를 강제 징수당하는 꼴이다. 영화를 본다는 이유로 이 같은 준조세를 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던 문예진흥기금이 왜 위헌 판결을 받았는지 정부는 생각해 봤어야 했다. 

    정부 주장대로 입장료 인상이 없다 해도 문제다. 결국 극장이 5%를 내라는 말인데 이는 명백한 증세, 또는 이중과세다. 스크린쿼터가 줄면 극장이 이득을 본다는 정부의 논리는 더욱 허망하다. 외국영화 상영이 늘면 관객이 증가하고 극장 수입도 늘어날 것이란 논리는 '왕의 남자' 돌풍을 지금의 스크린쿼터 때문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스크린쿼터 축소의 불가피성과 마찬가지로 후속 지원책의 필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지원책은 영화계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극장 입장료 5% 모금 같은 안일한 발상을 버리고 한국영화 육성을 위한 근본적 장기적 대책을 고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