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실패는 기회주의의 실패

     반기문의 중도포기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말한 수간부터 그는 실패하게 돼있었다.
    이 세상에 그런 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기성 용어가 그런대로 통할 수 있었던 건
    여기가 지적(知的)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한참 동떨어진 한국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걸 영어로 직역하면 progressive conservatism이라고 해야 할 터인데,
    세계 지식중심부에 나가 이따위 용어를 명함에 올려 돌렸다가는
    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을 것이다. 차라리 centrist(중간파)라고 하면 모를까,
    사회과학 사전에 progressive conservatism이란 말은 그 어느 구석에도 없다.

     반기문은 무얼 몰라도 한참 몰랐다.
    정치든 연애든 무엇이든 진솔함, 진정성, 정직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걸 그는 등한시 했다.
    그러지 않고 여기 가선 나는 보수, 저기 가선 나는 진보, 또 어디 가선
    나는 중도-통합-제3의 빅 텐트 어쩌고 하면 그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
    그 어느 것에도 충실하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세상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이렇게 얼렁뚱땅 타고 넘어가려고 할 때
    그걸 몰라볼 사람이 있나? 그는 결국 보수에도 진보에도 중도에도, 그 어느 쪽에도
    모두 불신감을 주어 중간에서 퐁 빠져버리고 만 꼴이다.

  •  그의 치명적인 오판은 중도가 뭔지도 모르면서
    ‘중도-통합’ 운운하고 다닌 인식부족 내지는 무식함이다.
    중도-중간은 분배정책, 복지정책, 노동정책 등 부(富)의 재분배 문제에서는 있을 수 있다.
    7대 3으로 또는 3대 7로 나누던 걸 “우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로 양보해서
    6대 4 또는 4대 6으로 합시다” 할 때 그게 중도타협이다.

      그러나 안보나 국가정체성에 있어선 그런 중도타협이 있을 수 없다.
    1948년에 북한이 인민위원회라는 혁명정권을 굳혔을 때
    우리는 살기 위해 도리 없이 대한민국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좌우 합작파-남북협상파는 ‘중간’이랍시고 우왕좌왕 하다가
    김일성 들러리나 서주고 중간에서 퐁 빠져버리고 말았다.
    6. 25 남침 때야말로 중간 따위는 더더욱 성립할 수 없었다.

     오늘의 시대에 들어와 김정일-김정은이 천안함을 폭침시켰을 때도 중간이 있을 수 없었다.
    통진당이란 종북 집단이 설쳤을 때도 용인이냐 해산이냐 외에 중간적 대응이란 있을 수 없었다.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폄하한 경우에도 중간을 있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대북제재에 동참하느냐 마느냐, 한-미 동맹이냐 탈미-친중(脫美-親中)이냐,
    사드 배치 찬성이냐 반대냐 역시 양자택일의 문제이지
    거기에 무슨 중간이라는 자리는 있으려야 있을 수 없다.

     
     반기문도 물론 이걸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그는 그런 양자택일이 불가피한 문제를,
    적어도 귀국 후 정치행각에선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려 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보다 친중 외교를 선호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개성공단 폐쇄에 반대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호하는 부류와 한 텐트를 치자고 턱도 없는 소리를 해대며
    정치 행상(行商)을 했다. 이게 통할 줄로 그는 착각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망하는 길로 들어가, 제풀에 픽 쓰러진 모양새다.

     반기문의 실패로 웃기는 꼬락서니가 된 건 새누리당 탈당파 바른정당이다.
    꼴 조오오케 됐다. 새누리당 안의 충청권 '반빠'들도 꼴 조오오오케 됐다.
    이들이 닭 쫓던 개처럼 멍하고 서있는 몰골을 보는 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하하하하하하~~~
    가라, 얍삽한 기회주의 ‘정치 떴다방’들은 가라!
    그대들이 뭐, 진짜 보수? 정진석이 말한 ‘소가 웃을 일‘은
    남 아닌 그대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는 판세가 제대로 잡히고 있다.
    좌파적 사회구조 변혁-좌파적 경제혁파-기존 안보 축(軸)과 국가정체성 혁파(革罷)냐,
    아니면 대한민국 ‘탄생의 이유’-대한민국 헌법정신-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냐의
    일대 회전(會戰)-일대 충돌-일대 아마겟돈 전쟁으로 가자.
    이 싸움은 8. 15 해방공간-대한민국 수립-6. 25 남침-산업화-민주화-세계화의 모든 과정에
    일관되게 지속되고 반복되고 끝나지 않은 세기(世紀)의 싸움이다.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싸움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긴 전쟁에서 자유-민주-공화-세계시장-자유통일 진영은 또 한 차례,
    절대로 질 수 없는, 져서는 안 될 ‘2017 대선’ 전투를 벌여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일어나-가서-싸우고-이기자, 황교안부터.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