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유의 유한 화법으로 김원기 국회의장으로부터 ‘말을 예쁘게 한다’는 칭찬까지 들었던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그동안의 ‘햇볕논평’이 정부·여당에 던진 ‘밑밥’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변인은 2일 특정업무 경비 불법지출 의혹을 받고 있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스스로 해명하라고 촉구하면서 “혹시 내가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에 대해 이해한다는 말을 하니까 관료들이 때가 왔구나 하고 이런 일을 계속 벌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사실 그것은 나의 밑밥이었다”고 ‘뼈 있는 소변(笑辯)’을 내놓았다.

    여당대변인인지 야당대변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이 대변인은 이날 '밑밥 논평'으로 ‘야당대변인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 것과 동시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전임 대변인 전여옥 의원과의 차별화에도 확실히 성공한 모습이다.

    이 대변인은 강 위원장을 향해 “청렴이 생명인 정부 최고위 공직자로서 직원들에게 평소 추상같은 기품과 의지로 공정거래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며 “(공정위에) 위원장의 특정업무 경비 사용내역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자신이 요청을 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강 위원장은 오늘 중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스스로 해명해서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며 “참고로 유 의원은 이해력이 대단히 높은 분”이라고 ‘친절한 조언’까지 덧붙였다.

    한편 이 대변인은 이날 정부․여당이 6․25사변 중 국군과 미군에 의해 희생된 북한 민간인들에게 보상을 추진한다는 보도와 관련, “6․25전쟁 발발 원인에 대해 혹시 우리가 일으킨 전쟁이라는 뜻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만일 이런 보상을 한다면 세금에 허리가 휘는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이 될 텐데 그러한 충격을 주려는 묘책이 아니냐”며 “진실규명을 통한 화해와 용서라는 목표로 출범한 과거사위원회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