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외부 인재영입을 위해 ‘공개모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기초단체장 후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외부영입인사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출마자를 중심으로 영입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영입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은 7일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12월 중에 ‘천하의 인재를 구합니다’는 뜻으로 공개적으로 인재영입을 하기로 했다”며 “전국을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해 두겠다”고 밝혔다.

    영입위의 ‘공개모집’ 방침은 한나라당 내에서의 잇따른 서울특별시장·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이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조기과열 양상으로 비쳐지면서 인재 영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책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기도지사 출마자로 거론 되고 있는 소장파 남경필 의원이 “인재영입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년 1월 중순부터 레이스에 들어가자”고 제안한 데 이어 박근혜 대표도 “의욕은 좋지만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경선 조기과열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이 외부 인재영입에 힘을 실어준 것도 한나라당이 ‘공개모집’에 나설 수 있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당 소속 3선 연임 기초단체장이 있는 지역 16곳과 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없는 지역 96곳, 비리혐의나 수사를 받고 있는 단체장이 있는 지역 등을 포함해 영입위에서 고려해야 할 기초단체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개모집은 지금 전국에 있는 CEO, 스스로 한나라당 문턱을 두드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외부에 대한 문을 열어 놓고 한나라당이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경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벽으로 대두되고 있어 뚫고 들어오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외부 인사가 경선을 거치면서까지 들어오려 하겠느냐. 경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잘 안될 수가 있을 것이므로 해당 지역이 경선인지 추대인지 먼저 정치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당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듯 “당내 후보들도 개인적으로 모두 훌륭한 인사들”이라며 “내부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외부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는 당원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위는 그동안 추진해온 외부 인사 1차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12월 중순까지 마무리한 후 바로 인재공개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또한 12월말부터 내년 1월 초까지 한나라당의 취약지역인 광주·대전·전주에서 인재영입을 위한 세미나 등을 개최한 후 1월 중순까지 공모 작업을 마무리해 공천심사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내부 인물은 어쩌고 외부 인재 영입이냐’ 반발

    그러나 영입위의 ‘인재 공개모집’에 대해 당내 경선 출마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외부인사의 당내 경선에 부정적인 김 의원의 의견과는 반대로 출마예정자들은 ‘경선 필수’라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진중권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경선 없이 영입하기는 힘들다”고 인재영입 조건으로 ‘경선’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1995년의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영입했고 당시 이명박 의원과 경선을 했다”며 “1996년 이회창씨를 영입했을 때도 그랬다. 좋은 분들을 영입해서 강해지고 당이 보완되면서 후보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장이나 광역단체장 선거 준비는 보통 1년 전에 하고 대통령 선거는 한 4년 동안 한다”며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선거준비를) 하기도 하는데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준비하는 과정이어서 과열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낸 전재희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내 적임자가 없을 때 외부 영입을 해오는 것 아니냐”며 “당내에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 있는 경우 외부 영입은 불필요하다”고 영입위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냈다.

    전 의원은 “이번에 개정된 당헌 당규 상에도 외부 인재 영입은 취약지역에 한해 내부 인재를 구할 수 없을 경우로 한정돼 있다”며 “내부에 인물이 있는데도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려 한다면 당원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에서 적합한 인물을 우선적으로 키운 뒤 내부에 인물이 없으면 당의 외연을 넓힌다는 원칙 하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출마 선언이 잇따른다고 해서 과열은 아니다”며 “유권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어진 한도 내에서 자신을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당내 지방선거 경선 조기과열 지적을 일축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맹형규 의원은 “누가 보기에도 훌륭한 분이고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까지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인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맹 의원은 “외부 인사는 일정한 검증 절차가 필요해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건너뛸 만큼 누가 보기에도 훌륭한 인물이라면 꼭 경선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맹 의원 역시 당내 지방선거 조기과열로 인재영입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기과열이라는 말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지 당내에서는 그런 것 없다. 현재 48개 지구당별로 당원단합대회가 계속 열려 나는 연례적인 인사와 강연을 한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