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가 김무성에게 "집에 가 빨래나 하라"
      
     정청래 전 의원은 걸진 말투로 유명하다.
    나는 그의 그런 언행의 내용엔 동조하지 않는다.
    전대협 시절 이래의 그의 성향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그가 오늘인지 어제인지 한 말은 너무 재미있다.
    탈당해서 신당 차리자는 식으로 말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그는 이렇게 내뱉었다.
    “집에 가 빨래나 하라” 하하하.
      
     ‘보수’라 할까 ‘우파’라 할까 하는 범주(category)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엔 이런 종류도 있다. “나는 보수우파다. 그러나 ‘중도 보수우파’다.
     ‘중도’ 또는 '중용‘이란 공자님, 부처님, 소크라테스 차원에선 대단히 심오하고 고상한 경지다.
    그런데 중도는 결코 중간치(値)도, 양다리도, 반죽도, 팔방미인도, 알쏭달쏭도, 회색도, 2중성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니다. 중도, 중용은 그 국면의 최적(最適), 적정(適正), 적중(適中)에
    더 가깝다고 나는 선배들에게서 들었다. 
     
     일부 보수우파, 예컨대 새누리당 일부와 민간사회 기득권 공룡(恐龍) 집단들이
    “나는야 보수가 아니라 중도보수다” 운운 할 때는,
    그건 공자님, 부처님, 소크라테스 차원의 중도, 중용이 아니라
    “나는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늘 잘 먹고 잘 살겠다, 그래서
    보수우파의 원칙을 지키며 살기보다는 그때그때의 ‘끗발’과 ‘센 놈’에 베팅 하겠다”는
    약삭빠른 처세철학을 말할 뿐이다. 기계적 중간, 양다리, 반죽... 같은 것이다.
    그래야 금 수저 보수로서 프리미엄은 그것대로 만끽 하면서도
    ‘진보’의 적의(敵意)는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통빡’ 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들이 어떤 베팅을 하고 있나?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과 보수 전체의 헤게모니가 휘청거리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선 그들은 우(右) 클릭 아닌 좌(左) 클릭을 해야
계속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베팅할 개연성이 100%, 200%, 300%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좌파 못지않게, 아니 좌파가 더 보탤 게 없을 정도로 양껏, 한껏,
최고도로 볼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런다고 해서 이다음 세상이 바뀌면 ‘진보’가 과연 그들을 봐줄까?
그들이 그렇게 믿는다면 두 가지 중 하나다. 그들이 바보이거나 ‘진보’가 노망 낫거나...
 ‘진보’의 입장에선 “박근혜가 갔으니 이젠 너희들(강남좌파 시늉 하는 자칭 중도보수)이
갈 차례”라고 하지 않을까?
“(너희가 아무리 아첨해도) 너희들에게 속지 않는다/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이미 광장에선 울려 퍼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우(右)에게도, 좌(左)에게도 버림받아 중간에서
퐁 빠져버리는 길을 가고 있는 것 아닐지? 
 
 정청래 전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에게 한 “집에 가 빨래나 하라”는 말은
그런 암시(暗示)와 명시(明視)에서 나로 하여금 한 나절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하하하.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daum.net/aestheticismclub)