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6자 오피니언면 '중앙시평'란에 두레공동체 대표 김진홍 목사가 쓴 '기업인들 사기를 높여주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얼마 전 타계한 피터 드러커 교수가 쓴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란 책 중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다. 그가 한 잡지사의 편집장과 대담을 나누는 중에 편집장이 드러커 교수에게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제일인 나라가 어디냐고 물었다.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코리아입니다. 약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기업이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을 몇 십 년 동안 지배한 일본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고등교육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는 실질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남한은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24개 가량의 산업에서 세계 일류 수준이고 조선과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주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던 것은 우리가 30~40년 동안 땀 흘려 나라 경제를 일으킨 것을 세계적인 석학이 인정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 나라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려면 먼저 기업들이 번성해야 하고, 기업이 번성하려면 그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가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나라는 번영을 누리게 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굶주림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우리와 같은 핏줄인 북한이 그렇게 굶주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들이 무식해서도 아니고, 무능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 체제가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이 국부(國富)의 근원이 된다. 그렇게 중요한 기업가 정신이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으니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그런데 문제는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가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게 되면 여기서 주저앉게 된다. 좀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업하는 분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다 그렇겠지만 기업가 역시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야 하고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리고 신바람이 나야 한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사사건건 기업가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일어났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온 나라가 기업 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에 해도 너무한다고 했다. 강성노조에 세무사찰에, 규제 위에 규제 등에 몰려 제정신을 가지고 기업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국회 국정조사에 소환돼 자식뻘 나이의 젊은 의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충고와 질책을 받고 나오던 노년의 한 기업가는 "더는 기업 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우리가 지난날의 보릿고개를 벗어나 단군 이래 처음으로 양식 걱정 안 하고 살아가게 된 것이 누구의 덕인가. 기업가들과 기술자들의 덕이다. 그런데 그들의 사기를 꺾어 기업 할 마음이 사라지게 하면 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그 시절에 잘한 것이 있다.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정신(Can Do Spirit)을 불어넣었던 점과 기업가들의 사기를 높여 주어 세계를 뛰어다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도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이 있다. 잘하는 것으로는 선거를 투명하게 하는 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점, 성매매를 단속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잘못하는 점이 있다. 기업가들의 사기를 꺾어 놓은 것이다. 대통령이 연초에 이르기를 세금을 더 거두어 복지 하겠다고 했다. 계산을 잘못하는 듯싶다. 그러지 말고 기업가들을 밀어 주어 그들이 돈을 더 벌게 해 거기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복지가 되게 하고, 청소년 실업이 줄어들게 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한번 더 강조하며 글을 줄이겠다. "기업가들의 사기를 높여 주어 선진 한국 건설하자." "기업가 정신 높여 주어 복지 한국 건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