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씨는 '혁명보다 護憲'을 더 강조하길
      
     "국민의 헌법의식이 헌법...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하면 다음엔 혁명밖엔 없다"
    문재인 씨가 한 말이다. 헌재(憲裁)가 탄핵을 인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갈아엎기(혁명)’ 밖엔 없을 것이라는 투의 말이다.
    이게 과연 민주법치 국가의 대통령직을 지향하는 인사의 말로서 적합할까?
     
     사법부의 심리와 판결에 그 어떤 영향을 줄 언행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당위(當爲)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위보다 다중(多衆)의 정서와 의지가 더 우세한 국면이다. 시위대의 구호든 문재인 씨의 발언이든, 또 누구의 주장이든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만은
    그것대로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해선 안 된다”는 당위 또한 진(眞)이다. 그래서 이 둘이 마주칠 때는 그 충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는 법학도들 사이에서도
    만만찮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사법부를 향해
     “판결을 A로 내려야지 B로 내리면 혁명 날 것”이라고 말하는 데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혁명은 불법행위다. 그러나 ‘악랄한 독재 권력’이 있는 곳에선 혁명은 불법행위이기 전에
    국민저항권이란 불가피성에서 정당화되기도 한다. ‘악랄한 독재 권력’이란 예컨대
    김정은 치하의 북한 같은 것이다. 그런 데선 혁명 이외의 방법으론 현상 변경이 불가능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와 그 공권력은 ‘악랄한 독재 권력’이 아니다.
독재 권력이긴 고사하고 전경(戰警) 버스가 과격 시위대에 밧줄로 끌려가기 일쑤인 나라요,
정부요, 공권력이다. 국회 청문회가 시~퍼런 위세를 과시하고, 사법부가 검찰의 영장발부 요청을 우습게 묵살하곤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데선 혁명은 정당화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현상 변경은 오직 헌법과 법령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만 수행돼야 한다.
 
 이런 자명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헌재가 이런 판결 아닌 저런 판결을
내리면 혁명 밖엔 없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 사법부의 독립, 권위, 권능, 초(超)정치성의 원칙과
맞지 않는 부적합한 언사라고 밖엔 할 수 없다.
 
 문재인 씨는 물론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였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모든 걸 비(非)헌법적 방법으로 뒤집어 엎어버린다는 뜻의 ‘혁명’이란 말을 공연(公然)하게 발설하는 건 썩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그것은 헌법을 누구보다도 가장 앞장서 수호해야 할
대통령직(職) 지망자로선 누워서 침 뱉는 자독(自瀆)이나 다름없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는 취임 선서문을 읽겠다는 인사가 되도록 호헌(護憲)을 이야기해야지 ‘혁명’을 이야기해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법률 전문가이자, 어쩌면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도 될 수 있을 문재인 씨의 선의를 믿고자 한다. 문재인 씨가 “그 말은 실은 이런 충정에서 한 것이었다”고, 수긍할 만한 사후 설명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c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