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사변때 납북된 이들의 가족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간청하는 편지를 띄우고 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 이하 납북가족협) 회원 15명은 24일부터 가족들의 납북 경위와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삶을 적은 호소문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납북가족협은 지난 17일 정부를 상대로 '6.25 전쟁 당시 납북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생사확인 작업을 게을리 해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정신적·물리적 피해를 받았다'며 2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이 올린 게시물에는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납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연좌제로 고통받아온 세월에 대한 회한이 그대로 묻어났다.

    납북가족협 이미일 이사장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리 가족에게는 아버지의 빈 자리로 인해 명절이 결코 즐겁거나 행복한 날이 아니었다”며 “아버지께 세배라도 드릴 날이 올까 기대했지만 세월이 반세기를 훌쩍 넘어 이제는 그 희망마저 빛이 바래버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00년 남북교류가 시작됐지만 정부는 우리들이 남북 화해에 걸림돌이 된다며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당시 무고한 조선 백성들이 외국에 인질로 끌려갔을때 조선 조정은 이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먹고 살기 힘든 그때에도 자기 백성은 끝까지 보호했던 선조들의 의지가 지금 대한민국에 살아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아버지가 납북된 이경찬씨는 “전쟁 당시 12살이었던 내가 이제 70살이 다 된 노인이 됐다”며 “이제 70세의 아들이 6.25 전쟁 당시 40세였던 아버지의 유해를 가슴에 안고 올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역시 아버지가 납북된 서정식씨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6.25 당시 대법원에 가봐야 한다고 나가신 후 일체 소식을 알수 없다”며 “아버지의 실종후 어머니는 화병으로 3년만에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며 안타까운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전쟁 당시 중학생이었던 오빠가 납북된 안청자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선언을 잘못해 놓고 남한의 비전향장기수들만 북으로 넘겨 보내더니 남한에서 끌려간 수많은 6.25납북자와 가족들을 모르는 척 했다”고 성토했다.

    납북가족협은 설 연휴 이후 다른 회원들의 글도 계속 올릴 예정이며 오는 2월 16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6.25 납북인사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