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궁 소나무 숲속의 캠퍼스

    서울 동대문구 석관 동에 한국예술 종합학교가 있다. 조선시대 경종의 무덤인 의릉과 함께 소나무 숲까지  곁에 두고  있어 경관이나 환경 면에서 도심을 떠나 교외에 나온듯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좋은 캠퍼스다. 이와는 별도로 강남 구 서초 동 예술의 전당 안에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자리한 제 2 캠퍼스로 서초 동  캠퍼스가 있다.

    한국예술 종합학교는 1993년 설립되었다. 설치 령이 공표 된지 3년 만에 개교를 한 것이다. 예술종합학교는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선공약으로 내 세웠던 독립된 문화부 설치와 함께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안에 포함되어 설립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이 역대 정권기간 동안 정부홍보와 매치되어 행정이 이루어지다보니 공보에 밀려 문화가 소홀히 취급되었다면서 역대 문화공보부와는 달리 순수 문화부의 독립을 요청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문화부가 독립부서로 탄생하고 이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로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마련하였는데 그 안에 순수 실기 영재 예술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예술학교 설립을  포함하여 설립하게 된 것이다.

    '예술대학'의 꿈, 대학들이 '대학' 반대

    당초 문화부는 예술 대학 설립을 추진했으나 교육부와 기획원 그리고 대학들의 반발로 일반 대학과는 달리 실기 위주의 영재 교육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명칭도 대학이란 이름대신 학교로 하기로 하고 어렵게 합의를 얻어 낸 것이다.
    당시 문화부 이어령 장관의 설득력 있는 논리와 주돈식 장관의 추진력 이 크게 주효하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개교를 하자면 학교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부지구입이나 건물 신축등 문화부 예산으로는 감내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나선 것이 석관 동에 위치한 정부 기관이 이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화부는 관계 기관과 질기고 어려운 교섭 끝에 부지와 건물을 모두 고스란히 인수 받게 되었다. 인수가 결정되자 문화부는 축제분위기에 들떠 KBS의 열린 음악회를 학교 교정에서 질펀하게 열고 축하식을 가질 정도로 흥분 하였었다. 권력과 정보의 기관이 있던 곳이 문화 예술 영재의 산실로, 그리고 고궁이 자리한 경건한 땅이 제 모습을 찾았다는 자위를 하면서…….

    예술종합학교 교장으로는 이강숙씨가 취임했다. 이 총장은 정식 개교에 앞서 1992년 교장을 시작으로 총장 3 선 등 2002년까지 예술 학교 확장을 위해 애썼다.

    좌파 총장의 '통섭' 교육 그후는?

    예술종합학교는 10개년 계획에서나 문화부 설립 방침 그리고 관계기관과의 협의 과정 어디로 보나 실기 위주 교육을 통해 훌륭한 예술 영재를 양성하기 위한 실기 전문 기관이다.  그런데 설립 17년에 이르는 동안  다소 무리일지 모르나  같은 실기 교육인 체육계와 비교 해 본다.  분야별로 세계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이도 생겨났지만 김연아나 박지성 처럼 세계적으로 국내적으로 감동과 흥분 그리고 열광을 받은 졸업 영재는 몇 명이나 되는가.   물론 예술가는 후대에 각광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전임 총장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애를 쓴 점은 인정하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교 건물 확장이나 학과 증설에 지나치게 노력을 경주 한 것은 아닌지. 또한 실기 교육 보다는 이론과목의 증설로 당초의 설립취지인 실기 교육엔 소홀함이 없었는지. 
    이론과목이 늘면서 이론 담당 교수들이 주도하는 학내 분위기는 아니었는지. 지난 정권에는 전임이던 어느 총장은 ‘통섭(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융합) ‘ 이라는 들어보기 어려운 이론을 들고 나오면서 실기 교육에서 벗어 난 점은 없었는지. 문화부도 예술 종합학교 운영 지침으로 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 등을 지시했다.

    앞으로 예술 학교가 명실 공히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여 세계적인 예술 실기인이 배출되어 한국예술을 드높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