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李) 대통령, 김정일을 코너로 몰았는가?

    김정일의 대남(對南)도발에 대응한 대북(對北)압박정책이 북한정권의 약화와 시장의 강화라는 본질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趙甲濟 


    피터 휴즈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최근 평양에서의 3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 길에 서울에 들러 관훈클럽 초청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60만 명을 돌파해 평양에서는 흔한 풍경이 됐다"며 "아직은 주민들끼리만 통화가 가능하고 외국인이나 해외로는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전했다.
     "평양의 도로에 차들이 많아졌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잘 먹을 수 있게 됐다. 시장에 중국제 화장품이 많아 여성들의 외향적 변화가 있고, 화려한 색깔의 중국산 옷이 많다. 달러가 통용되는 곳에선 외식(外食)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도로에 신호등이 생겨 여성 교통경찰들은 단전(斷電)으로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을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지난 4년간 일관되게 추진한 엄격한 대북(對北)정책이 북한에서 배급기능의 약화, 시장기능의 확대라는 본질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좌파정권 때 한국에서 약100억 달러의 금품을 지원하니 시장을 축소시키고, 오히려 배급제를 강화하였는데, 그 돈이 들어가지 않으니 배급기능이 약해져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의 확대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다소 좋아졌다는 것이다. 대북(對北)퍼주기는 북한의 개방을 방해하였는데, 對北봉쇄가 오히려 시장의 확대라는 근본적 체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한다.
     
     <2009년도 북한무역통계(남북교역 제외)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年間) 수출액은 10.6억 달러, 수입액은 23.5억 달러로서, 무역수지가 12.9억 달러의 적자(赤字)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對) 북한 제재조치에 따른 10억 달러 안팎의 외화수입 손실은 북한의 연간(年間) 수출총액과 맞먹는 규모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경협 중단(2008년)과 무역 및 북한관광 중단(2010년)에 따른 年間 7~9억 달러의 외화손실은 북한의 연간 對중국수출액인 7.9억 달러(2009년)를 상회하는 액수로서, 이는 중국의 무상원조를 포함한 어떤 다른 방법으로도 만회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손실이라 볼 수 있다>('게임의 종말', 이용준, 한울).
     
    북핵(北核)담당 대사(6자 회담 차석 대표)를 지낸 이용준씨는 이어서 <중국의 대북(對北)원조는 모두 현물(現物)(원유, 식량, 석탄 등)이므로 북한의 외화(外貨)부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는 대부분의 외화 부족액과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등에 필요한 특수자금을 주로 남한으로부터의 각종 현금성 수입과 무기, 마약거래 등 불법무역으로 충당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으로부터의 외화유입이 차단되고, 일본정부의 對北제재조치로 조총련계의 對북한 송금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조치 1874호와 對북한 PSI(대량살상무기확산 저지)활동 강화로 불법무역까지 크게 위축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핵(核)과 미사일 전력(戰力)의 증강은 물론 정상적 무역결제마저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예견된다>
     
    이(李) 대사는 중국의 대북(對北)지원은 <북한이 근근이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核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거액의 현금을 공급할 수 있는 한국이야말로 중국을 능가하는 가장 강력한 대(對) 북한 견제와 압박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한국의 견고한 대북(對北) 정책 그 자체가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협상도구'라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경제적 역학(力學)관계의 실체(實體)에 대한 인식을 조금만 깊이 한다면, 그리고 이를 무력화(無力化)하기 위한 북한의 상투적 위협에 굴하지 않고 그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용기를 잃이 않는다면, 한국은 얼마든지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게임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국 정부의 의지(意志) 여하에 따라서는 1993년초 김영삼 정부가 스스로 포기하고 미국에게 양도하였던 對 북한 핵(核)협상의 주도권(主導權)을 회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엄정한 대북(對北)정책과 김정일의 대남(對南)도발 및 핵실험이 결합되어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러시아가 對北봉쇄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런 상태가 5~6년 더 가면 북한체제는 무너질지 모른다. 그러나, 2012년 선거를 통하여 종북(從北) 내지 친북(親北)정권이 들어서면 포위망에 든 김정일을 놓아주게 될 것이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되면 서울시 예산으로 북한정권을 돕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좌파진영에서 공격하는 이른바 남북관계의 악화 운운은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정권의 모험노선에 대응한 李 대통령의 대북(對北)압박정책은 미국 등 관련국가 지도부를 설득시켜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고 북한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오히려 높이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빚었다. 정권이 약화된 만큼 주민들이 강해진 셈이다. 시장이 확대되면 정치적 불만도 커지고 조직화될 수 있다.
     
    모처럼 마련한 對北봉쇄망에 구멍을 내려는 자들을 잘 감시해야 한다. 김정일이 약속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의미는 종북(從北)세력이 한국에서 집권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從北-친북정권이 집권하면 김정일 돕기가 재개(再開)될 것이고, 이는 북한정권이 다시 배급제를 강화, 시장의 확대를 저지, 주민들의 삶을 고통속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며, 다가온 통일의 찬스를 놓치는 역사적 범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