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권 자리 깔아주려고 출마한 거 아니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6일 뉴데일리 김영한 편집국장과 가진 단독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선뜻 출마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여권에 비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가 '지방선거의 조기과열 자제'를 촉구할 정도로 후보들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 의원을 비롯해 총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진영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서울시장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을 앞두고 가장 이목을 끄는 부분은 출마 후보자들의 성향별 양분화 현상이다.

    출마자 본인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박계동·이재오·홍준표 의원은 친이명박 그룹으로 맹형규, 박진 의원은 친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며 차기 서울시장을 둘러싼 당내 경선구도가 마치 박 대표와 이 시장의 대리전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우려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우려와 동시에 정치노선을 함께 해온 박계동·이재오·홍준표 의원의 동시출마도 소속 의원들 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던진 박 의원의 출마는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

    정치권 일각에선 "굳이 정치노선이 같은 세 사람이 동반출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동반출격을 두고 '뭔가 다른 복선이 깔린 게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재보선 승리와 당 지지율이 '마(魔)의 40%대'를 진입해 고공행진을 벌이며 잠시 위축됐던 박 대표 기세가 제자리를 찾아가자 대권 경쟁자인 이 시장 측이 전술적 차원에서 다수의 후보를 내세운 것이란 의혹이다.

    세 사람의 동반출격이 이 시장의 차기대권을 위한 외연확대라는 것. 이 같은 정치권 일각의 의혹에 대해 이 의원은 "정치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분석을 하는 것"이라 말한 뒤 "듣고보니 그럴 듯 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또 그렇게 정치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며 "나는 정말 서울이란 도시를 인간중심의 새로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출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준표 의원은 내가 이제 당 대표를 나갈 것이라 보고 자신은 서울시장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출마한 것이고 박계동 의원의 출마도 사전에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친박·친이로 후보가 양분화 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나도 친박"이라 말한 뒤 "친이명'박'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이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과 직무인무인수위원장을 맡으며 서울시의 조직, 인사, 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전체를 파악하고 있고 이 점에 있어 (당내 어느 후보보다) 제일 많이 준비된 시장"이라고 역설한 뒤 "나는 이명박 시장의 차기 대권 자리를 깔기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에 러브레터 쓴다고 내가 친박 되겠나'

    당내 어느 후보보다 장·단점이 뚜렷하다고 평가받는 이 의원은 '성실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동시에 '정치적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8월 연찬회에서 박 대표 향해 '유신공주'라며 당내 누구보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이 의원이 최근 당 홈페이지를 통해 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 등이 그런 예라는 것.

    이 의원은 지난 10월 29일 '한강에서 박근혜 대표와 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당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칼럼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어느 누구도 미워한적이 없다. 박근혜 대표도 자연인으로 미워해본적 없고 인간적으로 싫어해 본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두번이나 정권 창출에 실패한 한나라당을 박근혜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잘 모르고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의 얘기"라며 "내가 박 대표 옆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박 대표와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는다 한들 (사람들이)나보고 이명박과 친하다 생각하지 박근혜랑 더 친하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에 직무인수위원장을 한 사람인데 내가 박 대표에게 소위 위장전입을 한다해서 세상사람 누가 믿겠느냐"고 재차 주장한 뒤 "내가 얘기하려 했던 것은 박 대표에 대한 나의 관이 잘못 알려졌다는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정희 시대에 잘했던 부분은 우리가 이어가야 하지만 잘못했던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고 그런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있는 사람들에겐 박정희가 독재자로 비친다"며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날 박정희 시대의 과오는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고 그래야만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가 박정희 딸이라고 해서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물려받고 간다면 우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할 틈이 없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박 대표에게 이런 부분을 털어버리고 가자고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런 주장을 포장해 마치 내가 박 대표를 싫어하고 감정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그럴 이유도 없고 박 대표가 지역구의 경쟁상대도 아니다"고 말한 뒤 "나와 박 대표 사이에 마찰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단지 당의 정체성을 살리고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당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지난달 과거 여당시절의 잘못을 털고 넘어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박 대표에게 잘보인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박 대표에게 편지한장 썼다고 나를 찍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나는 그런 정치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