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대충격' 별것 아니었나?

     사드 추가배치를 둘러싼 논란의 결말은 한 마디로 '태산명동 서일필(鼠一匹)'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다. 태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으나 나중에 보니 쥐 한 마리뿐이더라는 것이다. 국방부 정책실장이 추가배치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왜 삭제했는가에 대해선 말이 없다. 해당 실장은 직무에서 배제한다고 했다. 왜 삭제했을까? 사드 발사대가 6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상식에 속하기 때문에, 그리고 무기 배치 사실은 일일이 문서로 밝히는 게 아니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만 나돌고 있다.

     이 정도의 일이었다면 '대충격'도 '몰래 들여온 것'도 '청문회 거리'도 아닌, 그야말로 나올 것이라고는 쥐 한 마리뿐 아닌가? 이걸 가지고 왜 그리 난리였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공연히 미국만 기분 상했고 중국만 좋았지 않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게 무슨 실속 없는 해프닝? 국내 진영 싸움 호재로 제기했다가 이게 국제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아차 싶었던 모양인가? 그래서 난리치고는 싱거운 용두사미로 끝난 셈이다. 칼을 뽑았다가 개나리 한 가닥만 잘랐다고 할까.

  •  이 와중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연합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했다. 한국이 도로 가져가라고 하면 기꺼이 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이 주한미군을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아무런 방비 없이 놔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주한민군을 빼가겠다는 말을 미국은 ‘수틀리면’ 할 수 있게 된다. 속으론 이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측도 있을 것이다. “미국하고 틀어지면 중국하고 살면 되지”라고 말하는 측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런 사태를 일단은 쉽게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숨고르기로 들어간 것 같다.

     환경영향 평가를 내세워 사드 배치를 질질 끌려는 징후도 없지 않다. 1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김정은 핵-미사일 실전배치와 ICBM 완성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준(準)전시국가’ 한국의 경우 군사방어가 더 시급한가, 환경영향평가가 더 시급한가? 사람에 따라 답이 다를 것이기에 그 다양성을 존중해서라도 단정적인 판단은 유보하겠다. 그러나 세상만사에는 경중과 완급이 있는 법이다. 더 급하고 무겁고 심각한 것을 먼저 푸는 게 순서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딕 더빈 상원의원 말 맞다나 한국 같은 나라로선 사드를 6기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이 들여와도 좋다고 해야 말이 될 터인데 왜 일부는 그런 생각은 고사하고 한사코 사드 반대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이다. 아니, 이해가 되기는 한다. 기본적으로 그들 일부는 탈미(脫美) 친중(親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 세계가 대북 강경제재를 하는 마당임에도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지원 재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고 지원을 하고 그보다 더한 걸 한다 해도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우리를 ‘혁명’ 하겠다는 저들의 기본노선에도 추호의 변화도 없을 것이다. 햇볕 근본주의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7/6/5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