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중에서
  • 1) 대세(대한민국세력)와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
    보수-진보 개념은 많은 문제점들을 갖기 때문에 보수-진보 개념틀을 버리고 대세(大勢)와 반대세(反大勢)의 구도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세와 반대세의 개념틀을 알아보자.
    대세는 대한민국세력의 약칭이며, 반대세는 反대한민국세력의 약칭이다. 대세와 반대세는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체제의 대한민국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면 대세(大勢),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면 반대세(反大勢)로 개념화하였다. 대세는 대체로 우익세력과 유사한 범위를 갖고, 반대세는 좌익세력과 유사한 범위를 갖는다고 할 수 있으나, 대세ㆍ반대세 공히 일부 좌경세력을 포함한다.

     

  • ▲ 대세와 반대세의 경계지역에 중립적 국가관을 가진 세력이 있을 수 있다. ⓒ현대사상연구회
    ▲ 대세와 반대세의 경계지역에 중립적 국가관을 가진 세력이 있을 수 있다. ⓒ현대사상연구회


    대세(대한민국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익세력이며, 온건한 좌경세력도 그 일부를 차지한다. 대세에는 한나라당ㆍ자유선진당 뿐 아니라 민주당 등도 포함되고, 이른바 ‘진보정권’이라고 불리어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참여세력들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지금의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ㆍ자유선진당 등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력이 되고, 서로간 사상노선에 따른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명분이 약해진다.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는 혁명이나 선거 등을 통해 대한민국 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체제를 수립하려는 노선을 분명히 하는 좌익세력이 중심을 이루며, 이들에게 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일부 좌경세력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우익세력은 대세에, 좌익세력은 반대세에 포함되지만 좌경세력은 좌 편향 정도에 따라 대세에 포함될 수도 있고 반대세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좌익세력은 철저한 이론무장과 투쟁전략 등을 구비한 국가ㆍ체제전복세력이라는 점에서 좌경세력과는 개념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좌경세력은 좌경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좌익세력과 구별될 수 있다. 좌경세력은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체제의 대한민국을 인정하나 비호감을 가지고 은근히 국가의 정통성과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취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는 않으나 사회주의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좌로 기울어져(left leaning)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좌경세력은 사상적으로 모호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긍정하기 때문에 대세(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되나, 일부는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에도 포함된다. 이들은 외형적으로는 대세인 것 같지만 반대세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좌익세력의 후원세력이 되기도 하고, 좌익세력이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도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체제전복을 노리는 좌익세력도 스스로 ‘좌익’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적고, 겉으로는 “건전한 좌파ㆍ진보세력”임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좌경단체나 이른바 ‘진보단체’ 내에도 실체를 숨기고 있는 좌익세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좌익세력인지 좌경세력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의 붕괴를 통해 사회주의정권을 지향하는 소수의 좌익세력도 위험하지만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경세력이 대한민국 체제에게 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좌익세력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대한민국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反대한민국세력으로 규제하기도 곤란하다. 자본주의체제나 대한민국에도 문제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의 정책에도 허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체제ㆍ국가ㆍ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이 일반 국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될 공산이 크다. 좌경세력은 좌익세력을 민주인사ㆍ양심수 등으로 둔갑시켜 국민들에게 反대한민국세력이 아닌 것으로 오인케 할 소지가 크다. 이들은 인권ㆍ민족 등의 명분으로 좌익세력의 반국가활동을 은근히 후원하거나 정부나 우익세력에 대해 비판을 가함으로써 좌익세력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좌익세력이 불씨라면 좌경세력은 대중들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도화선(導火線: 불을 붙이면 타들어가 화약을 폭발시키는 긴 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좌익의 핵심사상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인전대(引傳帶: 사전적 의미로는 ‘동력을 전달하는 벨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체제ㆍ국가ㆍ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좌경세력이나 反대한민국세력으로 몰아가는 것도 온당하지 못하다. 일반 국민들도 사회주의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얼마든지 자본주의체제나 대한민국의 문제점, 그리고 정부의 잘못을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무 많은 범위를 좌경세력이나 反대한민국세력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체제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될 수 있는 한 反대한민국세력을 대한민국세력으로 이동하도록 순화시키고, 대한민국세력 내에서도 좌경세력이 우익세력으로 변하도록 순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세력 및 우익세력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방향으로 가야 보다 더 국가가 안정화될 수 있다. 좌경세력은 척결 대상이 아니라 순화대상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좌경세력을 얼마나 많이 순화시켜 대한민국세력으로, 나아가 우익세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대한민국체제의 안정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2) 우익(대세)과 좌익(반대세)의 개념틀
    앞에서 대세와 반대세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대세에는 우익세력이 중심을 이루지만 좌경세력도 포함됨을 알았다. 반대세에는 좌익이 핵심을 이루지만 일부 좌경세력이 포함되는 것도 알았다. 좌경세력의 모호성도 설명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 사상세력을 설명함에 있어 대세의 핵심을 이루는 우익세력, 반대세의 중심을 이루는 좌익세력간의 관계로 단순화시켜 설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좌경세력을 포함시켜 설명하기도 할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대한민국에서의 우익세력(대세)과 좌익세력(반대세)은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체제의 대한민국을 긍정하는가, 아니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체제로의 통일 등 사회주의체제를 지향하는가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우익과 좌익 개념은 마르크스-레닌 공산주의, 북한식 사회주의와 연계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원래 우익과 좌익은 18세기말 프랑스혁명 전후에 있었던 3부회의ㆍ국민의회 개최시 왕ㆍ의장을 중심으로 하여 대표들이 앉는 자리가 우측이냐 좌측이냐에 따라 붙여진 개념이다. 보수세력이나 온건개혁세력은 우측에 있어 우익으로, 변혁세력이나 급진개혁세력은 좌측에 있어 좌익으로 불렸다. 그러다 20세기초 공산주의체제 소련이 등장한 이후 자본주의체제를 무너트리고 공산화시키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기존 자본주의세력간의 사상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사회주의ㆍ공산주의체제로 변혁을 추구하는 급진세력을 좌익, 기존의 자본주의체제를 지키려는 세력을 우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초 공산ㆍ사회주의 사상이 한반도에 상륙한 후 좌익(사회주의)과 우익(민족주의)의 용어가 도입되고 좌ㆍ우익간의 갈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좌익은 계급을 중시하고 독립시 사회주의국가를 상정하였으며, 우익은 민족을 중시하고 대체로 독립국가체제로 민주공화제를 지향하였다. 이들은 서로 사상적으로 갈등하다가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좌우합작 이름으로 손을 잡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 북한에 사회주의의 소련군이 진주하고 남한에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의 미군이 진주하면서 좌우 사상갈등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남한체제를 지지하는 우익과 북한체제를 지지하는 좌익으로 나뉘어 체제를 둘러싼 갈등을 벌였던 것이다. 이것이 결국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고 참혹한 6ㆍ25전쟁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한민국 내에는 사회주의체제로의 변혁을 지향하는 좌익세력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좌익세력(반대세)은 대한민국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세력으로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분파가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종북좌익세력(NL파, 자주파, 주사파<주체사상파>)과 非종북좌익세력(PD파, 평등파)으로 나눌 수 있다. 종북좌익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북한체제로의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이고, 非종북좌익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국가를 창설하되, 북한도 잘못된 국가이므로 무너뜨리고 제대로 된 사회주의국가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북좌익과 비종북좌익은 대한민국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무너뜨려야 할 대상인 것으로 보는 측면에서는 공히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