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습니다"

  • 정의를 구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인격과 소양이 있어야 하고 다른 의견을 듣고 서로의 이견을 좁히는 토론과 타협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한국 의식문화에는 민주적인 인격이 부족하고 경청하고 타협하는 습관이 허약합니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민주주의 요체인 법치를 외면하고,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자기 자신은 독재적 사고와 비민주적인 행동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인 극단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극단주의는 무서운 에너지가 되어 성공적인 삶을 성취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결국에는 성공적인 삶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불의와 부정을 보면 준열하게 항거하지만 항거가 끝나면 에너지를 절제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위기를 만듭니다. 창업은 잘하는데 수성을 하지 못합니다.

    미주 한인들도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 이민자로 찬사를 받았으나 반짝하고 끝났습니다. 낯선 땅에서 무서운 투지력으로 돈을 벌었지만 더 큰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하고 동포들끼리 과열 경쟁을 하면서 결국은 소멸해가는 늙은 구멍가게 주인으로 주저앉았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선망과 찬사를 받아가며 6.29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취했으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지 못하고 정치는 부패와 싸움의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다시 6.29의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1987년 6월 시위는 한국에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선언하는 찬란한 국민 승리였지만, 2016년의 시위는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능력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하는 민주주의 후퇴였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수준을 넘어서질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제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품격으로 하는 것입니다.

    29년 전 항쟁에서는 시민들의 민주 열망이 넘쳤지만 2016년 시위의 심연에는 증오심이 끓었습니다.

    박근혜를 미워하는 사람들 - 박근혜 최순실을 함께 묻는 무덤 공연을 하는 사람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에게 죄수복을 입혀 오랏줄을 묶은 축제에 환희하는 사람들.

    트랙터와 화물차를 수백 대 동원한 사람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사람들.

    탄핵안이 통과된 뒤 꽃을 나누어주고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여기에 순진한 시민들이 가담하고 분노한 민심이 합세했습니다.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선거로 바꾸지 않고 여론과 시위로 끌어내리는 것은 여론 독재, 시위 쿠데타입니다.

    아버지가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딸이 군중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긴 것을 기막힌 인과응보라고 쾌재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 가슴은 증오로 불타고 있습니다.

    증오심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병균입니다.

    한국은 수탈과 침략, 굴종과 저항의 오랜 역사에서 증오심과 극단주의가 문화 의식의 유전인자로 깊이 뿌리 내렸습니다. 증오심과 극단주의를 순치시키고 승화시키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꽃피울 수가 없습니다. 탄핵 축하 장미꽃을 탄핵을 반대한 새누리당 대표에게 내미는 심성으로는 민주주의 장미꽃은 피지 않습니다.

    민주적인 인격 부족과 법치주의 실종과 극단주의와 증오심은 한국 민주주의를 원점에서 맴돌게 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거대한 진보와 발전을 했으나 내면세계는 그대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퇴진 요구와 탄핵 처리에는 민주적 인격 부족과 법치주의 실종과 극단주의와 증오심이 숨어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 요구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시작되었습니다. 대통령을 뽑았으면 임기를 마칠 동안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같은 배를 탄 공동체 사람들의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증오 세력은 처음부터 박근혜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몰두했습니다. 이들에게 박근혜는 처음부터 친일의 딸, 유신의 딸, 태어나지 말아야 할 부정 선거 대통령이었습니다.

    최순실 사건은 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였고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 5%라는 민심이 엄청난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최순실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줄달음친 것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중대한 문제를 계약 날짜에 맞추기 위해 벼락치기 공사하듯 처리했습니다. 벼락치기 공사는 필연적으로 부실 공사가 되고 날림 공사가 됩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한국 검찰은 권력의 이빨이 빠지자 하루아침에 표변해서 대통령에게 면담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그 날짜에 응하지 않자 서둘러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해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개인의 재판도 피의자의 요청에 따라 증언 날짜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이 상식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을 조사하는데 날짜를 못 박고 다그쳤습니다.

    조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마감 일짜를 지키기 위한 조사 같았습니다. 검찰이 철저한 조사와 증거 수집 없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특검이 구성되어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탄핵을 서둘렀습니다.

    시위를 부추겼던 언론의 수준 또한 한국의식의 반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기자 회견을 했을 때 한국 기자에게 특별히 질문권을 주었으나 아무도 손들지 않고 결국 중국 기자가 한국 언론을 대표해서 질문토록 했던 겁많은 언론이 이번 시위 보도에는 앞을 다투어 선동 보도를 했습니다.

    소문과 루머를 서슴없이 기사화하고, 객관적 보도 대신 기사를 주관적 의견으로 쓰는 한국 언론은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 시위를 지지하는 것처럼 왜곡 보도하고, 미국 언론 보도 내용을 과거 독재 정권이 하던 수법대로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골라서 자기식대로 해석 보도했습니다. 언론의 의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최순실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세월호 7시간을 다시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당일 “올림머리”를 했다는 톱기사였습니다.

    멀리서 보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과 민심에 의해 불공평한 과정을 통해 탄핵받고 있습니다. 민심과 여론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처럼 극단주의 문화가 팽배한 사회, 더욱이 그 중심에 증오심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서 민심과 여론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절차가 억울하게 처리되면 군중이 외치는 정의는 폭력이 됩니다.

    정의는 숫자나 여론에 좌우되는 지지 대회나 인민재판이 아닙니다.

    백만 이백만 시위대가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탄핵시키는 나라는 후진국 정치 사회입니다.

    법치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 집행을 엄격 공정하게 하는 것이고 판결 절차에 하자가 없어야 합니다. 약자나 소수가 되었거나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라고 해서 억울하고 불공평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 정의의 본질입니다.

    하물며 대통령 탄핵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해 보이는 것은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것 이외에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탄핵 소추 내용을 읽어보면 한국 정치에서 이런 혐의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합니다. 최순실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세월호 사건까지 탄핵 소추에 포함한 것은 탄핵의도가 정치적이고 불순하고 권력 싸움이란 생각을 더해 줍니다.

    가장 큰 쟁점이 문화 재단과 스포츠 재단을 만들어 재벌들에게 출연금을 강요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고 대통령의 월권행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월권과 위법이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탄핵할 사유가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재단을 만들어 돈을 착복하고 이익을 본 것도 아니고 자기 나름으로 나라를 위해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의의 월권 탈법 행위입니다.

    이것을 뇌물로 간주하는 것은 한국 정치 풍토에서 차별적입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 정도의 월권행위와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러한 월권과 탈법은 개혁되어야 하지만, 특정인에게만 가혹하게 적용해 탄핵시키는 것은 공평성에 어긋납니다.

    독재자의 딸, 지지도가 바닥이라고 해서 선별적으로 차별 탄핵을 받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해서 사퇴를 요구하고 탄핵시키는 것도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쫒겨날 만큼 무능했느냐 하는 것은 차치하고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해서 임기 전에 강제 사퇴시키는 것은 인민재판입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하다고 생각되면 사퇴시키는 전례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하자마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기도 전에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는 위헌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 주동 세력의 불순성과 분별력 상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승인하지 않으면 또 거리로 나올 이들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독소입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큰 기대가 되질 않습니다.

    군사 독재시대 시국 사범과 양심수를 소신 있게 판결하지 못했던 한국 사법부의 허약성이 또 다른 독재인 군중 독재에 맞서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겠느냐 하는 불신이 앞섭니다. 탄핵 절차에서 이미 후퇴한 민주주의에 절제와 양식의 제동을 걸지 못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할 것입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