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했는데

     범(凡)자유민주 진영의 대선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
    자유민주 정치권, 시민사회운동계(界), 유권자들은 지금 크게 둘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연대론이냐, 진지론(陳地論)이냐(또는 우파 순혈주의냐)의 차이가 그것이다.
    대선 초입인 지금 시점에선 이 둘 중 어느 하나만이 맞는다고 미리 분열할 필요는 없다.

     연대론은 "뭣만 아니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차선(次善)책 또는 차악(次惡)책이기에
    그것대로 정치적 의미가 있고, 진지론 또는 우파 순혈주의는 "진성(眞性) 우파의 진지(陳地)부터 튼튼히 다져놓아야 한다"는 취지이기에 그것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쩌면 이 둘은 서로 적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보완적이랄 수도 있다.

     문제는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도 이 둘이 끝내 합작하지 않고
    제각기 다른 길로 뿔뿔이 흩어져 가야 하겠느냐는 물음이다.


  • 필자는 그래선 안 된다고 본다.
    자체의 지분(持分)도 없는 상태에서 순진하게 연대를 해주면
    나중에 무시당하고 배신당하기 십상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일역을 했던 진성 우파는
    그 두 계열이 집권한 다음에는 '웰빙 실권파'에 의해 번번이 소외당하고 냉대 받았다.

     최근 우파 일각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연대론에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씁쓸한 배신당함의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야말로 두 번 다시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만의 굳건한 성채를 하나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유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선 막판에 투표장으로 갈 때까지도 범(凡)자유민주
    진영의 후보가 둘인 채로 유권자 역시 둘로 갈라져 있다면 그건 공멸의 길일뿐이다.

     이래서 초반과 중반까지는 한 편에선 진성 우파만의 영토 확보를 열심히 하고,
    또 다른 한 편에선 현실정치 본연의 네고(교섭)와 딜(거래)과 연대도 모색해 보도록 해주다가
    선거 막판에 가선 보다 유리한 한쪽으로 힘을 몰아줄 순 없는 건지, 피차 진지하게 연구,
    검토해 볼 만한 할 것이다.

     선거는 결국은 머릿수 싸움이다.
    오로지 이 산술에만 몰입하는 나머지 근본적인 대의(大義)를 몰각하는 일은 물론 없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 진영을 끝내 분열시키는 결과를 내는 것도 좋을 건 없다.
    막판에 가서 범(凡)자유민주 진영의 표를 하나로 결집시키고,
    그 힘에 근거해 더 큰 연대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나간다면
    "뭣만 아니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번 대선의 아슬아슬함을
    그런대로 완화시킬 길이 열릴 것이다.
    요컨대 연대론과 진지론이 끝내 분열하지만 말고
    마지막 순간엔 대동단결 하시란 말씀이올시다...

    류근일 2017/4/2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