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명국들의 일치된 투쟁, 이는 결국 시간과 하는 투쟁이다.
  • 대한민국과 김정은 집단의 생사를 건 싸움.

    반(反)인륜 범죄자 김정은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자유인들과 북한주민들과, 김정은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을 북한 엘리트들, 그리고 전 세계 문명국들의 일치된 투쟁은 결국 시간과 하는 투쟁이다. 

    김정은 집단과 그 동맹세력이 대한민국을 먼저 허무느냐, 아니면 대한민국과 그 동맹세력이 김정은 집단을 먼저 허무느냐의 시간싸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중국을 향해 대북압박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촉구하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달 후면 김정은 집단이 핵-미사일 전력을 완비해 그것을 저지하려는 노력이 자칫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긴박감을 표한 것이다. 매사엔 타이밍이라는 게 있기에, 이 골든타임의 임계점은 각일각 우리의 실기(失機) 없는 결단을 요구하며 카운트 디운을 하고 있다.

    한반도 내부의 정세 역시 아슬아슬한 시간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김정은 집단은 재정적 고사(枯死) 지경에까지 몰릴 수 있다. 중국의 2중적인 자세로 인해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별 소용이 없으리란 진단도 있긴 하지만,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심화되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재연될 경우엔 김정은의 대내적 리더십은 급속히 추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의 처지가 김정은 집단의 처지보다 더 나을 건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나쁘다 할 수도 있다. 

    자유민주 정치권은 지금 총 붕괴, 지리멸렬, 민심 상실, 전의(戰意) 상실, 신념(信念) 고갈, 숙청상황 그 자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기 위해 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임하던 자유민주 유권자들은 장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보지 못해 우울증과 체념에 빠져 있고, 대다수 일반대중은 자신들에게 앞으로 어떤 엄중한 사태가 닥쳐오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태평무심한 채 매일을 무덤덤하게 살아갈 뿐이다.

    이런 무기력과 무관심을 배경으로 “미국은 한반도 긴장 고조시키지 말라” “사드 배치 철회하라” “전쟁미치광이 트럼프 방한 반대” “대북제재 하지 말라” “북-미 평화협정 체결하라는 ‘거꾸로 선’ 외침들이 도심을 울리고 있고, 동맹국의 성조기가 불태워지는가 하면, 국빈이 지나가는 도로에 물병이 난무하는 해괴한 현상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피투성이로 싸워온 대한민국 그 나라 정말 맞나?
     
    이런 생경한 외침들은 김정은이 좋아할 소리인가, 반(反)김정은 세력이 좋아할 소리인가? 그것도 적전(敵前)에서 말이다.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허허, 그네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유주의 철학에 투철 들 하셨나? 김정은 치하에서 하찮은 언행 좀 했다고 저 살벌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그런 소리를 한 번 질러들 보시지, 왜?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 안에는 이런 소리를 하는 이단(異端) 세력에 맞서 힘 있게 싸울 대항세력이 도무지 없다는 점이다. 있기야 하지만 그 힘과 영향력이 상대방에 비해 너무나 미약하다. 전업(專業) 전사(戰士) 인력도 없고, 조직도 미미하고, 선전선동에서도 상대방에 비해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이 대로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헌법절차에 의해 속절없이 해체되고, 그 대신 ‘민족’ ‘민중’ ‘을 내건 괴물 민주주의, 전체주의가 엄습한다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 폭정이 무너지는 것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 중 어느 게 더 먼저 올까? 이 시간싸움의 추이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과 중국이 어떤 흥정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김정은 제거에 합의해 주길 기대할 것이다. 중국이 이에 합의하는 대가로 미국은 헨리 키신저 전(前)국무부장관이 건의한 대로 북한의 신정부와 평화협정을 논의하고 한반도를 중국 영향권에 내주려 할지도 모른다. 이런 흥정은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에는 계륵(鷄肋) 같은 것, 위험한 것일 수 있다. 김정은 제거, 북한 비핵화, 북한의 중국 형(型) 개혁-개방은 진일보한 사태진전일지 모르나, 반면에 한반도가 한-미 동맹에서 멀어져 중국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은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미래의 일을 너무 멀리 예단해서 논의할 수는 없다. 이런 전망은 그래서 이쯤해서 멈추는 게
    좋을 성 싶다. 다만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 입장에선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시행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 교체에 협력하거나, 그걸 방치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은 최선 또는 차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유민주 진영 내부의 깊고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김정은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으로는 최대한의 제재, 지구적 차원의 북한 고립화, 해상봉쇄, 자금줄 완전 차단, 인권공세, 외부정보 유입을 통한 주민과 엘리트의 이반(離叛) 촉진, 내부자에 의한 김정은 암살공작, 기타 여러 가지 방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내부의 이념전쟁에서도 김정은 체제가 먼저 붕괴되는 것이 오히려 유효한 순서일지 모른다. 김정일이 무너지면 남한 이념전쟁의 역관계(力關係)도 자유민주 진영에 이롭게 결정적으로 뒤집어질 것이다.

    이상 작전의 알파와 오메가는 역시 한-미 동맹의 공고화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과 미국 조야의 가치론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의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 분명히 말하건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잔영만은 100% 신뢰해도 좋다. 현재로선 다만 역부족일 따름이다. 그 부족한 힘은 신세대 자유민주 역군들이 빠른 시일 안에 미국 조야가 지켜보는 가운데 보충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사태를 고비로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은 세대교체기로 들어섰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2선으로 비켜서고 40대와 50대가 전방(前方) 전투요원으로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지 70여년. 이 기적 같은 한반도 남쪽의 현대사를 도로(徒勞)에 그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피 흘려 쟁취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재건하고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적대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우리는 또 한 번 죽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라 했다. 이것이 오늘의 대한한국 자유민주 전사들이 자임해야 할 마지막,
    그러나 확실한 살 길일 것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7/11/1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