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동맹 썰렁해지면 좋은 수 있나?

     나라와 민심의 동향엔 철저하게 의지적인 선택의 측면도 물론 있다.
    반면에 미처 충분히 의식할 겨를도 없이 우우~하는 서슬에 삽시간에
    외곬으로 빠져버리는 수도 있다. 일종의 쓰나미와 홍수 같은 현상이다.
    멀쩡한가 싶었는데 어느 사이 갑자기 먹구름이 일더니 천둥번개와 더불어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나라와 민심도 그렇게 일순간에 표변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지난 세월 대한민국의 안보와 발전의 보루였다.
    이게 없었더라도 ‘대한민국이 있어서 좋은 점’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에 오직 이런 시각만이 옳다고 우기진 않겠다.
    동의할 수 없는 경우라도 그 다름 자체는 존중한다.

     그런데 그 한-미 동맹이 본연의 모습 그 대로 지속가능할까 하는 것에 대해
    요즘 부쩍 회의(懷疑)가 일어나고 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버럭 했다고 한다.
    사드를 도로 빼오라는 말까지 했다는 신문 보도였다.
    워싱턴에 가있는 한국의 관변(官邊) 오피니언 메이커는 “북이 핵 동결을 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얼마 전 청와대를 찾은 미국 상원의원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지 않겠다면
    미국은 그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불을 끄려했지만, 이미 뱉은 말은 도로 주어 담을 수 없다.
    사전에 챙겨야 의미가 있지 사후엔 소용없다.

 아무리 동맹 사이라도 토닥토닥 할 수는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직 대통령들 시대에도 한-미 갈등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어째 좀 심각해 보인다.

강대국 중국이 “한반도는 원래 우리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시대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거부하고 일국주의로 나가고 있는 시대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갔는데 우리는 미국의 확장억제력 없이는
북에 대해 군사적 2등 국으로 전락한 시대다.
이런 시대에선 우리도 핵을 갖겠다고 하든지, 아니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도 시원치 않을 국면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인지 일부는 서울의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는 시위를 할 것이라 한다. 경찰은 애 저녁에 물러났고, 사법부는 그 시위를 허가할 것 같은 분위기다.

 자, 그러면? 다중(多衆)의 힘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이제 이 나라는 리더십보다는 군중이 쥐었다 폈다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국민주권 시대라고도 하고 참다운 공화정 시대라고도 한다.
반면엔 포퓰리즘 시대, 아스팔트 정치 시대, 선동과 구호와
사이키델릭(환각)의 정치 시대라는 말들도 있다.
어느 쪽 말을 취하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리더십은 사라지고 군중만 남았다.
군중 뒤에는 무엇이 도사라고 있을지...

 갈 데까지 가는 도리밖에 없다.
홍수로 봇물이 터졌으니 마냥 폭주하고 질주하고 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예단하지 않겠다.
가서 끝에 뭐가 있는지 볼 밖에...
가겠다는데 왜 말려? 말릴 힘도 없고...
한-미 동맹이 썰렁해지면 무슨 일이 뒤따를까?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국의 고자세도 줄어들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도 누그러지고 도발도 없어질까?
그리고 외국자본도 늘어나고 투자도 활성화 될까?
그렇다면 왜 안 가봐? 어서 가봐야지.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6/2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