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북한인권국제회의’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정부의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비난을 샀다. 반면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혀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한국 국회의 북한 인권을 위한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정 의원은 “정부가 UN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고 해서 북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며 “표결에 기권한 것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인권은 북한 당국이 스스로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한다”며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적 관심 외에도 북한 스스로 변화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을 듣던 한 인사는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정 의원은 회의 내내 영어로 발언하다 “한국어로 하라”는 참석자들의 핀잔을 듣고 한국어로 말을 바꾸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반면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모두 10건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의석이 부족해 결국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며 “북한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인구통계와 식량사정 조사 실시 ▲탈북자들의 안전한 국내 입국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김 의원의 발언 직후 유달리 길고 큰 박수로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 메시지 "북 주민들은 많은 사람이 자신들 돕는다는 사실 깨달을 것"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대북 주민 메시지’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상황은 너무나 암울하지만 곧 밝은 빛이 도달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선을 다해 더욱 많은 정보가 북한 땅에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 유린을 해결해야만 한다”며 “그래야 우리의 자유와 번영 또한 완전히 이루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미국이 북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이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진실로부터 눈을 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의 공동대회장을 맡은 유세희 전 한양대 교수는 국내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의 재정 위기와 수적 열세 등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TV 등 각 언론매체에서 이들 단체의 활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더욱 어렵다”며 “현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겠지만 중도적인 시민단체들과 종교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곧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