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5일 국정원 국내 담당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불법 감청을 부하들에게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과 피고인의 역할을 감안할 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수도 있다고 생각 되지만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역사와 국민 앞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재판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이같이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불법감청 관행은 오로지 국정원장만이 고칠 수 있다고 진술했는데 일리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관행을 고치자고 진언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 뿐인데도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 내용을 일부 고쳐 국정원이 2001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 대북정책'과 관련, 박재규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간부를 감청했고 이 기간 `햇볕정책'을 비판하던 재향군인회 이상훈 회장, 군사평론가 지모씨 등 보수단체 주요 인사도 상당기간 감청했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김씨는 이를 시인했다.

    김씨는 "박 장관은 취임 이후 대북정책을 놓고 약간의 갈등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에 감청이 이뤄진 것이다. 업무는 3차장 소관이었지만 참고 차원에서 감청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불법감청이 이뤄지는 시기는 차장ㆍ국장 요청이 있을 때, 원장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판단될 때 8국이 자체적으로, 원장의 직접 지시에 의해서 등 3가지 경우가 있다"며 "통일부 감청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하겠지만 내 선에서 책임지고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0년 10월∼2001년 11월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 -2'와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로 정ㆍ관계, 재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을 대상으로 불법감청을 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선고공판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